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아기의 입 속에 우주가 숨어있다/김찬옥 시인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시]아기의 입 속에 우주가 숨어있다/김찬옥 시인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6.07.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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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입 속에 우주가 숨어있다
                                                     시인 김찬옥(1958~)

두 달 된 아기가 옹알이를 한다

아기는 오- 오 한자밖에 모르지만
그 말은 어떤 무성한 말보다 위력이 세다

입속에 세상 만물이 다 응집되어 있다

고 작은 입을 통해 우주가 열리면
창밖 벚나무도 꿈쩍 놀라 억겁의 눈을 뜬다

고목이 되어버린 벚나무 가지들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승천할 기세다

아기의 단조로운 모음 하나로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 걸린 입들이
창밖에 핀 벚꽃보다 더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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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아기는 다른말로 애기다. 사랑의 기운이라는 말.시인은 아기 입 속에 우주가 숨어있다고 한다. 두 달 배기 아기의 옹알이에서 발상한 시다. 아기가 낼 수 있는 말은 오ㅡ오 한 자. 그렇지만 세상의 만물을 응집하고 있다. 이 아기의 단순한 옹알이를 통해 가족들의 입들도 꽃처럼 환하다.(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