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 <피맛골 연가>
[윤중강의 뮤지컬레터] <피맛골 연가>
  •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16.05.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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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님은 시민에게 <피맛골 연가>를 돌려주시길...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박원순 서울시장님께.

뮤지컬 <피맛골 연가>를 아시나요? 이 작품은 몰라도, 피맛골은 아실 겁니다. 서울시민중엔, 피맛골이 사라져서 아쉬운 사람이 많습니다. 거기에 서울의 역사와 서울사람의 마음이 있었죠. 그래도 피맛골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이 작품은 2010년에 초연을 했고, 이듬해에 다시 무대에 올려 졌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이 작품을 본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피맛골 연가’의 몇몇 노래가 마음 한구석에 아름답게 존재할 겁니다.

시장님은, 아시나요? 이 작품이 어떻게 제작되었는가를. ‘서울시’에서 대표 브랜드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대한민국의 뮤지컬에는, 한 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이 꽤 많습니다. 이렇게 지방자치단체가 제작한 작품에는 아쉽게도 작품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죠. 그저 지역홍보에 급급해서 외면하게 되게도 되고요. ‘피맛골 연가’는 달랐습니다. “역시 서울에서 만든 건 다르다.” 모두 그리 얘기를 했었죠.

시장님은, 보셨나요? 배삼식 극본, 유희성 연출입니다. 이 작품은,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 최다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건 무슨 얘길까요?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와 스텝들이 이 작품을 위해 참 노력을 많이 썼다는 얘깁니다. 아울러 그들의 역량이 출중해서, 여러 측면에 봤을 때 완성도가 높다는 얘깁니다.

시장님은, 아시나요?  이렇게 좋은 작품이, 왜 지금 공연되지 않는 거죠?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한 가지만 알려 드리죠. ‘푸른 학은 구름 속에서 우는데’(장소영 작곡)는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라이센스 뮤지컬넘버 일색인 뮤지컬오디션 현장에서, ‘피맛골 연가’의 이런 노래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비록 지금 이 작품은 볼 수 없지만.

시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졌고, 시민들이 사랑했던 뮤지컬이 이렇게 그냥 사라져도 좋은 건가요? 이 작품을 못 보게 된 게, 공교롭게도 시장님께서 시정 활동을 시작한 이후더군요. 누구는 그러더군요. “전임 시장 때 만든 작품이기에, 현임 시장이 이런 작품의 공연을 원치 않는다.” 맞아요? 아니죠?  시장님은 결코 그렇게 좁은 분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박원순시장님께 되신 이후, ‘서울’과 연관된 문화브랜드 혹은 문화콘텐츠를 돌이켜보게 됩니다. 그것중에서 ‘실제’ 시민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나 떠올립니다. 그 중에서 ‘피맛골
연가’만큼 전문가와 일반인들에게 모두 큰 호평을 받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떠올려봅니다. 적어도 ‘음악’과 ‘음악극’ 관련해서 없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피맛골 연가’가 시장님의 재임기간 동안 사장(死藏)되었다는 얘기가 남길 원치 않습니다. 박원순시장님, 그간 시정활동에 너무 바쁘셔서 이 작품을 못 보셨겠죠? 넉넉잡고 세 시간만 내어보세요. 이 작품을 영상이라도 본다면, 당신의 마음이 달라질 겁니다. 뮤지컬의 속 남녀주인공 ‘김생’과 ‘홍랑’이 얼마나 당차고 애틋하고 아름다운지요? 그런 캐릭터가 지금  서울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매우 인상적인 존재로 다가갈 겁니다.

시장님의 임기 안에, 이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르기를 희망합니다. 이건 많은 사람의 생각입니다. 한번 이 작품의 관계자들과 관람객들에게 두루 알아보시죠. 2016년 9월, 뮤지컬 ‘피맛골 연가’를 다시 보게 해주세요. 이 뮤지컬의 스텝과 배우들이 지금도 이 작품을 사랑하고 있기에, 다시 합심해서 무대에 오르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이게 너무 급박하다면, 2017년 9월엔,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꼭’ 그래야만 합니다.

시장님의 재임기간동안 시민들을 위해 여러 일을 하셨겠죠? 그런 일들이 후임시장에 그것을 이어 받아서 실행해야 더욱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겁니다. 그렇게 됨으로써, 진정한 시민들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으니까요. 뮤지컬 ‘피맛골 연가’도 같은 차원에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뮤지컬 ‘피맛골연가’는 ‘행매’의 ‘한 천년’이란 노래로 시작하죠. 행매는 피맛골에 있던 오래된 살구나무의 정령입니다. 그는 초월적 존재로, 아름다운 사랑을 연결시켜주는 중매쟁입니다. 지금까지 ‘행매’는 양희경이 맡았습니다. 이 작품을 보신 분이라면, 이 배우의 목소리가 세종문화회관을 그윽하게 채웠던 감동을 지금도 기억할 겁니다. 다시 그 감동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그런 감동을 서울시민과 서울을 찾은 많은 내외국인들에게 경험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시민에게 피맛골을 다시 돌려줄 수 없어도, ‘피맛골 연가’는 다시 돌려주는 것! 이건 서울시장이라면 꼭 해야 할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시장님, 시장님, 박원순 시장님! 우리는 당신을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