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뮤지컬 ‘빨래’ 홍광호 배우에게.
[윤중강의 뮤지컬레터]뮤지컬 ‘빨래’ 홍광호 배우에게.
  •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16.05.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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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우리나라에서 만든 창작뮤지컬이에요. ‘빨래’라는 작품에 나오는, ‘참 예뻐요’ 들려드릴게요.”

그 날, 당신이 그랬었죠. “지킬 & 팬덤, 뮤지컬 오브 더 나이트2011”(2011. 9. 2~ 4. 샤롯테시어터)에서 그랬어요. 그 순간, 많은 관객은 의아해 했던 던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거기에 온 청중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시작한 대형뮤지컬엔 익숙해서, ‘지금 이 순간’을 듣고 싶었던 것이었으니까요. 그 날 거기서 당신이 부른 이 노래를 제외하면, 모두 라이선스 대형뮤지컬의 넘버들이었습니다.

“참 예뻐요~ 내 맘 가져간 사람~”이 노래가 극장 안에 퍼져갈 때를 잊지 못합니다. 극장 안의 무겁고 긴장된 공기가 마치 따뜻하고 싱그럽게 바뀌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그 현장을 기억하고 계신 분이라면, 제 말에 공감하는 분이 많을 겁니다. 무대와 관객이 모두 ‘무장해제’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노래가 그렇게, ‘빨래’가 그렇고, ‘참 예뻐요’가 그렇게, 그 자리에 있던 그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어주었죠.

2016년 봄, 당신이 뮤지컬 ‘빨래’에 출연한다는 말을 듣고 긴가민가했습니다. 당신은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배우이고, 웨스트앤드란 해외무대까지 진출했습니다. 더욱이 당신을 원하고, 당신이 탐낼 작품이 당신 앞에 많이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당신이 선택한 작품은 ‘빨래’였습니다. 당신의 이런 선택을 통해서, 새삼 ‘초심’의 소중함을 생각게 됩니다. 개구리가 되면 올챙이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하던데, 당신은 달랐습니다. ‘빨래’에서의 당신의 노래는, 여전히 맑고 순수했습니다. 빨래처럼, 깨끗했습니다. 빨래를 본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마음을 깨끗이 빨고나온 느낌입니다. 그래요, 요즘 잘 쓰는 말로, ‘힐링’이 되어 나오는 거죠.

당신이 그랬죠. “빨래는 참 예쁜 작품이다” 이렇게 예쁜 작품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서 좋았어요. 대한민국 소극장뮤지컬 작품 중에서, 이렇게 롱런하는 작품이 드물죠. 빨래는 일본에 라이선스 작품으로 수출(2012, 2015)되었죠. 올해 초 중국으로 가서 해외공연도 했습니다.

현재 빨래의 한국공연장에선 요일에 따라서 일본어와 중국어 자막이 지원되고 있죠. 이  나라 사람이 한국에 관광을 와서, 뮤지컬 ‘빨래’를 보게 되는 거죠. 우리 한국인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앤드에서 그 나라 뮤지컬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이제 한국뮤지컬을 이렇게 아시아 사람들이 보기 시작하게 된 것이죠. 이런 역할을 ‘빨래’가 해내서 참 좋습니다.

뮤지컬 ‘빨래’를 보면, 이 작품은 외국인들이 만들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본과 인력이 충분히 갖춰있어도 만들기 어려운 뮤지컬이죠. 그래요, 뮤지컬 ‘빨래’에는 한국인 특유의 ‘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간의 ‘정’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뮤지컬 ‘빨래’에는 화려한 세트도 없고, 과장된 연기도 없고, 웅장한 뮤지컬넘버도 없습니다. 아니, 그렇기에 이 뮤지컬이 더욱더 진솔하게 사람들의 마음에 맑고도 깊게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빨래’와 같은 뮤지컬은 정말 대한민국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뮤지컬이란 생각도 듭니다.

‘빨래’는 참 당신을 닮은 뮤지컬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당신은 그 목소리와 연기로, 화려하고 과장되고 웅장한 것을 능히 해낼 수 있겠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소리를 자제하고 작품 전체를 보는 배우란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소극장 무대에선 배우가 배역에 맞게 역할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그 배우가 갖고 있는 원래의 인간성, 그 배우가 작품을 대하는 진정성이 객석에서 전달 받게 됩니다. '빨래‘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서, 참 기뻤습니다.

뮤지컬 ‘빨래’가 ‘몽골’에서도 보게 되면 좋겠네요. 당신이 맡은 솔롱고가 바로 몽골사람이잖아요. 한국과 몽골은 어쩌면 앞의 두 나라보다 더 민족적, 역사적, 문화적으로 관계가 깊다는 걸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만약 이 작품이 몽골에서 공연하게 된다면, 그 때 솔롱고 역할은 또다시 홍광호배우가 해주길 많은 사람들이 원할 겁니다. 당신의 그 선(善)한 목소리가 몽골의 초원에 널리 퍼져가고, 그 목소리가 드넓은 초원위로 맑고 깨끗한 무지개(솔롱고)가 되길 바랍니다.

* 뮤지컬 ‘빨래’   2016.03.10 ~ 2017.02.26 동양예술극장 1관.
* 의정부음악극 축제 뮤지컬 ‘빨래’, 5.17 ~ 5.18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