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친 그리움을 들춰내는 서숙희의 ‘집과 밤’
사무친 그리움을 들춰내는 서숙희의 ‘집과 밤’
  • 조문호 기자
  • 승인 2016.04.2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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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 서숙희의 ‘집과 밤’ 네 번째 개인전이 지난 4월 19일부터 24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낮과 밤을 나눈 그의 그림들은 일련의 그림 솜씨나 말솜씨로, 보는 사람의 아늑한 감성을 건드리며, 말 걸어오고 있다.

낮과 밤으로 나뉘어 그려진 집을 비롯해 물이나 풀, 창고 등의 형체가 희미한 안개나 어둠에 묻혀있다. 선묘 형태로 형체를 흐릿하게 드러내며, 색채 깊숙한 곳에 묻은 이담의 작품은 언뜻 추상화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그림들은 마치 슬픈 상처를 가린 듯, 아늑한 꿈속으로 이끌어 준다.

선 2015_idam_차가 잘 다니지 않은 곳에 구멍가게를 내다_린넨...

보일락 말락  산길을 지나는 자동차의 자취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 올리게 했고, 안개에 가린 듯한 희뿌연 그림들은 마음속에 가라앉은 사무친 그리움을 들춰냈다. 조근 조근 속삭이는 말들이 마치 한 편의 시를 보듯, 긴 여운을 남겼다.

그런데, 서숙희씨는 왜 그토록 집에 집착했을까?
인간의 삶이란 모든 것이 집에서 이루어진다. 사랑도 기쁨도 슬픔도 모두 집에서 비롯되지만, 또 집에서 매일같이 밤을 맞이한다.

선2016_idam_망초꽃핀 운동장_린넨에 아크릴채색 73x60

집은 작가의 많은 기억들을 끌어낼 수 있는 매개였기에 집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의 작품에는 변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도 도사리고 있었다.
오직 서숙희 만이 회억하며 그릴 수 있는 그림이라 생각되었다.

작품은 작가 스스로의 위안이기도 했지만, 작품을 보는 감상자에게도 위안을 안겨주었다.
서숙희씨가 말하고자 하는 그림 이야기는, 잊혀져가는 그리움의 기억을 찾아내고,
슬픈 상처를 다독이며 서로 위안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