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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위에서 인생 2막 1장을 시작한 대한민국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
‘2016 유진규의 어루만지는 몸 - 다섯가지 몸맛’, 5.9일~13일, 요기가표현갤러리
2016년 04월 22일 (금) 21:24:08 박순영 객원기자 sctoday@hanmail.net
   
▲대한민국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사진제공=플레이뉴스 문성식 기자)

백세 시대에는 인생 이모작이 가능하다.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유행으로 고용 유연화와 더불어 ‘사오정(사오십세 정년)’이라는 말이 횡행하는 가운데 중년 이후 삶의 새막을 다시 여는 인생 이모작은 점차 행복한 노후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1세대 마임이스트로 춘천마임축제를 직접 만들고 2013년까지 25년간 예술감독을 맡아온 마임이스트 유진규(64)는 2014년 대학로 D.FESTA에서 무대 밖을 뛰쳐나와 거리공연을 통해 본격적인 인생 2막 1장을 열었다. 단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만이 아니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진짜 아스팔트 무대랄수 있는 광화문광장에서 여러 번 관객들과 만났다. 지난해 6월 가뭄이 한창일 때는 여러 아티스트들과 함께 소양댐 안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지난 연말부터 올해 1월 사이에 한달 동안은 중국을 떠돌며 유랑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프로시니엄 무대의 엄숙한 제단에서 내려와 차디찬 아스팔트에서건 말라서 쩍쩍 갈라진 호수 위나 초록 카펫이 넓게 펼쳐진 중국 녹차밭 그 어디에라도 그가 서면 무대가 되었다.

이미 진갑을 넘긴 나이지만 20대 초반 그 어느 누구보다 피가 뜨거운 그는 진정한 ‘딴따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 최근에 마로니에 공원과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2주기 추모공연을 하셨는데.
세월호 이야기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수 있지만 이 일 자체가 같은 동족으로서 어린생명들이 일시에 그 일을 당했는데도 그 누구도 손을 쓰지 못했다. 거기에 대해서 아픔과 슬픔이 있고, 그것을 이겨내는 그것들을 극복해나가는 가운데서 지금 나오는 이야기대로 자꾸 감췄다는 거다. 드러내지 않고. 결국은 유가족들을 매도해버렸고, 작년에 다 돈으로 덮어버리려고도 했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다 덮어버리고 없었던 일로 만들려는게 자꾸 보이니까 이건 같은 동족으로서, 동족이라는게 같은 핏줄, 가족이라는 것 아닌가? 브라질이나 아프리카나 프랑스나 중국, 이런데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우리가 미국 9.11 때문에 그렇게까지 가슴아파하고, 일본 지진 때문에 뭐 이렇게까지 와닿지는 않지 않은가? 자꾸 남의 이야기처럼 덮어버리고 몰아버리고 하는게 너무 안타까운거지. 무엇보다 어린 생명들의 일시에 뜻하지 않은 죽음이 너무 가슴 아픈거고, 또 하나는 아픈 마음들을 위로해주고 안아주고 슬픔을 넘어서주게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게 하니까 이건 인간적인 분노가 일어나는 거지. 그런 마음을 담은 공연을 했고, SNS에도 그런 글들을 써왔지.

   
▲대한민국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사진제공=플레이뉴스 문성식 기자)

- 최근 중국과 국내 곳곳을 다니며 공연도 하시고 토크 콘서트에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바쁜 가운데 새로운 공연도 계획하고 계신데?
마임축제를 뜻하게 그만 둔 후 대략 1년 정도는 심리적으로 공황상태가 왔지. 나의 본분이 뭐냐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어. 예술가로서 다시 일어서야 한다. 할 수 있는 것은 공연과 그에 관련된 강연과 강습. 이번 공연은 재작년(2014년 11월 노을소극장)부터 해온 어루만지는 몸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것을 다시 새롭게 만들었다. 사실 나이도 있고, 또 일종의 매너리즘일수도 있는 거 같아서 그래서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전혀 다른 장르들과 맞부닥쳐 보기로 했다. 예술적 감성이랄까,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어떤 예술성과의 부닥침을 해볼까 하는 그런 생각이 이번에 ‘다섯 개의 몸맛’이라는 작품으로 나오게 되었다.

- 이 시대의 화두가 힐링이기도 한데 선생이 생각하는 몸이라는 것은 어떤 것이고 또 어떠해야할까?
처음에 무언극, 판토마임, 육체표현이라는 용어들을 쓰다가 '유진규의 몸짓'이라는 극단을 만들면서 몸짓이라는 말을 썼지. 이후에 ‘태초에 몸이 있었다’ 이러면서 결국은 몸에 관한게 아닌가, 몸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것, 몸 자체로 돌아온거지. 결국엔 몸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세월호를 비롯, 여러 가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몸의 학대 현상, 몸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물건으로 보는 그런 현상들이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이 시대의 몸에 대한 관점을 가지게 되었지. 근원적인 몸 이전에 ‘이 시대의 몸’이라는 관점을 가지게 되었지. 마임 그 이전에 ‘이 시대에 갖고 있는 몸은 어떠한가?’라는 주제에서 나온 작품들이 어루만지는 몸이고,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몸이라는 연작인거지.

- 이전의 '방'시리즈와는 어떻게 다른가?
예전의 '방'시리즈는 자신의 몸 이전에 존재, 방이라는 공간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존재 이전에 몸뚱아리, 육체 그 자체지. 그걸 드러낸다고 해야할까? 방에서 계속 얘기하고자 한 것은 방이 미로 형태이기 때문에 방에 들어오는 순간 홀로 떨어지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거였는데, 존재 이 전에 몸, 몸뚱아리 자체가 이미 비정상이라는 거지.

   
▲대한민국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아스팔트위 공연.(사진=유진규페이스북)

- ‘다섯 개의 몸 맛’은 어떤 공연인가?
'다섯 개의 몸 맛'은 나중에 정해진 제목이고, 원작인 '어루만지는 몸'으로 각각 다른 분야의 다섯 예술가들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각기 다른 다섯 가지 버전의 ‘어루만지는 몸’ 공연이 만들어진다.

- 몸맛은 어떤 맛인가?
유진규가 생각하는 몸 뿐만이 아리라 각각의 예술가들이 생각하는 몸과 함께 하면서 새로운 관점, 새로운 표현들이 나오게 된다. 그걸 잘 드러낼수 있는 타이틀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좀 더 감각적으로 ‘다섯개의 몸 맛’을 뽑아내게 되었다.

- 최근에 중국유랑공연을 다녀왔다
대금연주자 석자연과 함께 지난해 연말부터 한 달 동안 ‘아름다운 차회’(중국 곳곳에서 차인들이 100~200명이상 모여 함께 차를 마시는 모임)가 열리는 곳마다 다니며 유랑공연으로 중국 윈난 성(云南省) 최남단 시솽반나 등지에서 한국의 공연과 다도를 알리는 일을 했다. 이달 21일부터 닷새간 또 윈남성 유랑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 중국유랑공연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우리는 일제식민지를 통해 급속한 서구화를 거치면서 전통을 무시하고 서구의 것들을 더 우월하고 앞서가는 것으로 여기게 되었지만 중국은 우리보다 더 전통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잘 보전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소수민족의 다양한 문화 역시 잘 살리고 지켜서 관광 자원화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은 많이 부럽고 우리가 본받아야할 것 같다. 지금은 중국에
도 커피 문화가 들어와 일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차 문화는 중국의 국가적인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

   
▲대한민국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중국유랑공연(사진=석자연페이스북)

- 25년간 축제 감독을 맡았고 현재 대학에서 축제 강의를 하고 있고 또 축제를 주제로 토크콘서트도 종종 하는데 우리 나라 축제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우리나라 축제 중에서 축제다운 축제가 없다. 축제의 근본은 사람들을 미치게 해야 하는 것인데 그런 축제가 현재 우리나라에 있나? 그나마 딱 하나 ‘미친 축제’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월디페(월드DJ페스티벌)’ 정도를 들수 있다. ‘미친 축제’의 첫째는 밤을 새야한다는 것. 밤을 안새면 정상인인게지. ‘잠은 집에 가서 주무세요’하면 그게 무슨.., 월디페는 그래도 젊은이들이 함께 음악을 들으며 밤을 지새니까. 브라질의 리오카니발, 스페인 토마토축제 등 왜 이런 축제가 우리나라에 없냐고 하지만 정작 우린 알면서도 못한다.

우리나라 축제가 100년 전, 일제가 들어오기 전만 해도 정월대보름 즈음해서 마을마다 며칠씩 밤을 새면서 축제를 해왔다는데 그게 일제가 들어오면서 싹 사라졌고,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으로 이어져 오다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좀 살아났다가 이명박 정권부터 다시 죽었다. 축제 관계자들의 마인드 역시 그런 걸 원하지도 않고 아예 그런 개념을 모르는 것 같다. 유럽의 에든버러나 아비뇽 등 그냥 롤모델을 갖고서 그걸 따른다. 어떻게 하면 그런 축제가 될까? 내지는 거기 참가한 공연팀 중 괜챦은 팀을 부를까? 이런거다. 그건 그냥 ‘쇼(show)’지 축제가 아니다. 축제의 마인드 자체가 다르니까 그런걸 아예 펼치지를 못하는 거다. 반면 내가 좋아하는 말이 ‘난장’이다. 난장이란 말은 미친 듯이 노는 것, 그런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축제’라고 본다.

- 향후 계획은?
계속 작품을 만들 것이다. 방 시리즈도 다섯 개의 방으로 계획해서 네 개까지는 했으니 ‘파란방’으로 마무리 할 것이고, 어루만지는 몸 그 이후에 몸 그 자체 ‘몸’이란 제목으로 올해 말이나 내년쯤에 선보이게 된다.

   
▲극단 거미 대표 김제민 연출이 버려진 폐가를 ‘몸’에 비유해 사진과 영상, 실제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몸이 등장해 폐가의 안팎과 같이 황폐화된 몸을 은유하며 ‘위로’라는 주제를 표현한다.

“우리나라에 축제가 2천개가 있다는데 정작 축제다운 축제는 없다”는 그와의 대화는 쉽게 끝이 나지 않을것 같았다. ‘미친’과 ‘난장’을 통해 밤새워 신명나는 축제를 강조하는 그의 춘천마임축제는 2013년까지 정말 그런 모습을 보여 왔다. 2014년은 세월호 여파로 어쩔 수 없었다고 보이지만 2015년 공지천 공원에서의 춘천마임축제는 예전의 그 신명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나와 춘천마임축제는 이제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그의 SNS 글을 통해 여전히 춘천마임축제에 애착이 남아있을 그의 심경을 헤아릴 뿐 정작 춘천마임축제에 관한 질문은 선뜻 하기 어려웠다. 오는 5월 9일부터 13일까지 합정역 인근 요기가표현갤러리에서 공연되는 ‘2016
유진규의 어루만지는 몸 - 다섯가지 몸맛’은 닷새 동안 위로’ ‘불멸’ ‘탄생’ ‘흔적’ ‘비상’ 이렇게 다섯 소제목을 달고 각기 다른 공연으로 펼쳐지게 된다.

첫날 공연될 ‘위로’에서는 극단 거미 대표 김제민 연출이 버려진 폐가를 ‘몸’에 비유해 사진과 영상, 실제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몸이 등장해 폐가의 안팎과 같이 황폐화된 몸을 은유하며 ‘위로’라는 주제를 표현한다.

   
▲창작집합소 물오름. 전자음악 및 현대음악 작곡가 그룹이면서 직접 즉흥연주로 무대에 서는 창작집합소 물오름과는 탄‘ 생’이라는 주제로 공연을 이어간다.

김제민의 최근 미디어아트 표현 양식인 ‘타블로 비반트(Tableau Vivant)’는 살아있는 극적 장면이라는 뜻으로 크게 출력한 스틸 사진 위로 영상이 투사되면서 생동감을 불러 일으키며 다양한 표현들을 한다. 둘째날 사운드퍼포먼스팀 불가사리와는 ‘불멸’이라는 주제로 유진규의 ‘어루만지는 몸’이 꾸려진다. ‘불가사리’라는 이름 자체가 죽지 않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불가사리는 음악적 표현에 있어 악기의 다양성, 장르적 다양성 등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나는 즉흥 사운드 퍼포먼스를 펼치는 팀이다. 세 번째 팀은 창작집합소 물오름. 전자음악 및 현대음악 작곡가 그룹이면서 직접 즉흥연주로 무대에 서는 창작집합소 물오름과는 탄‘ 생’이라는 주제로 공연을 이어간다. 탄생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세계를 벗어나야 한다.

   
▲불가사리

어머니의 뱃속을 뛰쳐나와야지만 햇빛이 있는 또다른 세계로 나아갈수 있기에 탄생은 곧 다른 세상의 종말을 뜻한다. 마치 아이의 탄생과 함께 버려지는 태반덩어리처럼. 싱어송라이터인 노갈 등도 창작집합소 물오름과 함께 이날 무대에 오른다.

네 번째날 목요일에는 서양화가이자 바디페인팅 퍼포먼스 아티스트인 배달래와 함께 ‘흔적’을 이야기 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 또한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 누군가는 보지 못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그 흔적을 본다. 만진다. 맡는다. 듣는다. 느낀다. 유진규의 몸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배달래는 공연장 곳곳에 그 흔적들을 남긴다. 흔적은 몸의 시간성과 공간성의 표현이다. 마지막 다섯째 날은 양혜경의 넋전춤이 함께 한다.

   
▲서양화가 이자 바디페인팅 퍼포먼스 아티스트 배달래.

원래 인형극을 하던 양혜경은 삶의 전환기를 맞아 스님으로 출가한 후 종이 인형으로 넋들을 위로하는 넋전춤을 통해 ‘비상’을 표현한다. 유진규의 어루만지는 몸, 즉 현신의 실제 몸과 영혼들을 달래는 넋전무가 어떻게 어우러져 날아오르게 될지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25년간의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에서 내려와 아스팔트와 녹차밭, 말라 쩍쩍 갈라진 호수 위 등 어디서건 무대를 펼쳐보이며 새롭게 인생 2막 1장을 쓰기 시작한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펼치는 무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양혜경의 넋전무

박순영 객원기자 sc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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