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동시대 무용의 새로운 모색 안무랩 퍼포먼스 <여전히 안무다; 장치>
국립현대무용단, 동시대 무용의 새로운 모색 안무랩 퍼포먼스 <여전히 안무다; 장치>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6.23 2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ART 2. 25~26, 2016 선정 안무가들의 작품 일곱/ 강진안, 김이슬, 나연우, 남정현, 송주호, 이은경, 주현욱

예측 불가능한 안무 실험 프로젝트

매끄러운 평면 위에 흩어지는 물방울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안무가 찾아온다. 이미 파여진 홈을 따라가기보다 주어진 틀을 되묻는 안무 실험 프로젝트가 한참 진행 중이다.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은 지난해에 이어 젊고 실험적인 안무가들을 위해 ‘안무LAB(Choreography LAB)’(3월~6월)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 안무 실험실에 참여하는 안무가는 7명 - 강진안, 김이슬, 나연우, 남정현, 송주호, 이은경, 주현욱이 선발됐다.

▲윤자영,<변신-아버지 ‘금으로 된’>.(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예년과 달리 이번에 공모로 전환해 참신한 시각과 잠재력을 인정받아 선발된 이들은‘안무LAB’을 통한 3개월간의 실험 작업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바로‘안무LAB’연계 공연인 <여전히 안무다: 장치>를 오는 25일(토)~26일(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에 앞서 또 하나의 올해 안무랩 공연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2014-2015 안무랩 참여 안무가들의 작업 가운데 재공연작을 선정, 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선보였다는 점이다. 지난 22~2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선보인 오설영, 윤자영의 작업이 다시 무대에서 만난 것이다.

▲오설영,<빅빅빅땡큐(BigBigBigThankyou>.(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2014 안무랩에 <극장을 빌려드립니다>로 참여했던 오설영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내재된 기억을 호출함으로써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호명된 그 무엇이 이어져오는 방식을 리서치하고 그 관념화된 허상을 드러내는 작품을 소개했다. 2015 안무랩에서 <변신-아버지>를 선보인 윤자영은 전년도에 이어 중년 남성들의 일상에서 발견되고 리서치 된 기이한 몸과 순간들 가운데 자본에 대한 판타지와 음영을 다뤘다.

 ‘2016 안무LAB’의 화두, ‘장치’- 공연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에 대한 탐구와 실험

‘안무LAB’은 젊은 안무가의 창작을 다각도에서 지원하기 위해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설계한 프로그램이다.‘안무LAB’이라는 실험의 장에서 펼쳐지는 작업을 통해 안무가들은 각각 자신만의 안무를 재정의하면서, 기존의 안무 영역 밖 요소들까지 안무로 포섭하는 일련의 실험을 지속한다. 또한 이들은 작품의 키워드를 통해 춤에 대한 재해석을 모색 한다.

▲김이슬, “시각이라는 감각을 통한 신체 놀이. 시선의 제한 혹은 연장은 어떻게 안무 생성의 도구가 될까? 피사체로서의 경험이 안무적 재료가 되다.”.(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 익숙한 길이라도 새롭게 가는 방법을 발견한다는 차원에서, 기존의 안무에서 탈피하지만 ‘여전히 안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험적인 작업을 위해 국립현대무용단에서는 안무가들에 필요한 창작의 리소스, 협력 아티스트의 조력, 물리적 환경 구성 등 다방면에서 창작을 지원하며 안무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지원한다.

▲이은경,“무용이 아닌 것으로 치부되지만 내 생각에는 무용인 것들, 혹은 그 반대인 것들을 분류할 때 일어나는 발상들”.(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특히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해서 3회째 진행되는 2016년의 안무랩은 ‘장치(apparatus)’라는 화두를 내세운다. 흔히 안무라고 부르는 것에 속하지는 않되 안무를 작동하게 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공연이 이루어지는 극장에서부터 공연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조건들에 대해 재질문하고자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안무 실험 과정

3개월간의 안무랩 기간 동안 7명의 안무가들은 안무의 개념들과 요소들, 그리고 동시대의 이슈들에 대한 토론과 실험을 지속하였으며 이는 각자의 화두에 수렴돼 작업으로 발전했다. 작업 과정의 프로그램은 크게 4가지 범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협력 아티스트와의 워크숍 및 강연, 작업과정 소개와 공유, 스튜디오 리허설, 공연 및 도큐멘테이션 등으로 체계화된다.

▲강진안,“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틈이 생긴다. 그 틈을 탐색하고 변화시킨 안무. 추가와 삭제, 왜곡과 변형이 시간 공간을 직면한다.”.(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특히 올해는 강의 프로그램을 안무에 관심 있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오픈 렉처’로 진행하여 국내 창작 환경을 좀 더 풍성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공연미학과 미술사, 무용사, 현대음악, 현대과학, 리서치와 안무현장을 아우르며 다양한 강의를 제공했다. 참여 안무가의 개별 작업 과정에 동참하는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로 사회학자 서동진, 비평가 방혜진, 무용학자 제환정이 협력했다.

▲송주호,“춤을 위한 제의적 공간과 춤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장소를 한 번 겹쳐 놓아보는 것”.(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익숙한 블랙박스 공간을 탈바꿈시키다

위와 같은 지난 3개월간 일련의 결과물을 소개하는 자리인 <여전히 안무다>에서 7명의 안무가는 기존의 공연 형태를 탈피하여 릴레이처럼 이어지거나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무대를 연다.

전시회처럼 관객이 자유롭게 관람 대상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각 작업의 특성에 따라 마련된 관람 안내를 따르며 감상할 수 있다. 일반적인 관람 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해석과 체험으로 이어지는 동시대 예술의 실험성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다.

▲나연우,“움직임을 발생시키기 위한 환경 설정의 안무. 공연이라는 미래를 위한 현재의 행동은 어떻게 안무로 확장될 수 있을까?".(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참고로 2014~2015 안무랩 참가작품의 성과는 해외 무대의 활발한 진출을 꼽을 수 있다. 동시대 안무 실험의 장인 이번 ‘안무LAB’을 거쳐간 안무가들은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4년 안무LAB 퍼포먼스 <여전히 안무다>에서 발표된 최승윤의 <도시밀착형 퍼포먼스 매뉴얼_공사장 편>은 올해 5월 4~6일까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European Lab’포럼에 <Toward Open City, Seoul>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주현욱,“동시대의 안무 없음에 대한 안무. 아니, 오늘날의 유일한 안무?".(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2015년 참가한 권령은의 <몸멈뭄맘>은 올해 한국과 프랑스에서 함께 펼쳐지는 새로운 무용창작 경연인 ‘댄스 엘라지’의 파리 경연 무대에 선정, 이를 개작한 <Glory>로 지난 6월 18~19일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에 소개됐다.

▲남정현,“극장이 의도적으로 드리운 유연한 그늘에 대한 주목”.(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