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와인 고르는 법
좋은 와인 고르는 법
  • 박주협와인컬럼니스트
  • 승인 2008.12.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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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컬럼니스트 박주협

와인을 접하고 와인 마시기가 조금 익숙해지면,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와인 고르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같이 마실 사람의 전문가 빰치는 와인지식 때문에, 그리고 모르는 게 많아서, 좋은 와인은 결코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좋은 와인이란 무엇일까?
와인을 만드는 사람, 평가하는 사람, 그리고 즐기는 사람은 같은 와인을 들고 있어도 바라 보는 방향이 제각각이다.

내가 만나본 와인 만드는 사람들은 대체로 품종과 재배지의 특성이 잘 묻어나오는 와인을 좋아한다. 부르고뉴의 작은 마을, 샹볼 뮈지니의 와인이라면, 섬세한 삐노누와의 특징과 샹볼 뮈지니만의 수줍은 듯 우아한 풍미를 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와인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 나름의 객관적인 잣대를 표준화해서 와인을 평가한다. 보통 관능검사라 부르는 테이스팅을 통한 성분검사를 하게 되는데 결과는 의외의 점수로 나온다. 그래서 알아보기는 쉽다. 점수가 높으면 좋은 와인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평가가 주관적이라는데 있다.

영국의 평론가 쟌모씨와 미국의 평론가 로모씨의 머리만 굵어진 애들의 자존심 싸움 같은 해묵은 논쟁을 보면 알 수 있다. 와인은 하난데 평가는 극명하게 둘로 나뉜다. 점수를 보고 고르려고 해도 평가하는 사람마다, 책마다 다르니 기준으로 삼기에 역부족이다. 어디서나 좋다고 하는 와인은 어디서나 비싸기만 하고. 내가 생각하는 좋은 와인은 ‘마실 때가 된’ 와인이다.

잊기 위해서 마시는 술이 소주라면 와인은 잊었던 추억을 들춰내는 와인이다.
너무 어린 와인은 철이 없고, 너무 오래된 와인은 말이 없다. 하지만 마실 때가 된 와인은 가격만 맞으면 집에 와서 바로 즐기면 된다. 온도나 진동 걱정하면서 와인냉장고에 넣어 둘 필요도 없다.

싼 와인도 마실 때만 잘 찾으면 비싼 와인 못지않다. 오히려 제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는 어린 명품와인보다는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어떻게 마실 때가 되었는지 알 수 있지?
‘마실 때가 된’ 와인을 도대체 어떻게 구하라고? (그리고 올드빈티지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어 비쌀 텐데...)
이 두 가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시음 적기는 품종에 대한 약간의 공부만 하면 충분히 감 잡을 수 있는 내용이며, 현재수입이 많이 되지 않는 올드 빈티지 와인들은 수요가 생기면 분명히 누군가 수입을 한다. 가격? 현지에서도 어린 와인의 가격과 별 차이가 없는데 터무니없이 비싸질 리는 만무하다.

오늘부터 레스토랑, 와인샵, 와인바에서 당당히 요구해 보자. 마실 때가 된 와인을. 천천히,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