[윤중강의 뮤지컬레터](3) 에어포트 베이비
[윤중강의 뮤지컬레터](3) 에어포트 베이비
  •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16.02.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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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림배우에게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전, 뮤지컬을 보면서 종종 딴 생각을 하죠. ‘저 역할은 어떤 배우가 더 잘할 수 있을까?’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를 보면선 달랐습니다.

‘최재림배우가 아니면 저 역할은 누구도 하기 어렵겠다.’ 당신은 조씨코헨이란 입양청년을 열연했습니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에 온 청년입니다. 영어 반, 한국어 반의 대사를 어쩌면 그렇게 맛깔나게 잘하세요? 최재림배우가 재미교포라고 착각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대본과 음악의 합(合)이 참 좋지요! 전수양 작가와 장희선 작곡가는 서로 오래전부터 잘 알고, 또 서로 간에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라면서요. 두 사람에게 이 작품은 거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어떤 콤비가 해내지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여러 뮤지컬을 보면서, 종종 이런 안타까운 경험을 했을 겁니다. 관객은 이미 대사와 상황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데, 그걸 다시 노래로 중언부언(重言復言)하는 경우요.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는 마치 ‘대사는 노래를 위해서, 노래는 대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잘 넘어가는지요. 100분 동안, 관객들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아주 즐겁게 경험합니다.

이 작품의 성공의 절반은, 박칼린 연출의 역량이겠죠? 단언컨대 ‘에어포트 베이비’는 박칼린 연출의 대표작으로 길이 남을 겁니다. 조시코헨이 곧 박칼린처럼 아릿하게 다가오기도 하더군요. 박칼린이야말로 두 개의 서로 다른 가족과 문화를 접했기에, 거기서 느끼고 깨닫게 되는 것들을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을 겁니다.

이 작품을 입양청년에게만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이태원에 사는 성소수자 딜리아(강윤석)을 병치시키고자 하는 발상이 연출에게서 시작되었다면서요. 입양청년의 얘기가 잘못하면  신파로 흐를 수 있는데, 다른 요소를 결합시키면서 객관적 거리감을 두면서 관객들이 생각하고 판단하게 하는 연출력이 돋보였습니다.

이 작품은 그러하기에, 궁극적으로 한국사회의 ‘마이너’의 정체성과 연관된 얘기로 돋보였습니다.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서, 이미 관습적으로 익숙해져버린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되더군요.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를 본 관객들이 어떤 대사가 특히 기억에 남을까요? “워짜쓰까잉.”
진한 목포 사투리가 귀에 맴도네요. 조씨코헨(한국명, 김승수)은 어머니를 만나러 목포로 갑니다. 한국말을 배우긴 했어도, 목포사투리를 알아 듣긴 어렵죠. 어머니(이미라)를 사정상 못 만나게 되고, 이를 안타까워하는 외삼촌(황성현)은 “워짜쓰까잉‘을 계속 되됩니다. 요즘말로 참 ‘웃픈’ 장면입니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는 이렇게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죠.

최재림씨. 당신은 이 뮤지컬에서 관객들을 처음에 참 웃기게 해주다가, 점차 관객을 당신의 심정에 몰입하게 해주더군요. 당신이 ‘No Heaven For Me'를 부를 때, 제 옆에 앉은 여성관객이 계속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녀가 참 고마웠습니다. 왜냐구요? 나도 당신의 상황과 감정에 이입이 되어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려했으니까요.

참, 작곡가(장희선)에 대한 칭찬이 빠질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전라도사투리를 얘기하고 연기하는 장면에서, 블루스음악이 전라도의 가사와 참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공연한, 전라도가 무대인 대작 뮤지컬이 떠올랐습니다. 가사는 사투리(호남)인데, 곡조는 표준어(서울)인 이질감이 노래의 몰입을 방해하더군요. 이 작품은 꼭 그 반대였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국의 상여소리를 뮤지컬풍의 음악으로 바꾼 부분도 제겐 절절했습니다.
 
최재림배우와 이 작품을 만든 모든 분들이 참 고맙습니다. 이 뮤지컬을 통해서, 한국뮤지컬뿐만 아니라, 한국사회가 점차 성장해간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한국사회가 잘 보려하지 않는 여러 ‘소수자’들에게 눈을 돌리면서, 보다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는 작품입니다. 이런 중요한 역할을 최재림배우가 대단히 잘했습니다. 당신의 다음 행보를 응원합니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2. 23 ~ 3. 6.  아트원씨어터1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