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왕비의 잔치
[김승국의 국악담론]왕비의 잔치
  •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2016전통연희페스티벌예술
  • 승인 2016.07.1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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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2016전통연희페스티벌예술감독

며칠 전 부슬 부슬 비가 내리던 날 부산국립국악악원 서인화 원장님의 초청으로 부산해운대그랜드호텔 '왕비의 잔치' 상설공연장에 자문 차 들렀다.

도착해 보니 윤중강, 장광렬, 송현민, 최해리, 서정원 등 내노라하는 평론가들이 모여 있었다. 자문차 초청된 인사들로 보아 서인화 부산 국립국악원장과 김명석 장악과장의 주도면밀함이 느껴졌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객석은 꽉차있었다.

‘왕비의 잔치’라는 공연명으로 보아 궁중악과 정재 중심의 국립국악원 정악단 공연의 아류가 아닐까 걱정을 했는데 막상 막이 오르자 그것은 기우였다.

‘왕비의 잔치’는 궁중음악과 정재의 장엄함과 화려함에 영남의 신명나는 전통 민속 가·무·악을 결합한 공연으로서 영남을 거점으로 하고 있는 부산국립국악원의 설립 정체성에 꼭 들어맞으면서도 처음 국악을 접하는 관객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 친화적인 공연이었던 것이다.

공연 시작 10분전에는 버나를 둔 출연자들이 등장하여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에게 재담을 던지며 관객들이 버나 체험을 하도록 하는 등 대중친화적인 공연이 되도록 하려는 노력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공연은 총 5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처용무와 일무로 시작되는 ‘기원’, 2부는 학춤, 선녀춤, 왕과 왕비의 춤으로 구성된 ‘천상의 잔치’, 3부는 왕비의 대례복 퍼포먼스와 춘앵전 그리고 여명의 빛으로 구성된 ‘궁중의 잔치’, 4부는 판소리, 동래학춤, 동래고무, 고성오광대로 구성된 ‘백성의 잔치’, 그리고 마지막 5부는 북의 대합주인 ‘화합의 잔치’로 짜여 있어 볼거리가 풍성한 공연이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의 호응도는 줄곧 좋았으며, 공연이 끝난 후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왕비의 잔치'는 이제 부산국립국악악원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특히 궁중 정재의 의상과 왕비의 대례복의 화려함이 한복의 아름다움을 한층 돋보이게 하여 부산이라는 국제 관광도시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도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보니 출연자들이 정말 열과 성을 다하여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물론 공연의 내용 면에서 개선되어야할 점도 보였다. 공연이 끝난 후 자문회의가 열렸는데 초청된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토론이 있었다. 공연이라는 것의 속성은 끊임없이 개선되고 진화되는 것이니까 그런 점들은 보완이 되리라 본다.

'왕비의 잔치'는 월·화를 제외한 평일 저녁 8시, 주말·공휴일 오후 4시에 해운대그랜드호텔 왕비의 잔치 전용극장에서 연 160회 이상의 공연을 한다. 그야말로 강행군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공연예술을 하는 지역 젊은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전통공연예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질 높은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바로 이러한 시도가 지방 국립국악원이 해야 할 일이다.

또 한 가지 잘 하고 있는 것은 마케팅이다. 왕비의 잔치는 공연 홍보를 위한 에어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 코모도호텔, 부산시티투어버스, 예이제 한정식, 정림 한정식 등 지역 기업들의 후원을 이끌어내었다는 것이다.

왕비의 잔치 온·오프라인 홍보물(동영상·포스터·광고 등)을 개인 SNS나 블로그에 게재한 뒤 부산국악원 페이스북에 해당 글의 URL을 댓글로 남긴 관객들에게 추첨을 통해 왕비의 잔치 관람권을 비롯해 해운대그랜드호텔 숙박권, 요트승선권, 부산시티투어 탑승권, 예이제 한정식 식사권, 에어부산 해외왕복권 등을 제공하는 해운대 관광패키지와 왕비의 잔치 관람권과 코모도호텔 숙박권, 요트승선권, 부산시티투어 탑승권, 정림 한정식 식사권, 에어부산 해외왕복권 등을 제공하는 남포동 관광패키지 선물을 제공하는 우수사례로 꼽을 수 있다.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부산국립국악원은 궁중음악과 정재를 영남의 신명나는 전통 가·무·악과 결합하여 부산의 대표 관광콘텐츠로 구축하였다. '왕비의 잔치'! 바로 그것이다.

부산국립국악원 서인화 원장님이하 직원 여러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