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엽기적인 그녀2>의 실패, 한중공동제작의 책임의식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엽기적인 그녀2>의 실패, 한중공동제작의 책임의식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6.05.3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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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엽기적인 그녀>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01년 개봉 당시 중국은 영화관 시스템도 정착되어 있지 않고, 불법 DVD가 판을 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법 DVD로 1억명 이상이 <엽기적인 그녀>를 봤다고 하니 그야말로 음지에서 시작 된 대박이라 할 수 있다. <엽기적인 그녀>는 불법이라는 굴레로 비록 한국 흥행 수입에 영향을 주진 못했지만 한류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만큼 <엽기적인 그녀>는 한중 양국 모두에 큰 의미 가진 콘텐츠이다. 그동안 수없이 제기되었던 후속편에 대한 논의가 10여년동안 논의에 그쳤다는 것은 전작의 소중한 추억에 대한 대중들의 예우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 개봉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제작 된 <엽기적인 그녀 2>는 이러한 전작의 추억을 망가뜨리는 희대의 졸작으로 대중들의 뜨거운 비난을 받고 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해서 만들었다는 한국 대중들의 비난은 왠지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 대중들은 <엽기적인 그녀2>를 그저 즐겁게만 관람했을까?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2>는 개봉 첫 주 2406만 위안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지난달 29일부터는 일일 박스오피스 10위권으로 밀려나고 평점도 5점대를 받으면서 10위권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4월 28일 일일 박스오피스 작품 중 평점 최저치를 기록했다. 4월 30일까지 누적매출도 3388만 위안에 그쳤다. 탕웨이의 <시절인연2>가 개봉 첫날 로맨스 영화 최초로 오프닝 수입 1억 위안을 기록한 데 이어 이틀 만에 수입 3억 위안을 돌파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박스오피스 수입은 중국 관중들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SNS 웨이보와 영화 평점 사이트 등에서도 <엽기적인 그녀2>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원작을 망쳐놨다는 반응부터 유치하고 개연성이 없다는 의견, 영화관에서 돈 주고 보기 아깝다는 평까지 혹평이 대부분이다. 중국 반응까지 이러하다면 중국을 겨냥해서 만들었다는 <엽기적인 그녀2>의 제작은 완전한 실패라고 평가해도 무방해 보인다. 한국, 중국 관객 모두에게 혹평을 받고 있는 후속작은 오히려 전작의 후광은커녕 간직하고 싶은 추억까지 망가뜨렸으니 말이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이미 다양한 영화 제작사들이 한중 양국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있는 한중 합작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진출용 리메이크작 <나는 증인이다>, <수상한 그녀>,<이별 계약> 등의 성공은 한중 합작의 좋은 선례를 보여주며 선전하였다.

하지만 그 후속으로 선보인 <엽기적인 그녀2>는 오히려 이러한 좋은 선례들까지 빛을 바라게 해 안타까움을 자아내었다. 중국 자본의 영향력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을 그저 수익을 올리기 위한 거대 시장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우리 콘텐츠 업계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

한국의 콘텐츠가 아무리 중국 시장에 인기가 있다고 해도 단순하고 개연성 없는 작품은 어느 누구의 환영도 받을 수 없다. 중국의 자본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한중 양국의 문화적 인식의 차이를 인지하며 조금 더 발전적인 콘텐츠를 생산해내는데 집중 해야 할 때이다.

중국 시장만을 겨냥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우리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마저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엽기적인 그녀2>의 실패를 통해 한중 합작의 제작 방식에 경종을 울리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