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전 개최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전 개최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5.0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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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4일까지 국립현대 서울관, 사회비평 태동 등 한국사회 변화상 읽을 수 있어

1989년 이후 30년간 한국현대미술에 있어 사진이 차지하는 의미를 짚어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4일부터 오는7월 24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되는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Public to Private: Photography in Korean Art since 1989>전이 그것이다.

▲전시장 전경.(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는 지난 30년간 한국 현대미술사에 있어 사진매체가 어떻게 현대미술의 언어와 조우하며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는지를 조망한다. 특히 53명의 작가, 총 200여점에 이르는 작품이 선보이는 서울관 개관이래 첫 대규모 사진전이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은 당대 사진가들과 현대 미술 작가들이 미술의 언어로써 사진이라는 매체를 어떻게 차용하고 사용하며, 어떻게 그들의 시각언어로 만들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디지털 혁명을 경험한 세대가 지난 30년의 변화를 조망하고 앞으로 새로운 사진의 가능성을 마주한 시점에서, ‘사진가’가 미술가(artist)로 불리는 맥락을 주목한다.

▲구본창, 태초에 10-1, 1995-1996, 인화지에 사진(흑백), 면천, 실, 재봉,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크게 4가지 챕터(실험의 시작, 개념적 미술과 개념 사진, 현대미술과 퍼포먼스, 그리고 사진, 이미지 너머의 풍경: 상징, 반 미학, 비평적 지평)로 구분돼, 지난 30여 년간 한국현대미술 속에서 미술의 언어로써 사진매체가 어떻게 사용되고 변화해왔는지를 조망했다.

특히 주목해 볼 전시는 제1,2쳅터의 ‘실험의 시작/Experiment Starts’과 ‘개념적 미술과 개념사진’은 국내 대규모 사진전의 태동과 작가들의 사회비평에 기인한 그들의 다큐멘터리적 시각이다.

▲박불똥, 코火카炎콜甁라, 1988, 포토 콜라쥬.(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실험의 시작/Experiment Starts’은 1989년은 올림픽 개최 이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됐고,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유학한 작가들이 귀국해 활동하던 시기였다. 당시 독일 함부르크에서 귀국한 ‘구본창’이 1988년 기획한 <사진, 새시좌>전과 김장섭, 김승곤 등을 중심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일련의 <한국사진의 수평전>(1991년, 1992년, 1994년)은 작가마다 각기 다른 특징과 태도가 드러나는 작품을 소개하며 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부는 회화적 모노크롬(pictorial monochrome)을 특징으로 하는 ‘주명덕’의 <잃어버린 풍경>으로 시작하여, 1983년 출발한 ‘배병우’의 소나무와 오름시리즈, 1987년에 발표된 ‘민병헌’의 <별거 아닌 풍경> 등 작품의 소재가 작품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지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한편 사진 매체를 다양하게 사용하여 시도된 메이킹 포토(making photography)의 흐름과 사진의 표면적 이미지를 넘어선 추상적이고 비평적인 관점을 탐구하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성완경, 벽이야기, 1981-도시와 시각전_01.(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개념적 미술과 개념사진/Conceptual Launch전시는 사진 매체에 대한 실험의 시작은 이미 1980년대 개념미술(conceptual art) 작가들의 작품에서 시작됨을 환기시킨다. 1981년 현실과 발언의 시작을 통한 ‘성완경’, ‘김용익’ 부터, 민중예술계 작가들의 다층적이며 세대 풍자적인 포토 콜라쥬 작업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 같은 개념사진의 맥락으로 처음 사진매체를 사용하고 본격적인 작품으로 발표한 작가는 성능경이다. 이번 전시에는 성능경의 첫 사진작업인 <S씨의 반평생(1977)>과 <S씨의 자손들 - 망친 사진이 더 아름답다>가 포함되며, 개념미술 1세대라 불리는 이승택이 1980년 초반에 시도한 <지구 위의 드로잉(Drawing on Earth)>을 대형 실사 출력한 사진작품도 처음 소개된다.

▲이승택, 이끼심는 예술가, 1975, 이끼, 씨앗, 색소, 오브제.(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1989년 이후 이러한 개념적 접근은 박찬경이 창간한 잡지 <포럼A>를 중심으로 활동한 사회 의식적 및 비판적 경향의 작가들에 의해서 시도된다. 그들은 과거보다 비평적 개념이 강한 새로운 다큐멘터리적 태도로 다양한 퍼포먼스, 아카이브, 연구 프로젝트 작업을 소개하며 새로운 개념미술의 지평을 제시했다. 북한의 아리랑 페스티발의 노순택, 청계천 재개발을 둘러싼 많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제안을 한 ‘플라잉씨티(전용석)’, 미군주둔의 현 상황을 인식케 하는 동두천시리즈의 ‘강용석’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와 함께 대중문화 속에서 변화해온 사진 매체를 조명하기 위한 패션사진 특별전 <패션을 넘어서>도 함께 선보인다. 이 특별전에는 패션매거진 분야에서 활동하는 22명의 작가, 80여점에 이르는 작품이 전시됐다.

▲패션사진이 전시된 전시장 전경.(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이 특별전에는 본격적으로 패션 화보가 시작된 1990년대 초중반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작품이 소개된다. 가산오광대 등 한국적인 소재를 패션과 접목시킨 ‘구본창’의 패션 사진을 비롯해 패션, 건축 등의 문화콘텐츠와 동물복지라는 사회적 주제를 융합시킨 매거진 <Oh Boy!>의 편집장 김현성, 인물사진으로 잘 알려진 조선희, <무한도전>, <몸짱 소방관 달력> 등으로 알려진 오중석 등 작가 22명이 참여했다.

최근 엘르 베트남, 보그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 매거진 화보를 통해 패션 사진계의 한류를 보여 준 홍장현, 최용빈 등의 작품도 전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