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립현대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안애순의 <공일차원> 개작 초연
2016 국립현대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안애순의 <공일차원> 개작 초연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4.2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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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경 시각 +장영규 음악 등 최고 아티스트들 접속으로 발화되는 지점은 어디인가?

안무가 안애순이 진전시키는 가상과 현실의 다이내미즘

국립현대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공일차원(Zero One Dimension)>

디지털의 가상세계인 0이 현실이 되면서 1이라는 숫자로 우리 곁에 함께 숨쉬고 있다. 0과1의 이진법 속에서 인간은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내지만 그 속에서도 조금의 탈출구, 해방구가 보이기 마련이다. 이제 현대인에게 있어 뗄레야 뗄 수 없는 디지털의 세계와 현실의 괴리가 예술과 접목돼 틈새의 아날로그 세계로 이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2016레퍼토리 안애순의 <공일차원>.(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를 위해 안무가인 국립현대무용단의 안애순 예술감독과 영화감독 박찬경과 음악의 장영규의 접속으로 <공일차원(Zero One Dimension)>이라는 발화점을 찾았다.

<공일차원(Zero One Dimension)>은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예술감독의 대표작으로서 진화를 계속해가고 있는 중이다. 오는 5월 13일(금)부터 15일(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지난해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초연 당시 메르스라는 범국가적 재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무용 애호가들을 공연장으로 불러 모았던 작품으로, 시간을 두고 더욱 강렬한 효과를 장착하고 국립현대무용단 2016년 시즌의 두 번째 무대로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주어진 매뉴얼대로 판에 박힌 일상을 살아가는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가상세계를 통해 영웅을 찾는 내용이다. 현실적 모순에 대면해 예술을 통한 가상적 분출구를 마련하고자 한 안애순의 안무는, 영화감독 박찬경의 시각연출, 장영규의 음악 등 각 분야 최고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빛을 발하면서, 동시대 무용으로 거듭나게 된다.

▲국립현대무용단의 2016레퍼토리 안애순의 <공일차원>.(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미술작가이자 영화 <만신>의 감독 박찬경이 작품 전반의 시각연출을 맡아, 공연의 비주얼 요소를 주도한다. 영화, 무용, 국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는 <어어부프로젝트>, <비빙>의 장영규가 음악을 맡았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멀티미디어 퍼포먼스그룹 덤 타입(Dumb Type)의 창립멤버이자 조명디자이너인 후지모토 다카유키(Fujimoto Takayuki)가 조명을 맡았다.

공일차원’이라는 작품 제목의 의미
‘공일차원’이란 제목은 0과 1의 조합이다. ‘0과 1’은 디지털 세계를 이루고 있는 이진법적 부호이자, 해당 언어이지만 ‘없다’와‘있다’를 가리키는 가장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이는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삶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기본적 삶의 방식인 노동과 생존이 사회에서 지속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을 나타낸다.‘공일차원’은 0과 1의 언어로 이루어진 컴퓨터 세계를 재현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존에 내몰린 인간이 소외된 사회와 발달된 기술 사이에 메워지지 않는 괴리를 상징하는 제목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2016레퍼토리 안애순의 <공일차원>.(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0(없다), 1(있다)의 세계, 삶이 압축된 공간으로서의 컴퓨터 게임 세상
<공일차원>은 극도의 경쟁과 피로에 시달리는 현실을 첨단의 컴퓨터 가상세계로 불러낸다. 현실과 자리를 뒤바꾼 가상에서 컴퓨터 게임과 잔혹동화를 통해 개인의 욕망과 억압이 분출하는 심리적 풍경이 드러난다. 가상(현실)에서 전쟁과 폭력, 성적 욕망과 병적인 노동윤리가 증폭해 임계점에 다다를 때 우리는 영웅을 호출한다.

<공일차원>은 위기의 순간에 현실상황으로부터 빠져나가, 영웅을 통해 대중의 세태를 조명한다. 이 시대에 진정한 영웅의 의미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돼야 하는지 묻는다. 0과 1, ‘있다’와 ‘없다’, 현실과 가상, 위기와 구원이 서로를 지탱하는 무대 위 가상공간에 스며든 범속한 우리의 모습에서 영웅의 이면이 비춰진다.

▲국립현대무용단의 2016레퍼토리 안애순의 <공일차원>.(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누군가의 조작에 의해 수동적으로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게임 캐릭터들은 오로지 매뉴얼과 패턴을 따른다.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도 점점 입력된 대로 기능하는 기계화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 의식에서 작품은 시작된다.

왜 영웅인가? 지금 우리는 어떤 영웅을 말해야 하는가? 예술의 역할을 묻다
안애순 예술감독은 기계처럼 내몰리는 우리의 모습을 다른 위치에서 조명한다. 벼랑 끝으로 치닫는, 혹은 모서리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우리의 형상을 아직 추락하지 않고 악착같이 서있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는 것이다. 안무가는 이 세계의 구성원들이 영웅을 호출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힘이야말로, 이들로 하여금 지금의 삶을 버텨내게 하는 원천이자 절망 너머 환희의 힘을 생성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의 2016레퍼토리 안애순의 <공일차원>.(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는 자유로운 관점과 시점 이동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현재의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에 해당한다. 안애순의“희망이 보이지 않는 억압된 동시대에 던지는 환상과 가상의 분출구로써 고단한 현실을 어루만지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말에서도 그 의미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2016레퍼토리 안애순의 <공일차원>.(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공일차원은’ 지난 해 초연 이후 평단으로부터도 대체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

무용평론가 토마스 한은 작품에 대해 “현실과 가상사이의 경계에서 꿈, 실재, 놀이가 응답하다”라고 평가했다.

비평가 방혜진씨는 “대체로 안무의 움직임으로 수렴되거나 심지어 자칫 잉여적 반복에 머물기 쉬운 시각연출 및 음악감독의 공동 작업이, 오히려 각각의 독자성을 유지며 애초의 제한된 지향점을 포관하고 폭발시켜 괴이하리만큼 아름다운 ‘0/1차원(들)’로 발산되고 있다.”고 각각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의 융합이 성공적이었음을 시사했다.

■시간:평일 20시, 주말 15시
■티켓 : R석 3만원 S석 2만원
■문의:국립현대무용단(02-3472-1420) /www.kncdc.kr
■예매: 예술의전당SAC티켓, 인터파크, 예스24, 옥션티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