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Mnet <음악의 신2>와 <쇼미더 머니 5>의 인기가 증명하는 것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 Mnet <음악의 신2>와 <쇼미더 머니 5>의 인기가 증명하는 것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6.07.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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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대중문화의 B급코드는 현재 문화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B급 문화는 고급문화, 주류문화의 반대 개념 또는 얼핏 보기에 촌스럽고 유치하거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문화, 금기시됐던 소재를 끄집어내는 문화적 경향으로 인식되었다.

세속적, 통속적이라는 부정적 의미로부터 출발한 B급 문화이지만 현재는 독립적인 대중문화의 한 영역으로 인정받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제 B급 코드는 고상한 주류 문화가 채울 수 없는 대중의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며 문화의 아이콘으로 그들만의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다. B급 문화의 새로운 역할은 주류 문화에 대한 반감과 새 영역으로의 도전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 대중문화계를 강타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바로 Mnet의 <음악의 신2>와 <쇼미더머니5>이다. 대놓고 B급을 표방하는 <음악의 신2>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기본설정으로 삼고, 이상민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본인 자신을 연기한다.

분명 대본이 있지만 마치 대본이 없는 것처럼 설정해 놓은 상황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출연자들은 자기 자신을 연기하지만, 시청자들도 이 모든 것이 연출된 상황임을 느끼게 만듦으로써 실제와 허구의 경계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이는 브레히트의 낯설게하기 효과와 그 맥을 같이 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실제 상황 같은 설정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완전한 몰입을 방해함으로써 현실 풍자적 웃음을 유발한다.

대중음악의 거대 공룡으로 인정받고 있는 흑인 음악 힙합도 마찬가지이다. 발생 당시에는 주류음악의 하위문화쯤으로 인식되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힙합은 1970년대 후반 뉴욕 할렘가의 흑인이나 스페인계 청소년들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문화운동 전반으로 “엉덩이를 흔들다”가 그 어원이었을 만큼 주류 문화에 인정받지 못하는 문화였다.

하지만 현재 힙합 장르는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음악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며 단순 하위문화가 아닌 문화 전반을 이끄는 아이콘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렇듯, 주류 문화보다 저급한 하위문화로 인식되던 B급 코드가 이제는 대중문화 전면에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A급, B급으로 판가름되던 문화의 등급이 아닌 문화의 새로운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저예산, B급 영화를 그 어원으로 삼고 있지만 현재 대중문화 시장 전체를 흔드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점에서 B급 코드는 더 이상 문화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B급 문화는 단순히 B급 영화의 저예산의 질적 수준이 낮은 대용품적 이미지가 아니고 키치의 천박하고 부도덕의 산물도 아니며, 하위문화에서의 지배적인 가치와 윤리로부터 배격 된 것 또한 아니다. B급 문화는 단순히 조악, 싸구려, 코믹하고 우스꽝스러운 비주류의 산물이 아닌 현재성, 실험정신, 새로움, 변화에의 투신 그리고 기발함을 가진 통합체로 정의 내릴 수 있다.

B급 문화는 어원상 위 세 가지 정의(B movie, 키치, 하위 청소년문화)에서 의미 분화 되었지만 세 가지 개념의 조합이 아닌 현대 사회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재탄생하고 있다. 저예산이라는 태생적인 배경을 가지고, A급에 대한 긴장이나 경쟁의식 없이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대중에게 다가간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남다르다.

기성질서에 저항하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창의적인 문화로 재평가되고 있는 B급 코드는 이제 단순히 반항의 아이콘을 대표하지 않는다. 질서에 대한 해방 정신이 B급 코드의 문화적 핵심 요소는 될 수 있지만, 이제는 그 어떤 문화코드보다 더 대중적인 형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비록 아래로부터의 예술로, 또 그 단어가 주는 묘한 부정성이 B급 코드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이제는 당당한 하나의 문화코드로 대한민국 문화계 전반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