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아줌마 작가?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아줌마 작가?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6.07.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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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우리나라에는 ‘아줌마작가’라는 호칭이 있다. 나이나 예술성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여성들을 지칭한다. ‘아줌마 작가’라는 말은 있어도 ‘아저씨 작가’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예술 활동에 여성이면 어떻고 남성이면 어떠한가.    

우리나라에는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며, 여권 운동의 선구자이며, 진보적 사상가이기도 했던 나혜석(羅蕙錫 1896∼1948)이란 분이 있다. 호는 정월(晶月)로 부유한 관료의 딸로 태어나 일본에서 유화를 공부한 분이다. 그 위로는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도 있다. 조선 중기의 뛰어난 여성 예술가다. 여성 화가로도 뛰어났지만 율곡의 어머니라는 명칭이 항상 함께 다닌다.

최근의 유명인으로는 우리나라 현대사와 함께한 천경자(1924-2015)화백이 있다. 결혼과 이혼, 파경, 염문설, 도피성 해외여행 등등 아주 많은 일화가 함께한다. 미술계에서는 유명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박래현(1920-1976) 화가도 있다. 운보 김기창의 아내로 알려진 그녀는 30대(1956)때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그녀 나이 40대(1961~1963)때 국전심사위원을 하였으니 그 영향력이 만만하지 않음이 직감된다.     

외국에는 더 많은 아줌마 작가들이 있다. 현재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중인 프리다 칼로나 프랑스의 여성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 1864-1943)이라는 사람은 조각가로서의 명성보다는 로댕의 연인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나혜석이 있다면 서양에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1593~1652)라는 이가 있다. 이탈리아 바로크시대의 여성화가다. 최초의 여성화가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나이 23세가 되던 해 피렌체의 디세뇨 아카데미아의 회원이 된 것을 보면 문헌상으로는 최초임에 분명하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허락하지 않던 시대에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간 여성이다.

10명의 아이를 기르면서 평범한 농부의 아내로, 보통 아줌마로 살다가 76살이 넘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랜드 마 모지스(Anna Mary Robertson Moses,1860-1961)라는 분도 있다. 본명은 에너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할머니때부터 그림을 그렸으니 그랜드마 모지스(Grandma Moses)라 불릴만도 하다. 1940년 80세가 되던 1964년 첫 번째 전시를 열 때만 해도 스스로 유명해 질 줄은 몰랐을 터이다.

100년을 조금 더 살면서 1600점 정도의 그림을 남기는 그녀는 100살 이후 죽을 때 까지 그린 그림이 250점이 넘는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늙었다고, 나이들었다고 무엇인가를 망설인다면 지금 당장 그 일을 시작하자. 가다가 그만두면 간만큼 이익이라는 것이 인생살이 아니던가.

미술계에서의 40대 여성은 그다지 환영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젊었을 때부터 꾸준한 작가활동을 했다면 그러지 않겠지만 15년 가까지 미술계를 떠나 있다가 아이들이 엄마 손을 벗어날 때부터 다시 시작하는 예술 활동이기에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선 나이다.

미술 시장내에서는 아줌마작가가 미술시장을 망친다고 말한다.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남편 돈으로 아트페어가고, 개인전하고 화가인척 한다고 말한다. 문화센터 3년이면 전시하고 자기그림 팔아서 기성 작가들의 작품이 안 팔린다고 한탄한다.

그렇다고 아줌마 작가의 작품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소위 말하는 아줌마작가들 중에 아마추어는 없다. 다만 역사와 민족을 위해 아이를 낳고 양육하다 늦은 나이에 다시 활동을 시작했을 뿐이다. 대다수의 누군가는 여기에서 세상을 살아가고 세상의 원동력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간다.

아줌마라는 말은 결혼한 평범한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지만 미술계에서는 소위 말하는 루저 취급당하기 일쑤다. 누구는 작품 할 줄 몰라서, 개인전 하기 싫어서 아줌마 작가 된 이 아무도 없다. 예술인으로 주목당해야 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미술계의 관행”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