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과 보훈처의 대관갑질?②
예술의 전당과 보훈처의 대관갑질?②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7.01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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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대관 심사과정 논란,국가보훈처 ‘나라사랑 콘서트’ 선정 의혹

[서울문화투데이=이은영 기자]

[1편에서 계속]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03

국가기관, 민간 상대로 갑질? ‘민간 탈락’, 국가기관은 ‘대관 후 취소’
‘보훈처 음악회’ 6월 20일 대관 취소하고, 7월9일로 연기, 공연 여부 여전히 ‘아리송

현재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7월 9일에 서울지방보훈청 주최로 <국가보훈처와 함께하는 나라사랑 음악회>가 안내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초 국가보훈처가 신청했던 날짜인 6월보다 시기는 뒤로 미뤄졌지만, 6월 18일 현재 여전히 공연 상세 정보는 비어있었다.

▲6월21일 현재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공연 안내 게시판을 보면 다른 공연들(사진 좌, 우)은 공연 개요 아래 공연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정보(붉은 점선 부분)가 게시돼 있다. 그러나 보훈처의 <나라사랑 콘서트>(가운데 사진)는 아무리 초청 공연이라지만 불과 2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출연진 등 공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수가 없다. 공연 상세 정보는 대관 신청 때 필수적으로 기재 해야 하는사항이다.

프로그램과 출연자가 누군지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공연 시간이 몇 시인지, 티켓은 판매인지 초대인지조차 명시되어있지 않았다. 국가보훈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관이라고들 하는데, 정작 국민들은 이 행사에 어떻게 참석해야할지 그 방법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밝혔듯 국가보훈처는 음악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관련 기관과 단체를 전석 초대한다고 답변했지만, 예술의전 당 홈페이지에는 이 사실이 6월 21일에서야 기재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떤 공연장에서는 어제 올라왔던 대관 공지가 오늘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위 ‘내정자’를 정해두고 형식상의 공지를 하기때문이다. ‘내정자’를 제외한 수많은 공연기획사들은 이 한 번의 소중한 기회를 위해 정성을 다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마음을 졸이고 있었을 것이다. 대다수의 공연장에서 공개하지 않는 이 ‘대관 심사 과정’ 탓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할지 알지도 못한 채 탈락을 통보당하는 과정이 무수히 반복된다.

공연기획사의 대관 실패는 곧 예술가의 무대 기회 박탈로 이어진다. 따라서 불투명한 심사 과정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곧 관객일지도 모르겠다. 더 많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 결국 관객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름으로 6월은 취소, 7월은 공연?
대관이 승인된 6월 20일을 포기한 국가보훈처는 또 다른 선택지인 7월 9일에 안착했다. 국가보훈처의 이른바 ‘날짜 저울질’에 희생된 것은 심사에 탈락한 후보 작품들만이 아니다. 관객들은 하루 통째로 비어버린 콘서트홀로 인해 하나의 선택지가 줄어든 것이다. 만약 국가보훈처가 6월 공연을 신청하지 않고 처음부터 7월 공연을 신청했다면, 음악저널은 6월 20일 콘서트홀에서 또 다른 예술가의 참신한 무대를 볼 수도 있었다.

만약 후보작 중 하나인 <윤봉길 의사 탄생 108주년 맞이 나라사랑 콘서트 ‘칸타타 한강’>이 무대에 올랐다면, 혹은 또 다른 기획사의 호국보훈의 달 기념 공연이 승인되었다면 관객들은 6월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애국심을 고취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6월이어서 아쉬움이 더 크다. 물론 국가보훈처의 어떤 내부 사정으로 인해 급하게 행사 일정이 변경되었을 수도 있다. 행사라는 것은 언제나 변화의 위험성을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예당, 예술대상에 대중 예술인도 포함?
국가보훈처는 최근 음악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7월 9일 공연에 신영옥, 임태경, 국군교향악단, 그리고 대중가수 거미가 출연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해왔다. 그간 예술의 전당 무대가 대중가수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예술의전당 무대는 조영남, 패티김, 이문세, 전인권과 같은 거물급 가수들에게 허락되었던 전례가 있다. 대중가수 공연에 대한 논란이 일 때마다 예술의 전당은 ‘클래식 음악에 중점 하는 공연장’이라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국가보훈처 공연에,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는 대중가수가 출연한다는 것이 어색하다. 예술의 전당이 앞으로 대중음악에도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인지, 국가보훈처 공연을 위한 일회성에 그치는 캐스팅인지 관객들은 혼란스럽다.

음악저널 4월호 ‘사실과 진실’ 코너에 언급됐듯이 예술의전당은 지난해부터 ‘예술대상’을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 ‘예술대상’에서는 대상 3,000만 원, 각 부문의 수상작에는 5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되기도 하는 등 예술의 전당에서 기획하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국가보훈처의 무대에 대중가수가 오르는 것이 허락된다면,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작품 중 우수작을 시상해 그들의 공적을 격려하고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활성화 선도를 위하는 자리’라고 설명하는 ‘예술대상’의 취지를 생각해보았을 때 그 대상에 대중가수도 포함하겠다는 의미인지 궁금하다. 예술의 전당이 스스로의 기준점을 이탈해 자유로운 무대를 기획한다면, ‘예술대상’의 대상 또한 클래식 음악에 한정지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이 순수예술과 대중음악의 경계에서 방황한다면, 음악저널에서 지적했듯이 ‘예술대상’의 권위와 필요성 또한 흔들리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심사과정 불공정’ 제기한 간부 자리 밀려나
4년 전까지 예술의전당 고위직 간부를 지낸 박모씨의 증언에 따르면 예술의전당 대관 심사과정의 이러한 문제점들은 관행처럼 반복되어왔다고 한다. 대관 심사에 참여하는 내부 직원들의 입김으로 특정 공연작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았고, 자신은 대관 심사의 불공정함에 이의를 제기한 이유로 부당하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예술의 전당의 이 같은 관행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안타까워하며, 대관 심사를 관리·감독하는 ‘심사 감사기구’를 세운다면 대관 과정이 조금 더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갑질 대관과 날짜 번복’ 의혹 밝히고, 피해자와 관객에 해명해야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예술의전당과 국가보훈처에 다음과 같은 요청을 한다. 먼저 예술의전당 대관 심사 과정에 투명성을 갖고 떳떳하게 결과를 공개해주길 바란다. 대관이 승인된 공연에 대해서는 어떤 점이 높은 점수로 작용되었는지, 부결된 공연에 대해서는 부족했던 점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몇 점의 점수를 받아 조건에 미달되었다는 과정을 공개한다면 누구도 심사 결과에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많은 공연기획사와 예술가들은 다음 기회를 위한 대책마련을 하고 더욱 발전된 무대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국가 보훈처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7월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나라사랑 콘서트>에 대한 내용을 찾아 보려 했으나 보도자료나 7월 행사 계획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또한 국가보훈처 공연 일정이 이토록 쉽게 바뀐 이유와 상세정보 없이 대관 신청된 행사가 어떤 기준으로 심사되었는지에 관한 의혹을 밝히고, 홈페이지에 7월 9일 공연 상세정보를 하루빨리 공지하길 바란다. 국가기관의 주관 행사가 이토록 정확치 않은 상황에서 기획되었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고, 국가보훈처와 예술의전당의 야합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갑질’ 대관과 날짜 번복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음악저널, 여러 공연기획사, 그리고 관객들에게 해명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대관 신청했던 공연 내용 중 연주곡으로 정한 <칸타타 한강>의 대본가인 음악평론가 탁계석 씨는 본인의 작품이 이유도 모른 채 심사에서 탈락된 사실을 개탄하며, “...예술의 가치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작가(作家)에게서 작품은 구원이요, 희망이요, 생명이다. 위작(僞作)과 대작(代作)이 활개치는세상에서 끝까지 예술혼을 살리고 격려해야 할 예술의 전당마저 이유도 없이 작가의 작품을 죽이고 소중한 무대공간을 비우면서까지 갑(甲)질의 권력 앞에 비굴한 자세라면 이땅의 예술은 죽은 것이다. 말로써, 글로써, 이 오만불손을 어찌 이길 것인가.”하며 차라리 높은 사다리를 타고 예술의 전당 꼭대기로 올라가 만천하에 고발하고 싶다고 심경을 담은 글을 음악저널에 보내왔다. 이는 예술의 전당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관리감독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책임 통감해야
예술의전당 사장의 임명권과 지도,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직무유기의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이 정책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예술의 전당을 방문했다. 예술의 전당 재개관 공연장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관계자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방문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문체부 장관은 예술의전당의 표면적인 문제가 아닌 우선순위로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할지고민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문화융성위원회의 당연직(當然職)으로 활동하는 위치라면 말이다.

본지<서울문화투데이>와 <음악저널>은 앞으로도 예술의전당과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국가보훈처를 비롯한 여러 공연장, 기관들을 주시할 것이다. 이것이 예술의 다양성을 지키고 예술가와 관객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공연기획 분야에 오랜 시간 만연해있던 잘못된 관행을 철폐하고, 개인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 예술계가 조금이나마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겠다. 이러한 변화야말로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가장 바라는 점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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