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중견 예술가의 미래는 밝다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중견 예술가의 미래는 밝다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6.02.2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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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사회활동 하는 이들의 나이가 50을 넘고 60에 다가서도록 무엇인가를 이룩해 놓지 못했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40후반에 명퇴를 하고 퇴직금으로 편의점이나 치킨 집 운영을 실패 해본이라면 더욱 절실하다.

보통사람처럼 사는 예술가들도 그러하다. 개인전 횟수는 많고, 쌓아올린 명성도 있는데 작품은 잘 팔리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하려고 해도 나이 탓에 명성 탓에 도전적으로 행동할 수도 없다. 오랜 시간 쌓아올린 예술가 명성에 누가될까 그림 값 싸게 팔수도 없다.

공모전이니 판매전이니 하는 따위의 그룹전 기획전에 참여하고 싶어도 후배들 눈 무서워 가지 못한다.

속 풀이 할 데 없어 술만 축내고 애꿎은 초보 예술가 탓하기 일쑤다. 사촌이 논사면 배가 아프던 시절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배 아프다. 남의 이야기는 차치하고 주변의 누군가 그림이 팔리기라도 하면 부럽기 그지없다. 말로는 ‘잘 되었네’, ‘곧 보기 힘들어 지겠는 걸’ 정도로 약간의 비아냥을 섞을 뿐이지만 속내는 새카맣게 썩어 들어간다.

“내 작품하고 똑같이 베낀거 있지. 내가 먼전데 말이야.”
“그림도 잘 못 그리는 것이 돈 좀 있다고 전시해서 다 팔아먹고...”
“돈 있다고 아마추어가 아트페어 막 나가고 그러지요. 이거 통제할 방법 없나요?”
“호당 30만원? 웃기지도 않아.”
“문화센터 3년이면 화가야, 화가!”

아무나 예술가인 요즘 시대에는 더욱 속 아프다. 가수가 탤런트가 기업인이 아줌마가 그냥 개인전 열고 그냥 예술가 반열에 들어온다. 여기에 간혹 8살 먹은 12살 먹은 천재화가들의 작품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거래된다고 하는 말도 들린다. 뉴스나 인터넷에 떠도는 잘나가는 작가들의 작품이 수백 수천만 원에도 없어서 거래가 안 된단다. 젊은이들의 팝아트가 전국을 휩쓸더니 이제는 노친내들의 단색화가 기승을 부린다.

시국이 시끄럽던 시절, 민중미술이나 현실참여 예술이나 하는 정치적 성향의 예술은 예술품이 아니라고 무시했었는데 어느새 그들의 작품이 미술시장 한 켠을 자리하고 있다.

예술은 순수해야 한다고 배웠고, 예술은 현실에 참여하기보다는 모든 것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영원무궁의 영역이라고 배웠다. 7.80년대에는 당시의 중견화가였던 선배들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고, 현재 중견예술가의 시대인 2천년대에는 팝아트니, 현대미술이니 하는 후배들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갈 곳이 없고 갈 길이 없다. 그렇다고 30년 이상 추구해온 예술관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도 없고,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나 100년 전에도 부자 예술가 있었고, 200년 전에도 잘 팔리는 예술가 있었다. 다만, 그때는 정보 확산이 느리고 소통의 관계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물랐을 뿐이다.

지금 중견의 힘겨움은 시대변화의 과정이며, 새로운 미술시장의 도래라 믿어야 한다. 서양의 인상주의적 화풍과도 다르고, 가벼운 키치미술이나 아마추어적 풍경화 정물화와도 완연히 다른 예술품이 우리에게 있음을 기억하여야 한다. 세계미술시장에 구상미술(Gusang)이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미술장르가 자리 잡을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예술의 다양한 영역이 한 부분을 차지하는 도가(道家)와 유가(儒家)적 정신탐구의 예술관을 조명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어느 세계에나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나이 많다고 나이만큼 좋은 작품 되는 일 또한 아니고, 30년 작품 활동 했다고 해서 30년 예술 활동이 아닌 시대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나서야한다. 30년 만에 첫 개인전을 하면 30년 공력이 아니라 첫 개인전 일 뿐이다. 100세 시대를 나서는 우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