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욕망에 의한, 인간성 상실의 비판 ‘정복수의 80년대’전 열려...
[전시리뷰]욕망에 의한, 인간성 상실의 비판 ‘정복수의 80년대’전 열려...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6.07.1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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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아트센터 쿠, 오는 9월 2일까지

 

▲정복수 作

‘골프존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정복수의 80년대 특별전‘ 개막식이 지난 7일 오후7시 대전 ‘아트센터 쿠’에서 열렸다.

개막식에는 작가 내외를 비롯하여 김영찬 골프존문화재단이사장, 화가 박건 씨 등 100여 명의 축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작가의 아들 정상이 군이 이끄는 4인조밴드 ‘안녕의 온도’가 나와 멋진 축하 연주도 해 주었다.

▲정복수 作

이 전시는 작가 정복수의 1980년대 작품들을 보여주는 전시다. ‘몸의 지도’라는 부제 아래 억눌린 인간의 본성 표출이나 인간 실존에 대한 작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는 탐욕의 인간사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육체'라는 믿음으로, 1979년 전시부터 여지껏 인간의 절단된 몸만 다루어 오고 있다.

▲정복수 作

언젠가 안양의 어느 산 아래 자리 잡은 그의 외딴 작업실에 들린 적이 있는데, 마치 음습한 정형외과를 연상시켰다. 홀로 외롭게 틀어 박혀, 세상 사람들을 주시하며 인간상을 탐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업실 곳곳에 가죽이 벗기고 사지가 잘린 육신들이 프레임 속에서 너덜거리고 있었는데,  탐욕에 가득 찬 인간들의 위선을 조롱하는 것 같았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의한, 인간성 상실에 대한 비판은 그의 평생 화두였다.

▲정복수 作

그는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중 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생 시절의 스케치북에도 사람의 형상들이 그려져 있을 정도로 일찍부터 인간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 이후 홍익대에 진학하며 잠재적 문제의식이 고개들었는데,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중반의 사회문화적 허위의식에 대한 저항에서 출발되었다.

▲정복수 作

충격적인 그로테스크로 화단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30년이 넘도록 줄기차게 자기만의 세계를 고집해 온 결과, 한국현대형상 회화에 큰 획을 긋게 된 것이다.

정복수는 신체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물적인 표현을 통해 인간내면에 잠재된 본능을 끄집어낸다. 신체 절단의 부정성이나 원초적인 동물성보다 오히려 유기체로 이해되는 신체 너머의 해방과 자유를 말하기도 한다.

▲정복수 作

그리고 분절된 팔이나 목에서 내뿜어지는 힘찬 줄기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절단과 훼손에 따른 핏줄기가 아니라 해방의 내파가 진행 중임을 알리는 에너지 줄기라는 것이다.

전시장을 돌아보니 잘린 신체의 목들이 여기 저기 걸려있었다, 양면성으로 위장된 인간의 모습은 사라지고, 본질적인 욕망만 나뒹굴고 있었다. 마치 영혼들이 허공을 떠도는 것 같았다. 때로는 그림 속에서 신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림에서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시공간을 넘는 것으로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정복수 作

그리고 80년대 이후부터 화면이 보다 구체적이고 폭이 넓혀져 관찰자로서의 치밀함과 부드러움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 캔버스 오브제 입체 색연필 드로잉을 이용한 대형 설치작품 등 기법과 형식에서도 다양성을 띤다. 외형상 절단되고 왜곡되고 기형화되어 있어도 매우 아름답고 부드럽다. 그의 육체는 ‘보여주는 육체가 아니라 말하는 육체'라고도 말했다.

▲정복수 作

작가는 "내가 그리는 ‘몸’은 잃어버린 생각들을 찾고 몰랐던 것을 알기 위해 떠나는 무전여행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작업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다양한 장르로 작업을 확장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복수 作

미술평론가 유근오씨는 정복수 그림을 이렇게 말했다. “정복수의 작품 속에서 정신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이 진정한 실존의 조건이 되어 관객을 향해 날아온다. 그리고는 이내 관객의 폐부를 찌른다. 애달프다. 그렇게라도 살고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의 고귀한 신체 이면에 존재하는 그 무엇들이 서글플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찌르는' 정복수의 그림이 안겨주는 소중한 덕목이 바로 이 것이다.”

▲작품 앞에서 작가 정복수 씨.

이 전시는 9월2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