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왜 하냐구요? 밥을 왜 드세요?”
“연기 왜 하냐구요? 밥을 왜 드세요?”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8.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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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6, 극단 ‘자유로’서 기본기 닦아, 자신의 연기에 늘 만족 못해

▲ 무색무취로 세상의 모든 색과 향기를 담고 싶은 당돌하고 배짱있는 신인연기자 '지수'
공중파·지상파도 아닌 케이블 방송에서 단 1회 출연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린 신인배우가 있다.

2008년 9월 ETN 드라마 ‘세븐독’에서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놀라움보다 기대에 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지적이고 맑은 이미지에서는 도무지 상상이 안 가는 ‘싸가지 없는’ 잘나가는 모델 세나역으로 한물간 선배에게 비꼬고 빈정거리는 말투나 선배의 남편을 유혹하는 뇌세적인 눈빛과 손길이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오디션 당시, 왜 케이블 방송에 왔냐는 감독의 질문에 “연습 삼아 왔다”는 솔직한 대답으로 감독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그 말하면 떨어질 거라든가, 감독님 마음에 들만한 대답을 하려고 애쓰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든 나는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나를 속이고 싶지 않았거든요”라고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그녀. 감독은 그런 그녀의 당돌함에 반했다.

당연히 그녀가 아니라도 그 역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녀의 배짱에 오기도 생긴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혀 그런 역을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은 이미지의 그녀가 그 역을 소화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고, 그녀의 완벽한 바디라인도 한몫했다.

사실 그녀의 키는 165cm, 모델 역을 소화하기에는 작은 키지만 34-22.5-33의 완벽한 바디라인은 키크고 늘씬한 친구들도 부러워하는 모든 여자들의 꿈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속에 묻혀있어도 그녀가 돋보이는 이유는 완벽한 바디라인 때문은 아니다. 그녀가 내뿜는 밝은 에너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을 가졌다.

故 최진실과 박신양 주연의 영화 ‘편지’의 박경원 촬영감독은 “배우는 온 몸으로 연기하기 때문에 연기는 기본이고 얼굴과 몸매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지수는 석고상을 칼로 깍아 놓은 듯 아름다운 비너스의 몸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외모나 몸매보다 그녀의 밝고 티없는 성격이 그녀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올드보이‘, ’잔혹한 출근‘ 등에서 독특하고 개성있는 연기로 모든 작품마다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배우 김병옥 씨도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고 있지만 성공한 여자배우들은 모두 ‘배짱’이 있다”면서 “자신의 연기에 대한 믿음이 그녀에게 배짱을 갖게 하는 것 같다. 꿈이 큰 그녀는 성공할지도 모르겠다. 지켜보겠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야인시대의 시라소니로 유명한 조상구와 자니윤 등이 소속돼 있는 아이림픽쳐스 김병철 대표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를 데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고난 근성과 연기에 대한 끈기, 잘 될꺼라는 막연한 자신감.

“많은 배우를 키우고 봐 왔지만 오랫동안 연기 연습을 하면서도 지치거나 조바심내지 않고 자신감을 잃지 않는 당당함이 어떨 때는 무식하게 용감하다 싶을 때도 있다”면서 “그녀만큼은 한국의 누구, 할리우드 배우 누구가 아닌 ‘지수’라는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브랜드를 가지는 ‘그 이상’의 인물을 만들고 싶다”고 그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연도 아니였던 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끼와 대사 전달력, 정확한 발음으로 같은 방송사의 프로그램인 연예스테이션 PD가 그녀에게 오디션을 제의했다. 2008년 11월, 고 안정환이 진행하던 ETN 연예스테이션에서 MC로 잠시 활동하며, MC의 자질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주어진 역할에 심취해 열심히 했을 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역할을 제의받아 기뻤어요. 오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기에 걱정보다는 주저하지 않고 오디션부터 봤어요. 그리고 집에서 열심히 연습했죠”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또 다른 욕심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왔다.

연기에 있어서 만큼은 어떠한 두려움이나 어려움도 없는 그녀는 작품이 자신을 위해 존재해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잘 알며,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다양한 연기 경험을 통해 다양한 색깔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는 생각이다.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연기에 대한 고집과 신념이 확고한 그녀는 이미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연예인의 끼가 넘쳐 주위로부터 연예인을 권유받으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막연히 연기자를 꿈꾸왔다.

운이 좋았는지 1998년 5월, 살고 있던 일산신도시에 이주한 연극인과 탤런트가 중심이된 고양시 최초의 지역 전문극단인 ‘자유로’가 창단됐다. 극단 ‘자유로’는 탤런트 박근형·양택조씨와 문화방송 공채 15기 동기인 정성모·조형기씨 등 일산에 거주하는 100여명의 연예인들이 모여 지역을 위한 연극활동과 함께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연극 교육을 시켰다.

지수는 대선배들의 연기 지도를 받으며, 10명의 또래 친구들과 함께 창단 기념으로 공연할 가족뮤지컬 ‘꼬마 비비와 후크선장’에서 후크선장과 같은 편인 여자 마적 역할을 연기했다.

당시 일산 호수공원에서의 공연은 시민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냈을 뿐 아니라 1999년 국제아동 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경기도지회 (지회장 윤봉구)가 주최한 ‘제 1회 경기도 아동극 경연대회’에서 생동감있는 춤과 노래, 독특한 무대와 조명으로 심사위원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은 넘치는 끼를 보여주기에는 평범한 여느 여자아이처럼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았다. 공연은 잘 마쳤지만 ‘더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면 앞으로 연기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위의 질책과 비난보다 참을 수 없는 건, 끌려다니는 듯한 연기에 스스로 만족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여기에서 물러설 순 없었다. 연기 말고는 생각해 본 적도,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렇다고 왜 연기를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었다. 그건 그녀에겐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니까.

변화가 필요했다. 2002년 스스로의 변화를 꾀하고자 그녀는 떠났다. 일본에서의 2년의 생활이 자신을 바꿔놓았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이쁘게만 봐주니까 자존심이 강해졌어요.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되고 타인의 평가가 부담스러워졌어요. 그래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서투른 것 같아요. 일본은 개성을 존중하고 나를 틀에 가둬놓고 보지 않아 그런 두려움에서 많이 자유로워졌어요”

어릴 때부터 오로지 관심은 ‘연기’ 뿐이었던 ‘지수’.
눈물을 쏙 뺄 정도로 혹독한 연기지도와 온갖 비난에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어느 누구 앞에서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는 그녀지만 오랫동안 그녀를 지켜봐온 소속사 대표 앞에서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ETN 드라마에서 연기할 때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감독님도 칭찬해 주셔서 스스로 뿌듯해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죠. 그런데 나중에 소속사 대표님께서 그것 밖에 못하냐고 막 야단 치시는거예요. 정말 너무 속상해서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어요. 대표님은 정말 잘했지만 다 잘한다고 하면 제가 건방져질까봐 야단쳤다며 미안해하셨지만 누구보다 저를 잘 알고 지켜봐온 대표님에게 인정 받고 싶었던 마음이 컸나봐요. 그땐 정말 너무 너무 속상했어요”

항상 밝고 명랑한 모습만 봐왔던 소속사 대표도 그녀의 눈물에 마음이 짠했다고.
아직도 여리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녀는 빨강이나 파랑 등의 강한 색채의 원색보다는 어떤 색과도 섞일 수 있는 ‘투명’에 가까웠다. 분명 자신을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쉽게 드러내지 않고 어떤 색과도 잘 섞여 배역과 어우러진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 내는.

자기 개성도 강하고 신념이나 스타일이 뚜렷한 그녀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누구와도 비교되고 싶지도 닮고 싶지도 않아요. 어떤 역할을 맡든 조금씩 저만의 개성을 보태 비슷한 역할이라도 나만의 색깔을 내고 싶어요. 이 역할에는 지수가 딱이야가 아니라 지수라면 이 역할을 어떻게 소화할까,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를 기대하는 배우가 꿈이예요”

남들은 허상이라고 꿈에서 깨라고 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믿고 노력하는 그녀는 ‘연기’를 위해서는 ‘자신’을 버릴 사람이다. 그만큼 연기에는 물불을 안 가리고, 그야말로 연기에 ‘안달난’ 그녀는 최근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배역을 따냈다.

SBS 드라마 ‘왕과 나’의 손재성 감독이 연출하는 SBS 8.15 특집극에서 아이돌그룹 애프터스쿨과 함께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것이다. 올 추석 때 방영되는 이 작품은 가수지망생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지수는 잘난척쟁이에 성격이 아주 까칠하고 못된 가수지망생 중 한 명을 연기한다. 이달 말 촬영을 앞두고 PD에게 대본 달라고 닥달하는 신인배우는 ‘지수’ 그녀 밖에 없을 것이다.

배우로서 완벽한 연기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완벽한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그녀는 일상에서도 항상 주위를 의식하고 자신을 가꾼다. 가끔은 그런 행동이 사치스럽게 보여 주위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고.

“대표님이 항상 말씀하세요. 넌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하냐고. 너무 긍정적이라고. 하지만 그 긍정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걸요. 저도 연기가 마음대로 잘 되지 않으면 지치고 힘들고 앞으로 내가 더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 시간에 연습하자 하면서 자신을 다독여요. 전 최고의 배우가 될꺼라는 걸 믿고 있어요”

프로필

이름 : 지수
생년월일 : 1986. 4. 20
           경기대학교 체육학과 3학년 재학중
키&몸무게 : 165cm , 45kg
특기 : 스키, 무용, 일본어
소속사 : 아이림픽쳐스
경력 및 출연작품
1998~1999 극단 ‘자유로’ (고양시 연극협회)
2008 Etn 드라마 ‘세븐독’ 세나 역
      Etn ‘enu’ MC         
출연예정작
손재성 감독의 SBS 8.15 특집극 (애프터스쿨 출연)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