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인터뷰/강기성 전 천안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일률 규정 문제, 변화된 행정 시스템 마련되길”
[미니 인터뷰/강기성 전 천안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일률 규정 문제, 변화된 행정 시스템 마련되길”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5.31 1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강기성 전 천안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억울한 퇴진, 논란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722

공공기관의 예술가에게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벌금을 내게 됐다는 얘기는 강 지휘자 사례에서 처음봤다. 어떻게 된 것이고 얼마를 냈나?
450여 만원 정도를 냈는데 아마 한 달 정도를 계산한 것 같았다. 외부 심사라든지 또는 병가라든지...찾아가는 연주 같은 것들로 합창단의 단무장에게 통보하고 일처리를 했는데 시에선 무단결석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더라. 빠진 일 수 만큼 반환하라고 청구서 비슷하게 보내왔기에 그냥 냈다.

▲강기성 천 천안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그런 내용을 조사 받을 때 소명을 하지 않았나?
당연히 소명했다. 무단결근 인정했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심사를 갔던 것들이었기에 그 부분을 말했다. 나는 이유없이 빠진적이 한 번도 없다. 이런 얘기를 시청 감사과 조사에서 충분히 다했는데도 그것은 합창단에서 유연하게 감성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승인을 받지 않고 갔기에 규칙에 어긋난다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말을 듣고 조서를 쓰기에 정상 참작되고 반영된 것으로 이해를 하고 나왔다. 결과적으로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위법을 다 인정했다고, 징계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하더라. 이것은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 사퇴를 결심했다.

내 입장에서는 일반 합창단원에 해당되는 규정은 알고 있었으나 지휘자가 관례적으로 일일이 외부 출연 등, 활동하는 것에 보고하고 가는 일들이 별로 없었기에 승인절차를 따로 시에 고지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외부출연(다른단체) 연주 활동에 대해서는 이미 합창단을 맡기 전에 고지했는데도 불법이라는 것이다. 합창단에 지휘자를 위한 규칙, 개인 예우 부분은 구분이 안 돼 있었다.그래서 통상 지휘자들의 일반 관례에 따라 활동했는데 단원들의 복무규칙을 지휘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해 버린 것이다.

단원들과 같이 복무규정을 단원들과 같이 적용하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휘자의 경우는 단원들과 달리 활동범위가 넓고 업무내용도 틀리기에 똑같이 적용하다보면 걸리게 될 수밖에없다. 나는 (특별히 어떤 튀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다른 합창단과 마찬가지로 일반 관례대로 따라했다.

그런데 꼭 사퇴까지 해야했나?
지휘자가 징계를 받으면서 한 단체에 있을 정도라면 본인이 아쉬워서, 그 곳이 아니면 안된다는 자세로 전전긍긍한다면 몰라도 내 입장에서 그건 아니다. 그 징계를 받으면 평생 딱지가 돼 불명예를 달고 다닌다. 다른 곳에 가서 활동할 때도 지장을 받기에 부담이 컸
다. 그래서 사표를 내기로 결정한 거였다

당시 단원들이 시에 진정서를 내는 등 지휘자 사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데.
중요한 것은 단원들과 나하고 신뢰가 두터웠다. 사실 내가 부임한 이후 이례적으로 천안시립합창단이 잘되고 있었다. 모든 면에서 갈라져 있던 단원들이 한마음으로 화합이 됐다. 그래서 단원들이 너무나 아쉬워했다. 단원들도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지
휘자의 상황과 음악인으로서의 상황을 이해하고 징계 조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서 전 단원이 서명을 했고 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돼버렸다. 이는 공무원 세계에선 공무원들이 하는 대로해야 한다. 음악인들이 하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힘있는 자가 왕인 거다, 그 사람들의 생각이 맞으면 맞는 거다. 문제는 음악인의 감성과 정서 그것이 존중돼야하는데 그것을 이해 못하는 세계에서 부닥칠 때 음악하는 사람이 힘이 없어 약자가 되는 것이다. 디테일한 감성을 모르는 사람은 끝까지 몰라서 내가 잘못한 것이 되는 것이다.

▲강기성 전 천안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사퇴 후 단원들과 송별회 후 단체 사진.

천안시에 할 말이 많을 듯하다.
아무리 공무원들이 정해 놓은 법이라지만 모든 단원들이 원하고 지역의 음악인들이 공감한다면 그 법은 재고해 봐야 한다. 음악적 감각이 없는 공무원들이 갑의 위치에서 권위적으로 횡포에 가깝게 고집스러운 주장을 한다면 ‘힘없는’ 음악인들이 어떻게 소신껏 음
악 활동을 하겠는가. 여러 가지 행정적 간섭이 오히려 잘 만들어져 가는 단체를 망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잘못된 법을 현 실정에 맞게 고치는 것이 발전적이고 잘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단원들이 이건 아니라고 안타까워하고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없었고 공무원들의 간섭으로 오히려 지금은 예전보다 더 힘든 분위기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퇴로 예술단체를 망치는 꼴이 돼버렸다. 어쨌든 천안시립합창단의 이번 일로 잘 못된 점을 바로 잡아 조금은 변화된 행정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

*강기성 지휘자는 서울대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그-만하임 국립음대 지휘과를 졸업했다. 제19차 매스터 플레이어즈 국제지휘콩쿨/ 어너디플로마/고양, 군산, 천안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역임/ 서울, 부천, 성남, 울산, 원주시립합창단 객원지휘/수원대학교 합창지휘 객원교수/한국교회음악협회/ 한국합창지휘자협회 이사/포스메가 남성합창단 상임지
휘자 등을 역임했다.

이 은영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