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축제는 서양요리 축제인가?
교향악축제는 서양요리 축제인가?
  • 탁계석 칼럼니스트(음악평론가)
  • 승인 2016.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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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 오케스트라 전체 55곡 중 창작은 2곡뿐, 지역 교향악단 특성 못살린 두루미의 식사초대
▲탁계석 칼럼니스트(음악평론가)

“ 해마다 4월이면 봄과 함께 교향악축제가 펼쳐진다. 겨울의 무거움을 털고 꽃과 함께 나들이 하는 관객들의 마음이 설레인다. 그러나 올해로 28번째 맞는 축제의 레퍼토리는 변하지 않고 서양메뉴에 경도되어 한류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는것 같다. 지휘자, 협연자 등 출연자들의 입맛에만 맞춘 경연 잔치는 아닌지. 관객과 더불어 소통하는 우리네 메뉴 개발이 교향악 축제가 할 일이고, 예술 1번지 예술의전당의 정체성이 아니겠는가.”

4월1일은 만우절이다. 365일 세계가 공인한 단 하루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날이다.
교향악 축제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올해로 28번째, 19개 교향악단이 참여해 마치 전국체전을 방불케 하며 자신들의 기량을 한껏 뽐낸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올해 교향악축제에서도 여전히 창작은 홀대다. 전제 55곡의 레퍼토리 가운데 창작은 딸랑 2곡(3.6%) 뿐이다. 김대진 지휘의 수원시향이 김성태의 ‘한국적 기상곡’과 임헌정의 코리안심포니가 박정규의 ‘아리랑 연곡’을 할 뿐이다. 두 곡 모두 ‘초연(初演)’은 아니고 ‘재연(再演)’ 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그래도 창작은 없다  

봄에 만물이 소생하고 꽃이 피는 계절에, 새 생명(초연 창작)의 탄생이 없다면 어찌 봄이라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작품을 찾고 연주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서양 레퍼토리를 내놓는 것보다 힘든 것은 안다. 무릇 잔치로 손님을 모실 때는 성의와 정성으로 식탁을 차려야 한다.
그래도 이런 축제에 비로써 평소 예술의전당과 가까이 하기 먼 분들, 이를테면 시장, 도의희의장, 단체장 등 높으신 분들이 대거 예술의 향기에 취하는 날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분들에게 생소한 서양요리만 잔뜩 내놓고 정작 속을 풀 수 있는 향토음식이 없다면 누구를 위한 축제일까를 하는 생각이 든다. 두루미의 식사 초대다. 속이 대단히 거북하지만 체면에 뭐라고 말도 못하고, 남들이 앙코르 박수 치니 하품하면서도 끝까지 치는 것 고역(苦役)이 아닌가.

교향악축제는 지휘자와 협연자, 오케스트라 경연장이 아니다. 교향악축제의 주인은 티켓 사서 극장을 찾는 관객이다. 이것이 비엔나이거나 런던에서 일어나는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분명히 한화가 지원하는 예술의전당 축제다.

사대주의에 함몰 예술의전당 1번지 한국 정체성 외면은 심각 문제 

‘예술 1번지’는 전체 양식에 표준이 되고 영향을 미친다. 해가 거듭되었다고 모든 게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페스티벌과 함께 작지만 오케스트라에 대한 토론이 없는 것도 아쉬움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정명훈 지휘자 파동, 부산, 광주, 포항시향 등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부재와 갖은 파행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한국 오케스트라 병리 현상을 짚어내는 것은 축제 중에 깊이를 발견해내어 현재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지성적이자 자성적인 모습일 것이다.

물론 당연히 축제에는 손님이 북적거려야  한다. 한번 축제를 찾은  관객이 다시 고정 팬이 되기 위해서라도 더 친절하게 감성과 가슴으로 소통할 수 있는 우리 창작 작품이 절대  필요하다.

찾아보지도 않고, 해보지도 않고. 극복 할 의사도 없이,  ‘창작 하면 티켓이 안팔린다’ 는 고정 관념을 갖는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 아닐까.

이런 한계의 벽을 넘어 창작을 했더니 “청중들이 전제 레퍼토리 중에서 한국 곡이 제일 좋았어요!” 하는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 교향악축제가 진정으로 해야 할 작업이다. 이런 핵심 가치와 콘텐트 역량을 무시하고 오래 되었다고 모든 게 전통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명래 고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혼을 가진 예술극장, 정체성이 살아 있는 교향악축제 필요하다.

한국 지휘자가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 작품 연주에 러시아 사람들이. 드보르작 작품 연주에 헝가리 사람이 있는가? 눈을 씻고 찾아보시라. 노랑머리 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만우절 거짓말이 아니다.

100년 전 다카하시도루란 일본역사 학자가 “조선의 민족성에 대해 쓰면서 사대주의는 조선인이 한반도에 사는 한 영원히 지속될 특성”이라 한 말이 뇌리를 때린다.

거짓말이 아닌 듯하다.  그러나 T.S 엘리어트는 그의 장편시 황무지에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다. 우리 창작과 한국 작곡가에게 이 말은 불편한 진실로 뿌리내려져 가고 있다. 미래를 어둡게 하는 교향악축제에 언젠가 음악사는 잔인한 평가를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한류 물결.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예술1번지 예술의전당은 어느 시절을 살고 있는가. 봄의 따스한 햇살이여! 제발 저 낡은 외투를 좀 벗겨 주지 않으렴.

<참가 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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