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우리춤,국립무용단 레퍼토리 <향연(饗宴)>
이것이 우리춤,국립무용단 레퍼토리 <향연(饗宴)>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6.04.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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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동 안무 · 정구호 연출, 다채로운 한국무용 하나의 무대에 총망라한 한국춤의 ‘잔치’

전통의 세계화를 위한 국립무용단의 대형 프로젝트인 <향연>이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해오름 무대에 또다시 오른다.

▲국립무용단의 향연의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극장)

지난 12월 초연에 이은 이번 무대는 전통춤의 대가 조흥동이 안무를 맡고, 다양한 문화․예술 방면에서 창작자로서 활동하는 정구호가 연출한다. 최근 조세 몽탈보 안무의 <시간의 나이>를 통해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국립무용단이 이번에는 한국무용의 고유한 정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향연>은 12개의 한국 전통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한데 모아 세련된 감각을 입힌 고품격 한국무용 작품이다. 전통 춤사위의 원형을 고수한 채 현대에 맞도록 무용수 구성과 무대 요소들을 해체 및 재정리함으로써 한국무용의 동시대성을 꾀했다.

1막(봄)은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 궁중무용, 2막(여름)은 기원의식을 바탕으로 한 종교무용, 3막(가을)은 다양한 민속무용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4막(겨울)에는 ‘신태평무’를 배치함으로써 태평성대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국립무용단의 향연의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극장)

<향연>은 국립무용단 레퍼토리 <코리아 환타지>를 오늘날에 걸맞게 진화시킨 작품이다. 기존 <코리아 환타지>가 여성무용수의 춤이 중심을 이뤘던 데 비해, 남성과 여성의 춤을 동등하게 배치해 에너지와 역동성을 높였다.

명무 조흥동은 여성 위주였던 한국무용계에서 전통춤의 남성화를 꾀하며, 한국무용의 창작적 춤사위와 표현 영역을 확대하는 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연>에서는 ‘한량무’와 ‘학춤’이 어우러진 ‘선비춤’ 등 기존의 남성 춤을 재구성하고, 56명 무용수가 한 무대에 오르는 ‘신태평무’를 새롭게 안무한다.

▲국립무용단의 향연의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극장)

협력안무로 참여한 김영숙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佾舞)’ 전수교육 조교이자 정재연구회 예술감독이다. 궁중무용 전승의 독보적인 존재인 김영숙은 작품의 1막에서 궁중무용 ‘전폐희문’ ‘가인전목단’ ‘정대업지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3개의 춤을 선보인다.

또 다른 협력안무가 양성옥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의 교수로, 국립무용단의 단원‧수석단원‧지도위원을 역임했다. 민속춤의 정수로 꼽히는 ‘승무’를 여성 7인무로 재구성해 선보인다.

여기에 다재다능한 창작자 정구호가 연출을 맡아 미니멀하고 세련된 무대로 대가들이 구성한 한국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정구호는 패션뿐만 아니라 영화 아트 디렉터부터 인테리어 디자이너, 공연 연출가까지 다채로운 분야에서 창작자로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립무용단과는 2013년 <단(壇)> 연출로 처음 인연을 맺은 이래, 같은 해 12월에는 <묵향> 연출도 맡아 감각적인 한국무용 연출로 무용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국립무용단의 향연의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극장)

두 작품 모두 의상을 비롯한 모든 시청각적인 요소들을 감각적으로 현대화시켜서 국립무용단의 파격적 변신을 이끌었다. <향연> 역시 의상부터 무대‧조명‧영상‧음악까지 안무를 제외한 모든 영역을 연출해 작품의 동시대성을 끌어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춤 이외의 모든 요소를 최대한 덜어냈다. 간결한 무대에서 강렬한 색채가 화려하게 증폭되는 무대미학은 우리춤이 더욱 아름답게 돋보이게 한다. 전통춤 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방색을 무대·의상·소품·영상 등에 각기 하나의 색만 배치해 무대 전체를 하나의 오방색으로 완성한 ‘신태평무’는 <향연>의 대표적인 이미지다.

▲국립무용단의 향연의 한 장면. (사진제공=국립극장)

또한 24명 무용수가 ‘오고무’를 추는 동안 360도 회전하는 무대에서는 춤과 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음악은 악기편성을 최소화해 간결하게 완성됐다. 박재록(작곡)과 유인상(편곡 및 지휘)은 이번 재공연에서 12개의 작품별 특징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음악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초연된 <향연>은 올해 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6 한국관광의 해’ 개막식에 초청됐으며, ‘2015년 문화예술 정책 분야의 12대 성과’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통과 현대의 맥을 잇는 대한민국 대표 무용작품으로서 진정한 우리의 멋을 선보이는 <향연>이 이번 봄, 우리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