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와 문학의 순기능(1)
윤동주와 문학의 순기능(1)
  • 김우종(전 덕성여대교수ㆍ문학평론가)
  • 승인 2009.08.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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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본질적으로 장미처럼 아름답다

1. 구원과 배반의 두 얼굴

문학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주제는 휴머니즘이다. 즉 인간에 대한 사랑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 문학의 최대 기능이고 중추적 핵심적 기능이며 이를 배반하는 것은 문학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배반하며 먹고 사는 글쟁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그가 아무리 천재적 명문장가라 해도 문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구미호에 홀리듯이 그 잔재주에 홀려서 문인과 비문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학은 본질적으로 장미처럼 아름답다. 나비도 새도 달도 별도 모두 아름답고 거의 모든 자연이 아름답듯이 문학도 그렇게 본질적으로 태생적 미모를 지닌다.

‘문학은 언어로써 상상을 통하여 사상과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예술이다.’
이렇게 정의되어 있듯이 문학은 아름다운 몸매로 태어나는 것이다. 마치 커다란 조개 껍질 속에서 발가 벗고 나와 몸매를 자랑하는 비너스처럼.

문학의 사전적 풀이에서 “아름답게 표현한다”라고 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느끼게끔 감동적으로 표현한다는 뜻이다. 감동이란 느낄 감(感) 움직일 동(動)의 합자이며 느끼면서 행동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문학에 감동한다는 것은 마치 멋진 이성에게 반해서 포옹하듯 입 맞추듯 전전반측(輾轉反側) 새벽 별이 스러질 때까지도 잠 못이루며 행동으로 나타내게 되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이렇게 감동적인 형태를 진닌 문학은 모두 그 감동의 정도가 다르다. 어떤 문학은 강력한 힘으로 세상을 바꿔 나가는 역할을 한다. 문학은 감동을 통해서 사람을 바꿔 나가니까 그것이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문학은 ‘경국지색(傾國之色)’에 비유될 수도 있다. ‘한 번 돌아보면 성을 위태롭게 하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를 위태롭게’한다는 ‘북방 가인’을 가리키며 어찌 그런 위험을 모르리오마는 ‘어여쁜 여인은 다시 얻기 어렵도다’ 하고 한무제(漢武帝)를 유혹했던 이연년(李延年)의 시에서처럼 문학은 그 아름다운 용모로 나라를 망칠 수도 있고 살리는 데 큰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일제도 전쟁에 이기기 위해 한국문인협회를 조직하고 동원해서 경국지색의 언어의 매력을 활용하려 했고, 그래서 부끄러운 친일문학이 나온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이렇게 문학은 꽃처럼 나비처럼 아름답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다만 이같은 일반론에도 불구하고 속옷까지 들추고 정확히 내부 검사를 해 보면 악취가 풍기고 흉측한 모습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똥물보다도 더럽고 흡혈귀의 피 묻은 입술처럼 섬찍하게 살기를 느끼게 하는 문학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학은 로마의 어느 신전을 지키던 야누스처럼 때로는 두 개의 얼굴을 지닌다.
그런데 야누스와 다른 것은 한쪽이 악마라 하더라도 겉으로는 다 같이 은유법 직유법 등으로 멋진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온갖 수사적 기법을 써서 예쁘게 치장함으로써 이것에 망신스럽게 기만당하고 바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학은 이런 의미에서 순기능만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배반의 역기능을 지닌다.
그리고 좀더 주의를 기울여 보면 모든 문학이 순기능과 역기능의 두 가지 형태로만 쉽고 단순하게 구별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문학은 순기능과 역기능의 양쪽에 발을 담그고 있다.

자기 자신은 순기능 편에 서 있다고 확신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문학의 본래적 목적에 위배되는 역기능이 될 수도 있다. 자기는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으며 누가 물어도 그것은 진실이라고 대답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를 괴롭히는 스토커가 되고 있는 경우와 같다.

이런 의미에서 문학은 때때로 야누스의 두 얼굴을 지니지만 이렇게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특수한 경우까지 치면 문학은 세 얼굴이 된다. 그리고 좀더 살피면 문학은 더 많이 복잡하게 세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구분은 식민지시대를 거치고 오늘날 분단 현실에서 문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평가과정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다음 호에 계속)


문학평론가. 1929년 함북 성진 출생.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57년 평론으로 등단. 충남대?경희대?덕성여대 교수 역임 후 정년퇴임. 한국대학신문사 주필. 참여연대 고문. 한국문인협회 고문. 한국미술협회 회원. 저서:『한국현대소설사』,『한국근대문학사조사』,『작가론』 외 다수


서울문화투데이 김우종 전 덕성여대교수·문학평론가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