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수리복원 이후 문화재 상태 지속 점검 필수!
[다시 보는 문화재]수리복원 이후 문화재 상태 지속 점검 필수!
  •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 승인 2016.05.16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지난 2008년 5월, 우리는 6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숭례문이 20분 만에 화마에 휩쓸려 사라지는 현장을 눈물로 지켜봐야 했다. 한 사람의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수백 년의 역사를 상징하던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불타 사라지던 순간이었다.

이에 2010년 2월 숭례문의 보수공사가 시작되었고, 5년 3개월의 시간과 276억 원 예산을 쏟아 부어 숭례문을 다시 세웠다.

그러나 숭례문 복원공사에 참여 했던 업체가 원가절감을 위해 화학안료와 화학접착제를 섞어 규정과 다른 재료로 숭례문 단청을 복원하면서 한 달 만에 단청이 떨어지거나 갈라지기 시작했다.

복원한 숭례문 단청은 다시 42억을 들여 복구해야만 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던 문화재청은 부실 복원공사로 고개 숙인 체 복구에 착수해야만 했다.

숭례문 엉터리 부실공사의 파급은 컸다. 국내 문화재 보존과학 복원기술 분야의 대학교수가 불법으로 공사를 하청 받은 사건이 이어서 터졌다. ‘문화재 보존과학자’라고 불리는 전문가 집단이 가담한 불법 구조가 드러난 것이었다. 국보급 문화재를 면허도 없이 수리해온 한 대학의 교수와 국립현대미술관 공무원, 보존과학업체 대표가 저지른 이 사건에는 20명이 넘는 ‘문화재 보존과학’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입건됐다.

당시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면허 없는 대학교수가 운영하던 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그 간 국보 239점을 하도급 받아 수리해왔다는 것이다. 서화류 수리·보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던 이 대학교수의 불법은 보존과학업체가 문화재 수리는 할 수 없지만 공사 입찰은 따낼 수 있다는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이 바닥을 잘 아는 사람이었기에 저지를 수 있는 범행이었다.

▲화마에 휩싸인 숭례문

알 만한 사람이 저지른다는 비슷한 사건이 지난해 11월 경북 영천에서 또 터졌다. 은해사에 있는 ‘삼장탱화’(경북유형문화재 342호)는 수리하는 데에 안료가 아닌 일반 물감으로 탱화를 수리한 것이다. 이 사건 또한 문화재 보존업체로부터 1500만원을 주고 면허를 빌려 수리사업을 낙찰 받았다.

은해사 삼장탱화가 보물 승격 심사에 탈락되면서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는데, 이 사건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탱화를 수리한 박모씨가 숭례문 복구공사 때 종합점검단원으로 활동했고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이었다는 것. 게다가 한 대학의 교수였다는 사실이다. 문화재 관리 분야에서 알려질 만큼 알려진 전문가가 또다시 저지른 사건이기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는 알 만한 사람들이 담합해 문화재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른다. 최근 전남의 유명 사찰 주지들이 문화재보수 업체와 짜고 보수공사 보조금을 가로챘다가 적발됐다. 문화재보수 업체와 문화재 보수를 명목으로 50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타냈는데 이 사건으로 광주경찰에 송치된 사람만 49명이다.

우리에게 어느덧 놀랄 일이 아니게 되어버린 문화재 수리복원의 범행은 이제 조직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문화재 보수를 위한 공사비의 높은 수익을 노리고 사찰에 고의적으로 접근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폐쇄적인 사업진행방식을 약점으로 노린 것이었다. 여기에 한 술 더 뜬 담당 공무원은 사찰에 자부담금 재원의 출처를 확인하지 않고 보조금을 집행했다.

이렇듯 문화재 수리업체가 무허가 무면허로 작업에 참여하고, 재료의 원가를 남기기 위해서 불법을 저지른 범행 외에 문화재청에서 제공한 재료 자체를 바꿔치기 하기도 한다. 즉, 재료의 불법적 사용은 부수적인 수입인 것이고 이들이 노린 것은 애초부터 보수공사 보조금에 있었다.

▲화재로 폐허가된 숭례문

숭례문의 악몽은 날이 갈수록 끔찍해 지고 대담해지고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게 ‘꿍짝’이 잘 맞는 불법 문화재 수리복원 시스템을 보고 있자니 이보다 쉽게 눈 먼 돈 훔쳐내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문화재 수리복원의 고질적인 문제는 그 범행 수법이 하나 같이 관련 법 규정의 빈틈을 이용했다는 데에 있다. 올 초에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2의 숭례문을 막는다는 심정으로 새로운 법률의 강력한 규제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조금 달리 생각한다. 이미 보존과학과 문화재 수리 업체 및 전문가들의 양심을 버린 돈벌이 빈 틈 찾기가 여기서 쉽게 멈출 것이란 기대는 희박하다.

고질적으로 뿌리내린 이들의 불법은 금액이 크던 작던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문화재를 훼손하고도 당당하게 강단에 서서 문화재 윤리와 보호규정을 가르쳤던 이들이다. 불법이 판을 쳐도 그 판을 뒤집을 법률적 장치가 약하다는 것 또한 문제지만 이미 문화재의 윤리 의식도, 전문가로서의 명예도 기대할 수 없는 그들에게 새로운 법률의 장치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내년부터 부실문화재 수리, 자격증 불법 대여에 자격정지기간을 3년으로 늘린다는 새로운 규정이 마련되었다지만 과연 자격정지 3년으로 돈 맛들인 그들의 범행이 줄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로운 법 규정도 분명 필요하지만 이미 수리복원한 문화재의 상태부터 면밀히 점검하여 지금이라도 아픈 문화재의 치료를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수십 년- 수백 년- 역사를 굳건히 버텨온 문화재가 ‘원형’ 그대로 잘 버텨내고 있는 지부터 확인하고, 이전에 수리 복원한 전문가의 면허여부와 적정한 수리복원 재료의 사용 등 후대에 물려줘야 할 문화재의 상태를 되짚어서 지속적인 점검 아래 불법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겠다. 숨죽이고 있을 문화재 범죄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 온 국민이 살아있는 문화재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문화재 수리복원의 현장을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