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전략적인 교육/(2) 교육, 봄날 햇살의 힘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전략적인 교육/(2) 교육, 봄날 햇살의 힘
  • 유승현 도예가 /심리상담사
  • 승인 2016.06.23 2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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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도예가 /심리상담사

전략적인 교육
(1) 알파고가 어디예요?
(2) 교육, 봄날 햇살의 힘

<지난호에 이어>

부모교육에 관련한 강연을 하다보면 아이들을 새싹에 비유하게 된다. 다 같은 새싹같이 보여도 차차 지나봐야 그 본연의 성질이 나오게 되는 법.

떡잎이 갈라지고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순간부터 세상에 던져진 자신의 과제를 풀어가게 마련이다. 길가에 풀 한포기도 비바람이 몰아치고 돌무더기에 휩쓸려도 끝까지 제 생명을 다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감동이건만 사람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복잡 미묘한 생명은 지구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겠다.

이런 귀한 생명, 더군다나 어린 새싹을 키워내고 있는 필자는 최근 내 부모님은 이 시기에 나를 어찌 길렀을까? 추억에 잠길 때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가 멀다 하고 중2아들의 사건사고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떠든다고 선생님이 나가라니 친구들과 우루루 운동장으로 나갔단다. 무단이탈로 경고를 먹고 그 다음날은 화장실에서 덥다고 물놀이를 하다가 유리병까지 홀랑 깨뜨리더니 너무 더워서 그랬다고 에어컨도 안틀어준다고 들덤비다가 중징계를 먹고 집에 들어왔다.

같이 걸렸건만 특목고를 바라보던 친한 친구에게 담당교사가 학적부 상황이 난처해져서 이대로 하면 원하는 고교를 못 갈수도 있다고 겁을 주자 담합을 하여 그 친구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고 그냥 지나는 길이었다고 거짓 진술서를 작성하고 왔단다. 이 의리 있는 어린 생명의 보호자로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 전교1등 엄마는 말썽피운 아들 걱정에 하루 종일 울고 있다는 말을 듣고 필자는 그냥 웃고 말았다. 먼 추억이기는 하나 필자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부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자존심이 있으니 못하지도 않았던 때였고 친구들만 있으면 행복했으나 늘 학과수업 외 야간자율학습까지 그때나 지금이나 머리 파묻고 죽도록 공부만 해야 어른들이 이뻐라 하는, 어쨌거나 추억의 여중시절이었다.

학기 시작이 얼마 안 된 나른한 봄날이었다. 꽤 졸려운 자율학습시간이었는데 교실로 들어온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자세히 드로잉했다가 어머니가 학교로 호출당한 사건이 있었다. 그림을 몰래 돌려보고 함께 웃은 반 친구들이 줄지어 호명을 당하고 누가 그렸냐고 묻는 말에 바로 대답을 못했던 의리있는 친구들은 딱딱한 출석부로 머리까지 맞았더랬다.

졸렵고 나른했던 봄날 정신이 바짝나는 인상깊은 사건이었다. 아마도 본인의 얼굴에 큰 콤플렉스가 있었던 모양이었는지 필자가 그린 그림을 그 자리에서 박박 찢고 부모님 호출에 한달 동안 반성문을 쓰게 했다. “그림을 그려서 죄송합니다~로 시작하고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습니다”로 끝나는 특이한 반성문을 썼다.

더욱 인상깊은 것은 부모님의 반응이다. 학교로 가서 용서를 구한 부모님은 집에서 오히려 용기를 주셨다. 아버지는 찢겨나간 그림을 굉장히 궁금해 하셨고 그 바람에 미술공부를 권유하셨다. 어머니는 선생님이 너무 못생겨서 그런 것이니 그 과목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자존심을 회복시켜드리라고 하셨다. 그 덕인지 국어과목 만큼은 꽤나 높은 점수가 나왔다.

사건이 잠잠해질 무렵 교내 선생님과 학생 대상으로 단편소설을 썼다가 다시 어머니가 호출되었다. 소설을 읽고 글 내용이 와전된 덕에 학교에 귀신이 있다는 헛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는 무슨 죄라고 며칠 동안 교무실을 들락거리셨다. 다녀 오신 후에는 한결같이 그 과목을 열심히 하라고 권유하시고 맛있는 저녁을 차려주셨다.

그날 이후부터 우리 집 책장이 늘어났다. 주변 친지들에게 부탁하여 온갖 책을 다 갖다 놓으셨고 화장실이든 거실이든 마당이든 필자는 글을 통해 넓은 세상을 여행하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받았다.

아이들은 한참 봄날의 새싹이다. 모진 비바람을 견디고 꽃을 피울 때까지 봄 날 햇살의 따스함을 기억할 것이다. 마디마디 세포하나하나가 사랑과 관심을 추억하고 그것이 온기로 남을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정서를 먹고 자란다. 내 어머니의 손톱, 내 아버지의 헛기침마저 그대로 기억하고 그대로 품어낸다.

오늘도 말썽꾸러기 중2아이에게 화를 냈다가 내 어머니와 아버지를 기억하고 사랑으로 안아준다. 전략적인 교육!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