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도시개발의 명목아래, 사라지는 문화유산-옥바라지 골목
[다시 보는 문화재]도시개발의 명목아래, 사라지는 문화유산-옥바라지 골목
  •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 승인 2016.05.3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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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원

필자는 본지 5월 16일자 칼럼을 통해 숭례문 악몽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발생했던 고의적인 문화재 훼손의 실태를 정리해 기고했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사건 사고 속에서 잊혀져가는 역사 속 문화재의 훼손은 모두에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조직적으로 변해가는 고의적인 문화재 훼손 사건에 대해 양심 있는 문화재 전문인들의 우려 깊은 목소리에 국민들이 경청해주길 간절히 바랐다.

숭례문 화재의 악몽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엉터리 부실공사로 훼손된 문화재는 무관심 속에 스스로 우리 역사의 흔적을 지워가는 심각성을 분명 인지해야한다.

문화재 현장을 벗어난 밖에 세상에서도 우리 역사와 문화의 흔적이 사라지는 순간은 존재한다. 낡은 과거를 지우고 지금보다 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데에 치중한 도시의 풍경에서 볼 수 있다.

화려하고 거대한 도시를 짓기 위해서 오래된 것들을 없애는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재건축, 재개발을 위해 폐허가 된 도시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우리들에게도 이제 익숙해졌고 땅 값 오를 생각에 기대에 한 창 부푼다. 신도시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경제력 있는 도시로의 외형을 갖추기 위해 낡은 도시를 부셔 없애고 건축물을 개량하는 철거현장은 재개발을 위한 익숙한 절차가 되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의 잔인한 철거가 시작됐다. 철거냐 보존이냐를 두고 사회적 이슈가 되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지만, 여느 강제철거와 다를 바 없이 역사의 현장도, 삶의 터전도 그 자리에 폐허가 되었다. 서대문형무소 길 건너 60-70년대 지어진 낡은 주택과 여관들이 모여 있는 이 곳 ‘옥바라지 골목’은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했던 독립 운동가들의 가족들이 머물렀던 장소이다.

▲서대문형무소 건너편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서대문형무소는 을사조약 이후 국권 침탈을 시작으로 일제가 만든 대표적인 식민통치를 위한 기반시설로 지어졌다. 조선을 다스리기 위한 일본의 전략적인 식민 터였고, 이에 우리 민족들이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저항하다 생을 마감해야 했던 교도소이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민주화를 위해 저항하던 이들이 감옥살이와 고문을 당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독립이든 민주화든 이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젊은이들의 죽음 위에 세워진 우리의 잔혹했던 역사를 담고 있다. 그 곳 길 건너 골목은 나라 살리자고 목숨을 내놓은 내 자식, 내 형제 자매의 옥바라지 애환이 서린 곳이었다.

재개발 조합 측은 역사적 사료나 근거가 없는 데 무엇을 가지고 보존하느냐고 말한다. 기록 자료가 없기 때문에, 무형의 유산이기 때문에 행정 절차상 제공할 수 있는 유형의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곳곳에 남겨진 역사의 흔적들은 보기 좋게 폐허가 되었다.

모든 역사의 현장을 무조건 원형 그대로 남겨두자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옥바라지 골목의 철거유예도 골목의 건물들이 이미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현행 법제도에서는 철거를 막을 방법이 없음을 알고 있다.

필자가 묻고 싶은 것은, 왜 우리에겐 철거만이 도시발전의 대안이냐는 것이다. 건물과 환경을 최대한 살리면서 부분적으로 보수하며 정비하는 보수 재개발은 왜 시행하지 못하는 것일까. 역사적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개선, 보수하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역사는 그 자리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현재를 버티고 있기에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의 생존가치를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 부셔 없애는 것이 현재 진행형인 우리들이 내릴 대안이 아님을 알아야 하며, 긴 세월 역사와 문화를 버텨온 모든 흔적들이 개발의 명목 아래 없어져도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옥바라지 골목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철거를 앞둔 인천의 남구문화체육센터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문화재청이 근현대 체육시설 일제조사를 하면서 인천시에 협의를 거쳐 문화재 등록을 진행하였는데, 인천 남구에서는 이 시설의 문화재 등록에 대해 난감하다했었다. 과연 우리 지역의 건축물을 문화재로 등록해 관리보존하자는 것이 지역구에서 난감해 할 사안인지 묻고 싶다.

최소한 지역 문화재로서의 가치 판단은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업무라 할지라도,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의 가치를 지닌 대상에 대한 정보는 지속성을 갖고 지자체가 조사를 통해 먼저 인지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문화의식이 부족하다 국민 탓하기 전에, 지자체의 공무행정에서도 우리 문화를 지켜내고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기본적인 의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개발 주체와 문화재청, 자치단체 간 갈등의 대안은 문화재 보존의 공감이 개발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첫째이고, 지역발전을 위해 역사 문화의 흔적들이 도시의 환경을 저해하지 않도록 이를 대비한 보수 재개발을 위한 체제의 마련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가치의 충돌은 오래되었다. 둘 다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늘 갈등의 요소였지만 국민이나 문화재가 피해를 최소화하며 상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자치단체나 정부가 찾아야 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그 문화의 현장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훼손해 놓고 어쩌겠냐며 울부짖지 말고, 실적 쌓기 위해 다그치고 재촉하지 않길 바란다.

사라져가는 그 역사 속의 흔적을 오랜 세월 지켜온 소수의 주민들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지역의 문화와 문화재를 연구해온 이들이 참여하여 진득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이들의 갈등은 폐허가 되어버린 옥바라지 골목처럼 갈등이 불거지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이를 복구하고 살려내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찮게 들 것이다. 여러 갈등 요소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진중함과 개발 이전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찾는 지자체의 노력부터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