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문화재]이탈리아 베네치아 유리박물관
[다시보는 문화재]이탈리아 베네치아 유리박물관
  • 박희진 객원기자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 승인 2016.04.05 0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희진 객원기자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서울시 인사동부터 삼청동까지 국내 제1호 공예 클러스터(산업집적지)가 조성된다. 클러스터 지원센터를 거점으로 1인 공방에서 쓰이는 재료의 구입부터 상품개발, 마케팅과 배송까지 지원해주는 시설이 들어서고, 공예품을 판매하는 판매장과 이러한 공예테마로 관광할 수 있는 코스도 마련된다.

그 거점에는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의 가례가 이뤄졌던 안국동 옛 안동별 궁터에 공예박물관이 세워진다는 것이다. 현재는 풍문여고가 들어서있는데, 이를 리모델링하여 공예박물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하여 박물관은 “현대공예작품을 주로 전시할 계획”이라고 언론에 보도됨에 몇 가지 우려되는 사안이 있다.

공예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도시조성과 박물관 건립은 매우 환영할 일이지만 공예산업에 성급함이 전통공예와 현대공예의 개념을 모호하게 잡고, 현대적 전승을 전통공예 범주에서 배재하여 대중으로 하여금 전통공예를 더욱 멀게 느껴지게 할까 우려된다.

한국공예(韓國工藝)는 역사와 사회의 변천에 따라 다양한 개념과 활동 범주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우리공예는 전통적으로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자연과 친밀한 조화를 이끌어준 민족문화의 성격을 지닌 ‘수공(手工)’과 ‘쓰임’에 핵심을 둔다. 전승공예와 현대공예의 범위를 포괄하는 전통공예 전반에 대하여 아직까지 우리는 쓰임의 미를 강조하고, 이것을 수공으로 제작하는 기준에서 이해하고 있다.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공예 클러스터는 분명 한국공예를 기반하고 있는 전통공예 범주에서의 현대적 기능을 더한 공예를 뜻함이 분명한데, “현대공예작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거점에 들어선다고 하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전통공예는 일반적으로 문화재가 계승하는 전승공예를 포함하여 현대적 기능을 더한 창조적 현대공예도 포함하여 정의한다. 서울시가 준비하고 있는 공예 클러스터와 공예박물관은 무엇을 전시할 것인지, 콘텐츠 대상이 한국공예의 어떤 면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섬에 가면, 유리공예 장인들이 모여 사는 섬(VMA, Vetreria Murano arte)이 있다. 섬으로 이뤄진 도시 곳곳에서 유리공예품을 판매하는 상점- 글라스 팩토리(Glass Factory) 쇼룸(ShowRoom) 등을 만날 수 있고, 그 종류와 디자인은 각양각색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유리박물관.(사진=유리박물관 홈페이지 제공)

공방과 상점이 즐비해 있는 이 골목 끝에는 유리공예 공장이 들어서있다. 1인당 50센트를 지불하고 공방의 내부를 관람하는 코스가 있는데, 관광객이 어느 정도 모여지면 공방의 젊은이가 전통을 잇는 장인의 작업에 대해 안내를 시작한다. 공방 내부에선 활활 타오른 불 속에 반죽한 유리에 칸네(Kanne, 긴 대롱)로 입김을 불어넣고 한 손에 든 가위의 손 기술로 전승공예 장인의 기교(技巧)를 볼 수 있다.

1982년부터 유리공예의 섬이었던 무라노는 도시 중심에 세운 박물관(Museo Del Vetro _Glass Museum)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작은 박물관이지만 도시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 공예박물관으로, 유리공예의 제조비법을 지키기 위해 섬에 갇혀 살았던 장인들의 유폐된 삶까지도 전달한다. 전통을 지키기 위해 생존했던 무라노 사람들의 일상 소품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박물관에서 경험할 수 있다.

관람객은 도시 관광을 통해 전승되어온 장인이 위대한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그 쓰임의 가치가 있는 현대공예를 기념품으로 구매하며, 관광의 정점에서는 박물관관람을 통해 무라노의 역사와 미래의 공예디자인을 한 눈에 관람한다. 박물관에는 과거 1천 년간의 무라노 섬의 이야기부터 21세기 제작한 유리공예 작품까지 일별하여 볼 수 있도록 전시하며 전시장에는 그 시대와 정신을 담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서울시가 갖고 있는 무형의 문화유산은 총 44개 종목이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19건이 전통공예이다. 우리의 전통공예는 의․식․주를 위한 대부분의 생활용품과 의식에 쓰이는 소품 등 그 재료를 다루는 장인들이 수공으로 제작하여 공급되어온 역사적 특징을 지닌다.

조선의 왕실문화가 그대로 살아있는 서울, 그 곳에 조선 최고의 손기술을 지닌 장인들의 작품이 생활에 스며들어 있었던 터전 아래 공예 클러스터와 박물관이 들어서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립 공예분야 종합박물관이기에 그 기대가 더 크다.

서울시가 무라노섬과 같이 도시 전체를 공예도시로만 조성할 수만은 없지만 클러스터와 박물관이 서울시가 지닌 역사와 그 기록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한국 공예문화의 최대 플랫폼이길 바란다.

서울시는 현대 생활 속에서 쓰임의 가치를 갖지 못하고 한계에 직면하게 된 공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핵심적인 문화정책을 시작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이탈리아 유리공예의 전통을 잇는 장인의 기술과 공예의 일상을 무라노 선착장에서부터 박물관까지 추억으로 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의 서울시 공예클러스터도 과거를 잊지 않는 공예의 장인정신과 현대적 기능을 더한 새로운 한국의 공예문화를 서울에 가득 담아주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