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2016 전통연희페스티벌' 예술감독] "살아있는 현장에서 문화재단 모형 만들겠다"
[인터뷰-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2016 전통연희페스티벌' 예술감독] "살아있는 현장에서 문화재단 모형 만들겠다"
  • 인터뷰 정리/이은영 편집국장·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6.2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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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복원 및 재현도 중요하지만 무형 컨텐츠 재창조로 수원화성 알려야"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2016 전통연희페스티벌' 예술감독

"무엇이든 처음은 항상 설레고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첫 만남, 첫 사랑, 첫 경험 등등... 요즘말로 '심쿵'하다고 하는데 내가 지금 아주 '심쿵'합니다"

지난 4월,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승국 대표이사의 첫마디다. 이 한 마디는 취임식의 어색함을 깨면서 수원문화재단이 수원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각오를 함축한 것이었다."수원문화재단을 문화재단의 교과서로 만들겠다" 는 그의 취임 일성은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올해는 수원문화재단 출범 5주년이면서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 맞이 수원화성 방문의 해'다. 수원연극축제, 경기수원 항공과학전, 수원화성문화제, 수원국제음악제 등 큰 행사들을 치러야하고 방문의 해를 맞이했기에 관광객 유치를 이끌어야한다.

여기에 오는 10월 열리는 2016 전통연희페스티벌의 예술감독도 맡게 됐다. 전통연희를 매개체로 우리 국민의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고 화합하는 '화락(和樂)'의 판을 만드는 것도 그의 몫이다. 생각보다 수월하지만은 않은 상황. 그는 솔직히 털어놓았다.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이사는 시민이 '향유자'가 아닌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단순히 원형을 복원하고 재현하는 것을 넘어 '무형의 콘텐츠'를 만들고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하는 축제와 행사를 열어 수원시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럼으로 인해 문화의 발전을 수원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그는 꿈꾸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그는 화성(수원성)을 보여주겠다며 여름 한낮의 뙤약볕도 아랑곳 않고  그늘도 없는 길을 가로질러 성 안으로 들어갔다. 사도세자인 아버지를 기리는 정조의 손길이 가득한 화성을 돌며 하나하나 설명을 마치고 행궁길 공방거리로 접어들었다. 하나둘 자리잡고 있는 공예 작가들의 공방을 안내하며 길 곳곳에 스며있는 수원이 가진 문화유산 알리기에 거침이 없었다.

취임한 지 두 달, 조금씩 조금씩 수원의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는 김승국 대표의 꿈을 서울문화투데이를 통해 전해본다.

수원문화재단을 문화재단의 교과서로 만들겠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건가?

전국에 크고 작은 다양한 문화재단이 있는데 이들이 기능들을 잘하고 있는가, 가장 모범적인 문화재단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공연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문화재단은 시의 문화예술을 어떻게 진흥시킬지, 어떻게 시민들에게 구현할 지 중장기 정책을 짜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2016 전통연희페스티벌' 예술감독

수원문화재단이 다른 문화재단의 모형이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다. 행사가 집중되다보니 과부하가 걸리기도 한다. 원래 놀다가 과로사하는 게 내 소망인데(웃음), 일하다가 과로사하는 건 아닌 지 걱정이다.

재인청을 복원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궁금하다
'재인청'이란 이름만 들으면 정부가 만든 조직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그건 전혀 아니다. 재인청은 광대들의 모임과 같은 성격이다. 광대들도 계급이 있는데 대방 중에서도 가장 큰 우두머리를 도대방이라 했다.

그 도대방이 사는 집이 재인청이다. 국가에서 지어준 것은 없다. 도대방의 집에는 항상 광대들이 들끓었고 이곳에서 술 먹고 음식을 먹고 교육도 하고 공연도 했다. 각 도마다 광대들의 계모임처럼 형성이 됐는데 특히 화성 쪽은 서울의 관문이다 보니 도대방이 사는 재인청이 있었다.

재인청 복원의 포인트는 대방의 집을 가상 복원하고 콘텐츠를 복원하자는 것이다. 수원 화성을 보면 완벽하게 복원을 했다. 그런데 일반 관광객들이 보면 성 외에는 볼 게 없다. 스케일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작다. 유형이 복원되면서 무형도 복원이 되어야한다. 그러려면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생기고 이들이 보완되어야한다. 수원에 보면 '대장금 포토존'이 있는데 막상 대장금을 상징하는 '대장금 식당'은 없다. 이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재인청이 광대들의 공연 장소이기도 했으니 많은 연희들이 열렸을 것이다. 지금도 물론 많이 열리지만 퀄리티가 낮은 게 사실이다. 맞춤형 공연이 필요하다. 연인을 위한 '달빛동행'이라든지 부모님,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공연이 있어야한다. 무형 콘텐츠가 복원되어야 외국인도 즐길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기념품도 살 수 있다. 이 곳이 성공하면 재인청이 있던 다른 도에도 틀림없이 영향을 줄 것이다.

▲수원화성 앞에 자리한 수원문화재단 1층 로비에 혜경궁 홍씨가 화성능행시 탔던 가마를 복원해 상설 전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단편적 복원에 불과했다. 주말마다 하는 화성 공연도 질적 보완이 필요하다. 단순히 재현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그를 가지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생각을 해야한다. 수원의 자원들을 정리하고 어떻게 활용할 지를 생각해야겠다.

올해가 수원화성 방문의 해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수원화성 방문의 해'는 방문객을 최대로 유치해 수원화성을 알리고 수원의 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야심찬 설정이다. 수원은 조선 정조시대에 계획도시로 만들어졌다. 서울로 가는 관문이기에 모든 이들이 올 수 있었다. 서울에서 행사를 한다고 하면 전국의 광대들이 모두 모여들었고 사람이 모여드니 유통이 발달했다. 유통과 문화가 발달한 계획도시가 수원이다.
관광이 중요하기에 시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특히 수원 화성은 원도시권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번 행사가 원도심 재생과도 직결되어 있다. 이곳이 활성화되면 자연히 원도심 재상이 된다. 우리나라 10대 시장 안에 드는 남문시장을 명품시장으로 육성하는,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육성하는 미션을 이번에 문화재단이 맡게 됐다.

정조 대왕의 '화성 행궁 능행차'를 재현한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까?
정조가 '화성 능행차'를 한 지 올해로 220년이 된다. 이를 기념해 창덕궁에서 수원까지 정조의 행차를 재현하려고 한다. 창덕궁에서 금천구 만안교까지는 서울역사문화재단이, 만안교부터 수원까지는 수원문화재단이 주최한다.

이번은 원형 재현보다 재창조로 한 번 가보려고 한다. 행사를 통해 정조의 애민 사상을 보여주고 사회적 통합, 국민적 통합, 세계 평화 등을 상징하는 축제로 승화시켜야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정조는 행차 중에도 백성들이 머리를 조아리지 않도록 했다. 그만큼 백성을 사랑했고 그로 인해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율 참가자를 많이 끌어내고 행차 중 퍼포먼스를 하거나 특색있는 이들에게 상을 주는 경연 형식을 생각하고 있다. 시민들이 스스럼없이 어가를 따라가다 보면 다문화인들, 외국 관광객들도 부담 없이 따라가게 될 것이고 이는 곧 글로벌한 참여가 될 것이다. 그것이 평화의 행진이다. 방송사가 주관을 하기에 홍보도 잘 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가 화성을 돌며 궁궐에 대한 역사속 이야기를 풀어냈다.

10월에 열리는 '2016 전통연희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았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10여년 간 현장에서 뛰었다는 것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정해준 것 같다.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 선생과 내가 전통연희축제가 필요하다고 문화관광부를 설득했던 게 벌써 십여년 전인데 도중에 중단되는 아픔도 있었지만 이제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전통연희축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리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지난해의 줄타기 겨루기 한마당에 이어 올해 버나(접시돌리기), 살판(땅재주), 솟대타기, 죽방울 치기 등 곡예 부문의 겨루기 한마당을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지난해 경연 수상자들을 다시 초빙해 초청공연을 하려고 한다. 이번 페스티벌의 이름이 '화락(和樂)'이다. 나는 예술의 치유의 기능과 통합의 기능을 믿고 있다. 전통연희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하고 서로 화합하는 '화락'의 판을 만들 예정이다.

전문예인 중심의 축제가 아닌, 전통연희 동호인이나 동아리들의 참여를 대폭 늘려 이들이 흥겹게 놀다 가게하고,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각종 체험, 전시, 행사 등을 통해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를 보다 풍성하게 하는 국민 중심의 화합 축제가 될 것이다.

수원문화재단은 상주단체도 많고 축제도 상당히 많다. 이것들을 하나하나 다 챙기기에 굉장히 벅찰 것 같다.
5월에 수원연극축제가 있었다. 20년 됐다. 8월에는 국제음악제, 9월에는 재즈 페스티벌, 10월에는 능행차 행사가 있고 지난 5월엔 경기 수원 항공과학쇼, 그리고 지금 아시아 모델 페스티벌을 하고 있다. 그런데 축제들을 가만 보면 다 전문인이 주도하는 것이지, 시민이 없다. 그리고 궁금하다. 왜 수원에서 연극축제를 하지? 연극이 활성화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축제를 왜 하지? 수원이 국제음악제를 할 정도로 음악도시인가?

한 마디로 '당위성'이 없다는 거다. 다른 곳의 축제와 차이 나는 것도 없다. '왜 하느냐?'에 대한 답이 있어야한다. 수원에 가야 이런 연극축제, 이런 재즈 페스티벌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수원에서만 볼 수 있는 축제가 있어야한다. 올해는 이미 정해져있기에 내년부터는 바꾸어야겠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축제로 방향을 돌리겠다. 시민 프로그램을 많이 넣어 대동, 동락, 상생의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 넣겠다. 한 번에 바꾸기는 무리이기에 서서히 해야 할 것이다.

▲화성 옆에 위치한 행궁길 공방거리. 김승국 대표는 거리를 돌며 공방과 거리에 깃든 이야기를 풀어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으로 전국의 문화예술단체와 기관들을 많이 돌아봤기에 벤치마킹할 것이나 개선해야할 점들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외국에서 한 번도 접하지 못한 것을 접했을 때 좋은 건 귀신같이 안다. 그런데 허접한 것도 귀신같이 안다. 그 허접함을 우리의 예술이라고 소개하면 안 된다. 그간 질적인 면에서 떨어진 것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제대로 엄선해서 퀄리티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전문가 대표가 오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본다. 아마도 내게 문화재단을 맡긴 것은 재단을 잘 운영하고 책임을 져달라고 맡긴 것 같은데 어깨가 무겁고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한편 재단 식구들을 보면 재원들이 많다. 항상 1순위는 직원들을 챙기는 것이다. 말 한 마디라도 잘 해주려한다. '사랑한다'고 말해도 영혼이 없는 사랑 고백은 금방 안다. 근무 환경이나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계속하면 직원들도 느끼게 된다. 재단에 다니는 걸 보람있게 느끼도록 하려고 한다. 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 한 게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웃음).

전국 문화재단의 현 주소는 어떤가?
문화 관련 일을 하면서 전국의 문화 공간을 두루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본다. 다니게 되면 정말 간판만 걸었지 아무것도 아닌 곳도 많고, 작은 규모지만 알차게 잘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결국 보면 외관은 호화 찬란하지만 뭔가가 빈 듯하다.

결론은 '결국 사람이더라'다. 문화재단의 성공 여부는 공간이 어떻게 생기고 재원이 얼마나 투입되고는 중요치 않다. 어떤 사람이 CEO고 스탭이냐에 좌우된다. 결국은 사람이다. 이곳에 처음 와서 1차적으로 한 것이 훌륭한 강사들을 모셔 직원들에게 기를 불어넣으려한 것이다. 그래야 우리 문화재단이 산다.

소속 기관은 다르지만 같은 수원시내에 있는 경기도문화재단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경기도에서 우리쪽으로 넘긴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썩 반갑지는 않다. 그냥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우리 쪽으로 넘기는 것, 솔직히 하나도 반갑지 않다. 넘긴다는 것은 인력도 넘긴다는 것인데 그 인건비를 어떻게 해결하고 재원을 어떻게 만들 것이며 노후시설 개보수는 어떻게 하라는 건가.  도에서 할 역할은 도에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도는 도가 할 역할이 있다. 도가 잘 해결하길 바란다.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가 화성을 돌며 궁궐에 대한 역사속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도세자가 갇혔던 뒤주를 복원해 전시해 놓여있다.

수원문화재단을 통해 가장 구현하고 싶은 것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수원문화재단이 타 문화재단의 모형이 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수원 시민들이 단순히 '문화의 향유자'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가 생산자일 수 있구나'라고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관심을 유도하려한다.

동네 예술가들이 자생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 동네 노래부르기 대회, 시민가곡제 같은 것도 치르면서 시민들이 자신들을 문화예술의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느끼도록 하고 싶다. 그래야 문화예술 하는 사람들도 먹고 살 수 있다. 공연장 중심이 아닌 살아있는 현장으로 가서 건강하게 사업을 펼치려한다. 임기 중에 이렇게 관심의 환기가 이루어지기만 해도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수원의 문화 소외 지역이라고 하는 신도시 부분의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문화 복지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 문화복지 구현은 생활 속에 자생하는 것이고 문화 예술의 진흥은 전문적 예술인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지원을 받으시는 지역 예술가들도 그 지원이 다 시민과 사회에서 나오는 것이니만큼 사회 공헌을 해주시길 바라고 있다.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김승국의 국악담론’을 연재하고 있는 칼럼니스트로서 ▲전통공연예술연구소 이사장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문화관광부 전통예술정책수립 TF위원 ▲서울시 문화도시정책자문위원으로 ▲현 경기도문화재위원 ▲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서울시문화재위원회 위원장’▲대한민국전통연희축제 추진위원 및 한국 대표공연예술축제 평가위원을 거치면서 한국의 전통예술 및 무형문화유산 발굴·보존·전승 및 활용에 대한 전문적 식견은 물론 정부및 지자체의 문화예술정책 수립에 참여해 온 전문가이자 기획,예술경영 및 행정 전문가로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쿠시나가르의 밤’ 등 시집 4권을 펴낸 중견 시인이자 대학에서 후학들을 지도하는 학자로서 건국대와 동국대에서「한국전통예술의 무대화 연구」와 「문화콘텐츠 워크숍」의 강좌로 후학양성에도 매진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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