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ll We……?
Shall We……?
  • 나진억 성동구 소월아트홀 관장
  • 승인 2009.08.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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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겠다는 또 속는 셈치고 기다려볼까요

안팎으로 시끄러운 8월입니다.

늦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해외에선 이상기온으로 자연재해가 찾아들고 늘 시끄러운 정치판은 기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다 조금 주춤하고(아마도 휴가기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리라 생각됩니다) 같은 민족인 북한은 언제나처럼 남한에선 실리를 구하고 북미 양자간 대화를 통한 육자회담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등 답답하지만, 정말 고통스런 불황도 이제는 바닥을 지났다는 신호가 그나마 무더운 8월을 식혀주는 듯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당연한 듯이 여겨지는 88만원 세대,  IMF세대, 오륙도, 사오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의 일면을 보여줍니다.

IMF 이후 모든 것이 바뀌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란 명목으로 그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직장에서 해고되는 것도 이제는 개인이 감당해야 할 당연한 몫이 되었고, 젊은이들이 정규직을 얻는 것은 문중의 경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다들 허리띠를 두 번은 졸라매어 살고 있으니 이는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재앙과 같은 일이죠. 계약금을 내고도 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투잡은 기본. 가끔 기금이나 공모가 있으면 구름같이 모여들고, 가끔씩 용기내어 공연을 강행하지만 현실은 빈 공연장 객석만 확인하게 될 뿐입니다. 과연 출구는 없을까요?

국민 총매력(GNC-GrossNationalCool)이란 말이 있습니다. 문화라는 무형의 가치를 종합해 한 나라의 국력을 평가하는 지수입니다. 우리 이웃인 일본은 국민총생산만큼이나 국민 총매력지수도 뛰어납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일본을 ‘지구상에서 가장 쿨한 나라(the coolest nation on earth)’라고 부르면서, 일본의 문화 - 만화, 애니메이션, 패션, 영화 - 가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고, “문화가 (제조업을 능가해) 일본의 최대 수출품이 됐다”고 썼습니다.

일본산 ‘고시히카리’라는 쌀이 중국에 수출되고 있는데, 중국산의 20배가 넘는 가격에도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의 쌀 수출은 JETRO<한국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같은 존재>가 측면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농업이란 ‘agriculture’로 ‘culture’란 말이 들어가 있듯이 음식ㆍ식품이란 그 나라의 역사와 생활양식에 의해 정립된 문화입니다. 일본은 식문화를 통해 일본 그 자체를 해외에 알리려는 활동을 하고 있고, 농업은 다름 아닌 일종의 문화산업인 것입니다.

국적이 사라지고 있는 탈 국가의 시대인 오늘, 일본은 오히려 일본이라는 국가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일본적인 것으로 글로벌 경제전쟁을 치르려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일본은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감칠맛 나는 스토리와 매력을 국가차원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교토의 ‘철학의 길’이란 관광코스는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니지만 매력적인 포장솜씨가 가히 천재적이라 불릴만큼 일본인들은 그것을 유명한 철학자의 산책로이고, 소박하고 운치가 있는 사랑스런 산책로로 포장하여 세계적인 관광코스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일을 한 개인이나 단체에서 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의 경우를 예를 들면, 지방마다 전래되어온 전설이나 이야기들이 의미없이 사라지고 있는데 일본처럼 지자체나 국가 차원에서 약간의 지원만 있고 조금 교통정리만 잘한다면 우리도 문화콘텐츠에선 일본보다 못할 것이 전혀 없지 않을까요?

현실은 대통령이, 장관이 누가 되느냐? 지자체의 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우리 보통사람들이 누리는 삶의 질과 문화의 인프라가 완전히 달라지고 연속성이 달라지게 되지요. 프랑스처럼 문화를 위한 활동가들을 위한 시스템의 확보는 어려울지라도 문화정책의 연속성, 콘텐츠의 개발은 시간과 사람을 떠나 일관성을 꿈꾸는 것은 과연 어려울까요?

8월, 덥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마지막 더위는 가고 수확의 계절이 오죠. 열심히 하시겠다는 분들을 믿고 다시 한번 속는 셈치고 기다려볼까요. Shall We?

서울문화투데이 나진억 성동구 소월아트홀 관장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