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서대전역/이은봉 시인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서대전역/이은봉 시인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6.05.31 1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대전역


                                        이은봉 시인(1953~)

호남선 완행열차가 울고
열일곱 낯선 소녀가 울고
‘시립아동보호소’
높은 입간판이 보이는
정월대보름
전깃줄에 걸린, 방패연이 외로운
낮 열두 시.

------------------------------------------------------------------------------------------------

▲공광규/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서대전역은 대전 서쪽에 있는 역이어서 붙여진 열차역 이름이다. 호남선 완행열차가 종착하는 서대전역 광장에 전라도에서 열차를 타고 상경한 “열일곱 낯선 소녀”가 서 있다. 가난 때문에 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잃은 소녀는 돈벌이를 위해 무조건 큰 도시로 가는 열차를 탓을 것이다. 그리고 종착역에 내려서는 더 이상 낯선 세상을 감당 할 수가 없어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고 울면서 서 있는 것이다. 아! 슬픈 우리들의 누이. 서대전역 광장에 시비라도 하나 세우고 싶다.(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