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콘서트홀 건립 공청회, 찬반 입장만 확인
서울시향 콘서트홀 건립 공청회, 찬반 입장만 확인
  • 김용한 기자
  • 승인 2016.05.0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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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대 속, "서울시 의도대로 끌어가기 위한 패널선정, 편파성 띠어"비판도

 서울시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공동으로 세종문화회관 인접 부지(세종로 공원)에 추진하고 있는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을 위한 공청회가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앞으로의 사업추진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토론회의 주요 쟁점은 부지 선정 문제로 서울시와 서울시향은 관객들의 수준높은 음악 감상과 티켓파워를 위해 시내 중심에 전용홀이 있어야하기에 세종로공원이 최적지라는 입장이다.

이에 반대하는 한글학회와 한국정보통신역사학회는 글자마당과 조선어학회기념탑이 있는 세종로 공원은 한국의 문화, 역사공간으로 여기에 서양음악 콘서트홀이 들어선다면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엄청나게 훼손될 뿐만 아니라 광화문 거리를 넓혀 육조거리를 복원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방침과는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고홍석 서울시 문화본부장

9일 오후2시 시민청 태평홀에서 진행된 토론회에는 100 여명 정도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고홍석 서울시 문화본부장의 콘서트홀 건립과 관련한 경과 보고에 이어 이종덕 단국대예술경영대학원장의 기조연설이 펼쳐졌다.

이어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사회로  박대우 서울시 문화정책과장,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유윤종 동아일보 문화기획팀장,김종택 한글학회 이사장,김부중 한국정보통신역사학회 회장,이영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이 각각의 입장을 대변하는 열띤 토론을 펼쳤다.

토론회는 고홍석 서울시 문화관광본부장이  "서울시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도 있지만 금년 본격적 추진하려고 하며 토론 과정을 통해 의견을 청취하고 최적의 장소에 최적의 시설을 짓는 게 시의 방침이다"라며 인삿말을 했다.

예술의 전당 사장과 세종문화회관 사장 등을 역임한  이종덕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강남에는 예술의전당이 있고 잠실 롯데홀도  곧 개관될 예정이므로 강북에도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 건립돼 공연문화의 균형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역사, 문화, 관광자원이 풍부한 광화문이 최적의 장소”라며 서울시 입장을 두둔했다.

박대우 서울시 문화정책과장은 ‘서울시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 비젼 및 목표’라는 주제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후  “국내 클래식 음악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새로 건립된 홀에 서울시향이 상주하게 될 때 정기공연 횟수를 지금 보다 세 배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가능하고, 더불어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클래식 연주도 시민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며 콘서트홀 건립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 관장은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성장할 수 있었으면 발전의 전제는 전용홀이 있어야하고, 바로 세종로공원이 최적지”라고 주장하며 서울시 입장을 적극 찬성했다.

“도시 중심에 클래식 콘서트홀이 들어서야 하며 중국 싱가포르 일본 영국 미국 등 경쟁국들도 거의 중심가에 콘서트홀이 있고, 공연장 입지로서 세종대로가 교통이 편하고 관광중심지여서 적합하다”는 유윤종 동아일보 문화기획팀장 또한 서울시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에 반대의견으로 김종택 한글학회 이사장은 “훌륭한 문자가 문화를 주도하듯 지금 전 세계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한류문화도 바로 우수한 한글문화 때문에 가능했다”며 “글자마당과 조선어학회기념탑이 있는 한국의 문화, 역사공간인 세종로공원에 하필이면 서양 음악 콘서트홀이냐”며 목소리를 높이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김부중 한국정보통신역사학회 회장 또한“세종로 공원에 클래식 콘서트홀을 지으면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엄청나게 훼손될 뿐만 아니라 광화문 거리를 넓혀 육조거리를 복원하겠다는 박원순 시장 최근의 발언과도 안 맞는 것이 아니냐”며 반문하며 "서울시 입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토론 참가자들(좌로부터 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김종택 한글학회 이사장, 좌장 이동연 한예종 교수, 김부종 한국정보통신역사학회 회장, 유윤종 동아일보 문화사업팀장, 이영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이영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이 패널 가운데 마지막으로 토론에 나섰다. 그는 “전통문화와 서구문화가 융합해야 되고, 어차피 서울시립교향악단 전용홀이 필요한 이상 새로 건립되는 전용홀안에 음악에 조예가 깊은 세종대왕의 역사적 음악 진열공간을 설치하면 한글뿐만 아니라 음악까지 재조명돼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라며 제언했는데 서울시의 손도 들어주고 반대 입장에 선 한글학회까지 설득하려했던 그 제언도 큰 틀에서 볼 때 서울시 입장을 찬성하는 쪽임이 분명했다.

이날 예고와 달리 패널간의 토론은 없었고, 참석한 시민들의 질문을 받고 토론회는 다소 싱겁게 마무리됐다. 이날 토론회는 시작 전부터 참석 패널들이 서울시 입장에 기울어진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문화예술계의 비판이 있는 가운데 역시나 서울시 입장을 대변하는 패널을 더 많이 참여시켜 서울시의 의도대로 공청회를 이끌어가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전반적인 흐름은 콘서트홀 건립을 추진하고자 하는 서울시의 입장에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대입장 표명 속에 주최측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는 찬성의 분위기로, 우리가 늘 봐와 익숙해진 관주도 토론회의 지극히 원론적인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송파구에서 온  한 방청객이 콘서트홀 세종로 공원 건립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토론회를 지켜봤는데, 왜 굳이 세종로 녹지를 훼손해가면서 교통지옥이 우려되는 도심에 콘서트홀 이라는 대형건물을 건립하려는지, 마땅한 대체부지가 강북 다른 지역에는 없었는지, 더구나 서울시는 사회적 물의를 야기시킨 '서울시향사태'에 있어 정명훈 감독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도 없이 그동안 정명훈 감독이 추진했던 콘서트 전용홀 건립을 무턱대고 밀어부치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혹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가 추진중인 ‘콘서트홀 건립 사업’은 2014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작년 6월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10월 서울시 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시민의견 수렴 위한 설문조사, 공청회, 시민단체 면담 등이 진행됐고, 오는 8월에는 중앙 투심위 심사가 예정돼 있다. 콘서트홀 건립 사업 기간을 2014~2020년으로 잡고 있고,  총 사업비는 1천912억원이며, 40% 이상은 민간자본을 유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