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호 교수, 윤광봉 박사의 『한국연희예술사』 출간을 기리며
서연호 교수, 윤광봉 박사의 『한국연희예술사』 출간을 기리며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3.2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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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서 "학문적 결실인 동시에 윤박사 인생의 승리" 윤 박사 업적 높이 평가

지난 17일 오후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이사장 양혜숙) 주최로  윤광봉 박사의 『한국연희예술사』 출간을 기리는 출판기념회 및 샤마니카 세미나 발표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양혜숙 이사장을 비롯한 이상일 교수(연극 무용), 홍윤식 교수(불교 민속), 최인학 교수(비교민속), 임돈희 교수(무형유산학회 회장),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 김덕수 한예종 교수 및 한국연희와 인연을 가진 원로학자, 예술인, 윤박사의 친지 등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 윤광봉 박사의 『한국연희예술사』 출판기념회 및 샤마니카 세미나 발표회에 참석한 주요인사. 앞줄 좌측 네번째 서연호 교수, 여섯번째 윤광봉 박사

이날 서연호 교수(고려대 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와 한예종의 최창주 교수는 축사를 통해 윤 박사의 책출간 의의를 밝혔다.

특히 우리 <한국연극사> 서술의 권위자인 서연호 교수는 축사를 통해 “일본에서의 오랜 세월의 지독한 외로움과 소외감, 학문적인 투쟁, 그리고 한일의 갈등에서 빚어지는 매일매일의 정신적 고뇌에서 윤 박사는 과연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면, 저도 가슴이 아리고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고 말하고 “그럼에도 학자만이 가야할 길을 용기있게 도전해, 오늘날에 이 큰 업적을 이루어냈다”며 격려와 치하를 아끼지 않았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서연호 교수의 축사가 윤 박사의 책 내용을 톺아 볼 수 있는 명문이라 여겨 전문을 게재한다.

다음은 축사 전문.

▲ 서연호 고려대 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윤광봉 박사의 『한국연희예술사』 출간을 기리며>

오늘 저는 윤광봉 박사의 한국연희예술사 출간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한 보름 전에 윤  박사로부터 책을 받고, 며칠 사이에 다 읽어 보았습니다. 30년 전 박사 학위 논문을 책으로 엮은 『한국연희시연구』(1985, 개정판 1997)를 읽은 감동이 되살아나는 감흥을 느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저술이고, 뜻있는 연구이고, 힘들여 얻어낸 결실이라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윤박사에게 다시한번 축하와 감사의 경의를 표합니다. 이 업적이야말로 척박한 우리 학계에서 오랜만에 이루어진 소중하고 값진 연구 성과로서 높이 평가됩니다.

<유사한 중국 일본의 연희를 살피며> 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책은 비교연희학 연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인 동시에 윤 박사의 학자로서의 탁월한 위상을 드러내는 서술 방법입니다. 특히 인도에서 발원된 불교예술(伎樂)이 중국으로, 한반도로, 다시 일본으로 전파되며 발달한, 그 거대한 흐름을 찾아 각기 어떠한 연희로 변이되고 창작되었는가를 밝혀내고자 한 노력이 돋보입니다. 윤박사가 어린 시절 불교와 관련된 환경에서 성장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뿌리 깊은 인연의 꽃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제1부의 <상세 원시 가무시대>의 서술은 우리의 조상인 동이족의 문화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고대의 문헌을 비롯해, 지난날, 동북방에서 발굴된 여러 가지 유물들의 조사기록을 충실히 참고해 이만큼이라도 역사를 복원해 놓았습니다. 넓은 해변에서 거센 파도에 부서진 조개껍질들을 주워 모아 그 본디의 모습을 맞추어 보고, 또한 원형을 발견해 내는 간절한 모습에 비유됩니다. 잃어버린 문화를 찾아가는 윤 박사의 이미지가 선연한 연구입니다. 동이족의 연희가 보다 분명해질수록 우리의 세계적 존재성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입니다.

제2부 <삼국 및 남북국시대> 의 서술에서 고구려의 부분이 특히 주목됩니다. 아시는대로, 고구려 고분은 지구상에 하나뿐인 유산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북한과 중국에 놓여 있어 우리 학자들에게는 조사와 연구에 대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윤박사는 고구려와 관련된 고문서의 자료들을 모두 조사하고 아울러 북한에서 발간된 『고구려문화사』의 자료를 합쳐, 우리가 잘 모르는 고구려 연희의 실체를 밝혀 놓았습니다. 이것이 고구려의 전부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진일보한 성과임이 분명합니다.

저에게 허용된 짧은 시간에 이 책의 모든 내용을 일일이 다 되짚어 보기에는 무리입니다. 이미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특징만으로도 윤 박사의 노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박사 자신이 말씀하셨듯이 이 책은 미진하고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시간이 모자라고 연구여건이 불리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건강을 잃어 상당 기간 침체의 세월을 보낸 것도 사실입니다. 책을 마음껏 쓴다고 해도 또한 출판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작업입니다.

저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각각 1년씩 2년간 일본의 대학에서 외국인 교수로 재직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매해 여름방학마다 다섯 차례 각 지역의 문화프로그램을 조사하는 연구단에 소속되어 전국을 순회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뼈에 저리도록 느낀 것은 일본에서의 학자생활이 얼마나 어렵고 고달픈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윤 박사는 무려 10년이 넘게 일본 국립히로시마대학에 재직하고 그곳에서 교수정년을 맞았습니다. 그 오랜 세월의 지독한 외로움과 소외감, 학문적인 투쟁, 그리고 한일의 갈등에서 빚어지는 매일매일의 정신적 오뇌에서 윤 박사는 과연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면, 저도 가슴이 아리고 연민의 정이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학자만이 가야할 길을 용기있게 도전해, 오늘날에 이 큰 업적을 이루어내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연희예술사』의 출간은 학문적인 결실인 동시에 윤박사 인생의 승리인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우리 학문사의 또 하나의 열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윤박사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아울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생 뒷바라지를 맡아준 부인의 수고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못다 이루신 일을 성취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