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공연 중 쓰러진 김명엽 지휘자 건강 되찾아
세종문화회관 공연 중 쓰러진 김명엽 지휘자 건강 되찾아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3.0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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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속보로 타전]무대 위 위급 상황 대비책 세워야

지난 3일 저녁,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세종시즌(SEJONG SEASON 2016)의 첫 작품인 ‘칸타타 한강’이 서울시합창단 김명엽 지휘자에 의해 무대에 올랐다. 여기에 고양시립합창단,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8명의 국악관현악단 단원,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등 200명이 넘는 매머드 무대로 탁계석 음악평론가 대본을 쓰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임준희 교수가 완성한 대규모 창작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지난 3일 열린 서울시합창단의 '한강칸타타' 공연 중 지휘자 김명엽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려 출연자들이 부축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11년 12월에 초연되고, 수정을 통해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것. 김 지휘자가 초연 작품을 객석에서 보면서 꼭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던 작품이다.

이날 공연은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해 30분 가까이 되는 지점에서 지휘자의 자세가 좀 이상한 것을 느낀 독창자 테너 이원준이 쓰려지려는 김 지휘자를 부축했고 때마침 객석에서 공연을 보던 생명대학의 정호진교수와 오찬환교수가 무대 뒤로 와서 침으로 따고 목과 두부를주무르는 등 응급조치를 했다고 한다. 이어서 앰블런스가 도착해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허둥대지 않도록 매뉴얼 만들고 훈련해야

갑작스런 지휘자 실신으로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고 합창단 총무가 더 이상 공연이 어렵다고 말하고 입장권은 환불 조치하겠다는 안내 방송을 했다.

처음 겪는 무대의 돌발 상황인 만큼 경황이 없고 허둥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우리도 공연장들도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만들고 심장박동기 배치하는 등 총점검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날 사고가 발생하자 즉시 합창단총무, 공연팀장, 사장의 보고라인을 통해 결정한 것이라하지만, ‘공연 불가’ 결정을 행정적인 판단에 의해서만 할 것이 아니라 작곡가 등이 현장에 있었으므로 ‘예술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긴급회의’가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김명엽 지휘자는 이날 일시적인 저혈압 상태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엽 지휘자

김 지휘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객에게 죄송하고 다른 지휘자에 의해서라도 공연이 무대에 올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임준희 작곡가는 “그간 2개 월 이상 많은 분들이 음악가들과 스텝 , 행정이 수고하였는데 중단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도 대구시민회관에서 대구시향 정기연주회 앙코르 연주 도중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갑자기 무대에 쓰러졌다. 마침 의사 관객이 응급조치를 하고 119구급대가 출동해 위기를 모면했다. 지휘자는 이후 6월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또 쓰러졌다.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축제’에서 리허설을 하던 중이었는데 코바체프는 다시 일어나 현지에서 오페라 ‘나부코’ 7회 공연과 ‘토스카’ 2회 공연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다.

물론 사망한 경우도 있다. 2008년 3월 20일 천안시청 봉서홀에서 열린 ‘천안시립교향악단 제8회 정기연주회’ 공연 중 유봉헌 지휘자가 오프닝 순간 무대서 쓰러져 인근 순천향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출혈로 쓰러져 이틀 후에 사망했다.

코리안심포니를 창단한 홍연택 지휘자도 리허설 도중 쓰러져 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충남교향악단의 박종혁 상임지휘자 역시 96년 연주회 당일 무대에 오르려다 뇌출혈을 일으켜 세상을 떠난 바 있다.

외국에서도 시노폴리 등 지휘자 사망 사례 많아

2001년 세계 유명 지휘자였던 시노폴리가 베를린 도이치 오퍼에서 베르디 ‘아이다’를 지휘하다 심근경색에 의한 심장마비로 54세로 세상을 떠났다. 드미트리 미트로풀로스, 에두아르드 반 베이눔 같은 지휘자들은 공연 혹은 리허설 도중 숨졌다. 로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의 거장 마리스 얀손스 역시 96년 오페라 <라보엠> 지휘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가 극적으로 회복한 경험이 있다.

지휘자는 원래 수명이 길기로 유명한 직업이다.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는 95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했으며 90세로 타계한 귄터 반트, 89세에 세상을 떠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역시 말년까지 포디엄에 섰고 칼 뵘도 87세 죽을 때까지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지휘자, 특히 이번처럼 대규모 공연의 진행은 엄청난 에너지 손실을 지속적으로 감수하면서 진행되는 것이기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무대는 또 이런 돌발 상황에 허둥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최대한 관객의 입장을 배려하는 시스템 작동의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이날 관객들은 "일부이지만 공연 작품이 너무 좋았고, 무르익어갈 순간에 중단되어 아쉽다며 하루속히 재공연을 보고 싶다"고 아쉬움과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