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옥 교수 태평무 보유자 인정, 후폭풍 거세
양성옥 교수 태평무 보유자 인정, 후폭풍 거세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3.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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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 비대위 구성, 이현자 후보 청와대 앞 1인시위까지 이어져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양성옥 교수를 태평무 보유자(인간문화재)로 인정예고한 후  무용계의 반발이 거세다.

김복희 한국무용협회장을 비롯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등 30여 명의 무용인들은 그동안 신무용에 주력해온 양성옥 교수가 전통춤인 태평무 보유자로 선정되는 것은 인간문화재의 정통성을 위배하는 선정 결과”라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문제제기에 나섰다.

▲ 지난 10일, 무형문화재 태평무 전수조교보유자인 이현자씨가문화재청의 '태평무보유자 후보 선정'에 반발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이번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도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의 기계적인 심사를 성토했다.

국 감독은 “문화재청이 문화재를 선정하는데 제자격인 이수자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어떤 토의도 없이 점수의 숫자만 가지고한 일방적인 개량화는 숫자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국무를 뽑는다면서 콩쿠르 방식을 도입한 것은 넌센스로 당일 컨디션에 따라 수십 년간의 노고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 며 “인간문화재란 기량의 우위가 아니고 원형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개별 평가 항목에 있어 리더십 전승의지 건강상태 등이 있는데 이런 것을 어떻게 측정해서 점수화 한다는 것인가?”라며 “이매방류 살풀이 김숙자류 살풀이 등 유파별 구분 무시하고 통합한 것도 무지의 발상이며, 문화재청이 심사위원들이 낸 점수를 기계식으로 더하고 뒤로 빠지는 무책임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어 콘트롤타워로는 빵점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번 보유자 선정에서 탈락한 태평무 전수조교 이현자 후보는 문화재청에 보유자 인정 발표 이후 이의제기를 하는 한편, 심사 점수 등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에 이어 급기야 지난 10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날 이후보자 측은 1인 시위와 함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의 신종필 행정관과의 면담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긍정적 검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씨 측에 따르면 신 행정관은 이미 태평무보유자 인정예고에 대한 논란과 반발, 이의제기 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으며 문화재청에에도 재검토를 권유하는 한편 비대위원들과 면담도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지난 10일, 무형문화재 태평무 전수조교보유자인 이현자씨가문화재청의 '태평무보유자 후보 선정'에 반발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후보자 측은 이번 시위를 통해 ▲문화재위원과 조사위원의 재척사유에 대한 문제 ▲정보공개신청에 대해 본인의 실연영상를 비롯 정보공개 신청에 대해 문화재청은 무성의하게 '비공개' 한마디로 답변해온 문제 ▲28년의 태평무 전승활동 경력이 있음에도 전승활동 점수 비율이 너무 낮게 책정된 것에 대한 문제 ▲조사위원이 실연조사만으로 전승의지, 리더쉽, 건강상태까지 평가하는 것에 대한 문제 ▲조사위원 사전유출에 대한 문제등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측은 “그동안 태평무 하면 이현자, 이현자 하면 태평무로 살아왔다" 며 "전통춤은 단순히 기량만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춤이 전승되어온 내력과 그에 얽힌 혼과 정신들이 총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80세가 된 오늘까지도 전승활동에 힘쓰고 힘차게 무대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라고 문화재청의 이같은 처사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아울러“ 춤뿐 아니라, 그동안 지방이나 학교 다니면서 전승활동에 힘 써온 여러 경력을 비롯 서류 관련해서도 양 후보에 질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현자 선생이 양 교수를 직접 가르치고 전수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런 결정이 된 것에 대해 문화재청은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무용의 대모 김백봉선생의 직계 제자로서 신무용 전승, 연구에 힘써온 양교수가 태평무 보유자로 인정된다면 태평무의 기능 또는 예능을 원형대로 체득·보존하고 그대로 실현할 수 있겠는가. 태평무의 원형과 전통성을 지키겠다는 문화재청의 취지와는 맞지 않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현자 후보 측은 오늘(11일)까지 문화재청에서 전향적인 검토가 없으면 1인 시위를 계속이어나갈 것임을 천명했다.이에 앞서 이 후보측은 지난 달 말 문화재청에 이의제기와 함께 문화예술계 인사 등 940여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 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인간문화재)로 양성옥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교수의 ‘인정 예고’ 했다. 당시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수교육조교가 있는 상황에서 후배격인 다른 사람을 보유자로 선정하는 게 어색할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 될 부분은 사전에 철저히 배제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쳤기에, 이번 인정 예고에는 문제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