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좌담]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어디까지?
[기획좌담]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어디까지?
  • 이은영 기자
  • 승인 2009.08.13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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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계문화유산연구회,일본 세계문화유산 종합연구소 소장 후루타 씨 초청 좌담회
"한국,경주를 비롯 문화유산 등 세계적 가치 인정받는 자산 많아"
"DMZ 생태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에서도 한국의 문화유산 두 가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낭보가 전해져 더위를 씻어주었다. 지난달 31일 유네스코가 한국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한다는 것을 알렸으며, 이에 앞서서 지난 6월에는 스페인 세비아에서 열린 제3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조선 왕릉에 최고 등급인 ‘등재 권고’ 평가가 내려져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의 많은 유산들이 세계문화유산, 자연문화유산 등에 등록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아시아 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에 관심이 많은 ‘일본 세계문화유산 종합연구소 소장’ 후루타 하루히사(古田陽久, 57, 일본세계문화유산종합연구소장) 교수는 최근 한국을 방문, 한국과 일본의 문화유산 중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유적들에 대한 좌담회를 통해 한국 문화유적의 세계화를 전망하는 제반의 견해를 피력했다. 좌담회는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후루타교수를 비롯 오상현(비교문학박사,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일본문화와 예술담당’ 강사)이은영(본지 서울문화투데이 대표) 외 몇 몇 관심있는 참석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격의없이 진행됐다. -편집자주-

▲이은영: 후루타 하루히사(古田陽久) 소장의 한국 방문과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오늘 한국 문화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는 좋은 소식을 접하고 그 의의를 기리는 가운데 일본에서 조선 왕릉을 탐방하러 온 후루타 소장께 감사드린다. 먼저 오상현 박사께서 간단하게 후루타 소장의 소개를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 오상현 박사
▲오상현: 먼저 이 자리를 마련해준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대표께 감사드린다. 나는 대학교에서 ‘일본문화예술’을 강의하고 있으며,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후루타 하루히사(古田陽久) 소장은 일본세계문화유산 종합문화연구소 소장으로서 게이오(慶應) 대학을 졸업한 후, 해외 근무를 통해 세계문화에 대한 식견을 갖고 있는 분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저술을 150여 권 출간한 업적을 갖고 있으며, 지금 현재 일본 사이버 대학의 세계문화유산담당 교수를 겸하고 있다.

이번 스페인에서 개최된 세계문화유산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한국의 문화유산 선정을 내게 먼저 알려준 분으로, 금번 한국 방문은 ‘조선왕릉 40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에 즈음하여 현지답사와 탐방을 겸하고 있다.

이 좌담회에 앞서서 연세대학교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특별강연을 마치고 지금 이 자리에 임해주었다. 이 자리에 참석해준 여러분들은 장차 ‘한국 세계문화유산 연구회’의 일원으로서 세계 각지의 문화유산을 비롯해 환경생태 및 ‘여행의 품격화’ 등을 연구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중요한 획을 그어나가는 시점이라는, 매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서 앞으로 이러한 좌담회 내지는 더 발전적인 국제토론회를 열어 나가겠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이 자리에 후루타 소장을 모시겠다.

▲후루타: 일본과 한국은 오랜 역사 유적을 지니고 있으며 최근에 이르러 양국의 유적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현재 일본은 14개, 한국은 9개 유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과 일본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양질의 유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한국의 유적지 중에서 몇 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어떠한 것들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한국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세계화할 수 있는 차원에서 유네스코에 등록될 예정인 유적지 등에 대해서 많은 관심과 현지 방문들을 통해서 역사를 재확인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은영 : 최근에 뉴스를 접하긴 했지만, 그 시기에 즈음하여 한국은 ‘북핵 문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뉴스에 시선이 집중되는 바람에 문화유산에 대한 뉴스에 시선을 집중시킬 기회를 놓쳤다.

이번 기회에 일본과 한국의 문화유산 등에 대해서 언론적 관심과 정부의 관계 당국에게 제반의 사항들에 대해서 관심을 촉구하는 계기로 삼겠다. 일본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유적들이 세계문화유적으로 등록되었나?

▲후루타 : 일본의 문화유산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 5 곳만 언급하면, 문화유산으로서 ‘호류지(法隆寺) 불교건축물’, ‘히메지성(姬路城)’, ‘히로시마 평화공원(廣島平和公園)’, 그리고 자연유산으로서 ‘야쿠시마(屋久島)’ 등이 대표적이다.

문화유산은 그 자체가 인류의 자산이며, 유네스코에서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서 150 여개 국가의 900 여개 유산을 세계유산을 등록하고 인류의 가치를 보존하려는 것으로서, 방금 언급한 일본의 유산들은 일본의 역사의 숨결과 함께 일본인을 비롯하여 인류 모두에게 보이고 싶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역사의 교류를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히메지성은 매우 아름답고 훌륭한 건축미학적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성의 전체 구도로 보아서 일본의 성의 기능은 주변의 주거지에 둘러싸여서 백성들이 성과 영주를 지키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중국이나 한국의 성들이 주거지의 외곽지를 둘러싸서 영주가 백성들을 지키려는 주도와는 전혀 상반적인 면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히로시마 공원은 역사유적이라기보다는 근대유적이지만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 화합을 하기 위한 기념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히로시마와 인천 공항은 1시간 20분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한국인들도 방문하여 전쟁의 참화와 평화의 소중함으로 체험하러 방문해주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야쿠시마 섬을 자연유산으로 등록했는데, 이 섬은 일본 본토와는 풍토가 매우 다르며 고온다습한 조엽수림지대의 대표적인 원시 식물들의 자연물을 포함하여, 매우 특이한 요소들이 보존되어 있다.

한국도 최근에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는 관광을 위한 휴양지로로서가 아니라 자연유산 보존지역으로서의 가치가 더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은영 : 그렇다. 제주도가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한국인으로서는 자랑스럽다만, 자연유산을 온존하게 보존하지 않으면 등록이 취소된다고 하는 규정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는지?

▲ 후루타 하루히사(古田陽久) 소장

▲후루타 :그렇다. 지진이나 관리 소흘 내지는 개발 등으로 인하여 유산이 소실되거나 취소되거나 위기를 맞기도 해 이것을 ‘위기유산’이라고 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란, 인도, 독일, 중국 등지에서 지하자원 개발이나 교량축조 혹은 지진 등으로 인하여 선정취지에 어긋나는 바람에 등록이 취소된 적이 있다.

이것은 인류 문화가치의 손실이기 때문에 한국도 이제부터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는 것에 역점을 두는 만큼, 그것에 대한 관리와 보존에 힘써야 할 것 같다.

▲이은영 :옳은 말이다. 조선 왕릉은 조선의 역사, 건축양식, 주거 및 통치 철학이 담긴 문화의 결정체로 설계한 경관이기 때문에 ‘신(神)의 정원’ 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왕릉의 조성과정에 대한 관리일지가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조선의 수준 높은 기록문화도 보여주고 있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 문화재청은 조선 왕릉의 역사가치와 보존을 위한 주변지역의 개발제한이라든가 정부의 지원책 등을 강구하려는 포럼이 개최될 예정인데, 그런 의미에서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행동이 더욱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소문에 의하면 일본은 후지산도 자연유산으로 등록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후루타 : 그렇다. 후지산은 일본의 상징이자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거의 동일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특이한 자연경관이면서 일본국민들의 정서에 깃들여 있는 정신적 가치를 감안하면 등록신청을 할 명분이 충분하다.

또한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일본을 생각할 때 후지산을 떠올리기도 하기 때문에 후지산은 일본의 산이지만 세계인 모두의 것이다. 그 외에도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신청 잠정 리스트를 보면,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한 조몬(繩文) 취락 유적지를 비롯하여, 닌토쿠(仁德) 왕릉 고분, 나가사키 그리스도 교회군(長崎キリスト敎會群)등이 대표적인데, 나가사키 교회는 일본전통의 건축양식과 서양 선교사와 건축사들에 의한 서구식 건축양식의 융합요소가 뚜렷하게 나타나 보이고 있어서 서양인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사실 지금까지 세계문화유산은 기독교문화 중심의 유적지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다.점차적으로 세계 전역에 걸친 모든 유적지가 조건을 갖추면 등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추세적 분위기를 유념하여 적극적인 진전을 보여줄 것을 희망한다.

▲오상현 :후루타 선생의 말씀 감사하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의 세계자연유산에 등록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자연유산으로서 두드러진 두 곳이 있는데, 예를 들면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남북한을 가로지르는 ‘DMZ 지역’이다.

이곳은 한반도의 불행한 역사를 그대로 껴안고 있는 ‘슬픈 지대’이지만, 반백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에 아무도 발을 내딛지 못하는 금지된 지역으로서, 많은 세월을 보낸 곳이기 때문에, 경도상으로 135 마일의 한반도 허리의 전역을 감싼 남북한 4 킬로미터의 광활한 ‘DMZ 지역’은 자연수목, 서식동물 등등이 서식하는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원초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또 한 곳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단풍 군락지인 전라북도 정읍 ‘내장산’이다. 이곳은 단풍나무 위주로 군락지를 형성해온 곳으로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풍이 유명하다. 기후변화와 함께 장차 어떻게 변할지는 의문이지만, 원형유지를 하고 있는 동안에 하루바삐 그것을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생태환경학적 관리와 환경조성을 겸하면서 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정읍은 동학혁명의 발상지이기 때문에 한국의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단초를 제공한 곳이다. 그리고 칠보발전소는 당시 호남의 곡창지대를 유지해온 수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온 곳으로서 이러한 제반의 요소를 바탕으로 해 ‘세계복합유산단지’의 차원에서 검토와 등록신청에 따른 사전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은영 : 두 분 말씀 감사하다. 그러고 보니 일본과 한국은 때에 따라서는 첨예하게 대립되는 현안문제를 감당하기에 힘든 주제들이 적지 않은데 오늘 이렇게 문화유산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양국이 모두 세계를 향하여 지향해야 할 공동의 노력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말하자면 양국은 각국이 이룩해온 동양문화 유적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세계적 수준의 문화선진국으로 발돋음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양국의 관계 전문가들이 상호교류를 지속화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한일 · 일한 세계문화유산연구회’라는 형식의 교류모임을 지속화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과 뜻을 함께 하고자 한다. 참석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취재 정리-이은영 기자 young@sctoday.co.kr 

통역-김은영(이화여대 사회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