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의회, 주민발의 ‘행복조례’ 너무 추상적, 부결
종로구 의회, 주민발의 ‘행복조례’ 너무 추상적, 부결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5.2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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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중복·명의 도용 등 문제도 대두돼

종로구의회에 이색 주민 발의가 상정돼 관심을 모았다.

종로구의회는 지난 23일 제259회 임시회 기간 중 건설복지위원회(위원장 윤종복) 상임위를 열고 주민발의로 접수된 종로구 주민 행복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 (주민발의)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친 결과, 조례로서 제정하기에는 서명작성 명부의 신뢰성 문제와 추상적이고, 행복보장을 한계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부결시켰다.

▲종로구의회 건설복지위원회 상임위에서 종로 주민 '행복'조례안을 심의하고 있다.

이날 상임위가 개회된 건설복지위원회 회의실에는 최은수 복지환경국장이 조례발의 대리자로 참석한 가운데 조례발의 관련 주민 10여 명과 조례의 특이성에 관심을 가진 기자들로 20 여석의 방청석이 가득 찼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민 약 3천 5백천명의 서명 중 중복서명에 대한 논란이 의원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대두됐다. 특히 이미자 의원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서명지가 나왔다고 주장해 주민을 대신해 안건을 제출한 집행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재광 위원은 “이미 제정된 구의 여러 조례들에 주민행복과 관련한 내용들이 상당수 들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발의한 조례안이라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고 해주고 싶지만, 서명의 중복은 물론 필체가 한 사람 것으로 된 것이 2000여 장 정도나 된다”며 “‘법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노섭 위원은 “행복 조례를 만들겠다는 것은, 현재 주민들이 불행하다는 의미인데, 이것은 공무원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에둘러 조례가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고 “어떻게 (주민을)행복하게 하겠다는 건지 행복의 기준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장황하게 설명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이어 “경남 하동에서 2012년도에 3천만 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주민행복 지수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폐기처분을 했다”는 사례를 들며 ‘행복조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박위원은 “집행부에서  서명지를 사본으로 제출한 것은 연령 구분 확인도 어려워 문제가 상당하다” 며 원본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미자 위원은 “주민연서가 3354명이 됐는데, 내가 사는 숭인1동을 확인해 보니 내가 서명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지적하고 “누가 내게 서명을 제안한 사람도 없었고, 나 또한 하지도 않았는데 내 개인의사와는 무관하게 서명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달라. 프라이버시 침해다”라고 집행부에 의혹을 밝혀 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 문제를 두고 윤종복 위원장은 “이미자 의원의 신상이 올라가 있는데 조사할 수 없다”라는 집행부의 답변은 말이 안된다” 며 “개인명의 도용은 중대한 문제이기에 그걸 조사해서 알아본다고 해야 맞다”고 집행부에 일갈했다.

유양순 위원은 “(행복보장)용어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행복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조례안에 6번이나 들어가 있는데 이것은 무슨 보장을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용어들에 대해 집행부에서 수정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와 관련해 최은수 국장은 의원들이 제기한 중복 서명의 문제에 일부는 동의 하지만 주민들이 발의한 조례안은 집행부에서 손댈 수 없는 것이고 주민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발의한 조례로 집행부에서도 지난 해 행복드림팀을 구성해서 주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전문가 자문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회의를 지켜 본 주민들은 “구 의회가 행복조례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의원들의 집행부에 대한 질타성 질문에 반발하기도 했다.

이은영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