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섭의 여행칼럼]원시 자연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은은한 메아리 마사이 마라
[정희섭의 여행칼럼]원시 자연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은은한 메아리 마사이 마라
  • 정희섭 글로벌문화평론가/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
  • 승인 2016.07.14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은 그 자체가 위대한 작품이며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진리
▲정희섭 글로벌문화평론가/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수많은 부족 중에서도 마사이족은 용맹하기로 유명하다. 작디작은 피그미족이 풀을 찾아 이동하는 초식동물 같다면 마사이족은 고기를 얻기 위해 아프리카 평원을 종횡무진 달리는 육식동물처럼 보인다.

큰 키에 우락부락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마사이 전사는 사자의 공격을 제압하고 코끼리 사냥도 한다. 그들의 움직임은 치타처럼 강인하며 임팔라 영양처럼 우아하고 날렵하다. 생존하기 위해 채집과 사냥을 하고 가축의 배설물로 집을 짓는다.

산업화된 선진국의 눈으로 볼 때 그들의 생활은 미개하고 비위생적이다. 그러나 그들은 대자연의 순리에 반(反)하지 않으며, 단지 뿔과 가죽을 얻기 위해 코뿔소와 표범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만행도 벌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지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흉(元兇)들은 다 어디서 오고 있는가. 순간의 편리를 위해 사용하는 화학세제와 각종 가스들, 그리고 내성이 생겨 인간의 면역력을 파괴시켜버리는 슈퍼박테리아는 어디에서 파생된 것인가.

‘마사이족이 사는 땅’ 이라는 뜻을 가진 마사이 마라(Masai mara)에서 미개와 비위생의 개념을 생각해본다. 온갖 종류의 중금속 물질을 흡입하며 살아가는 도시인들이 소똥으로 지은 집에 사는 마사이족을 비위생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편리성이라는 이름의 이기심은 황금알을 낳는 닭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을 만들어 낸다. 자연을 파괴하고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미개한 것의 원조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마사이족과 야생동물들이 공존하는 삶의 터전을 관광객들은 영국제 랜드로버를 타고 긴장된 자세로 둘러본다. 동승한 가이드는 차에서 잠시 내렸다가 맹수의 공격을 받아 숨진 관광객의 사례를 언급하며 너스레를 떤다. 이런 상황에서 런던에서 왔다는 관광객은 영국 자동차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나서는데 웬일인지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눈치다.

▲마사이족들이 사는 땅이라는 의미의 '마사이마라'에서 만난 마사이 사람들.

새벽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되는 사파리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른 맹수가 먹다 남긴 고기를 가로채는 하이에나에게 조소(嘲笑)를 보내고, 기린과 하마 무리에게는 탄성을 보낸다. 가젤 영양과 물소의 착한 눈망울에는 동정심이 생기고, 물웅덩이 주변에서 사자 한 쌍이 벌이는 교미행동을 보기위해 차를 세우고는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죽기 전에 반드시 해보아야 할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라는 것이 저만치에서 존재하는 동물들에게는 큰 고통일 듯싶다. 마사이 마라는 인간의 도시이기 이전에 동물의 안식처다.

숭고한 사자의 교미행위를 셔터 소리를 내며 찍어대는 나는 속물 중의 속물이라는 생각이 몰려든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인위적인 기계 소리는 원시 자연이 만들어 내는 은은한 메아리 소리를 빨아대는 블랙홀 같은 존재다.

마사이 마라에서 만난 마사이족 남자들은 사진을 찍자는 요청에 거리낌 없이 포즈를 취해준다. 옅은 미소와 함께 관광객에게 적응한 듯한 표정으로 모델이 되어주는 원주민들. 그들은 입으로 말하지 않고 눈으로 말하는 것 같았는데, 큰 눈 속에 ‘우리는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마을에서 선발된 사람이고 나머지는 다들 일하러 나갔습니다.’ 라는 문장을 품은 듯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피그미 족, 부시맨 족이 외부세계에 알려지면서 그들의 마을이 몰락하거나 변질된 것처럼 마사이족 마을도 관광객들이 재미로 던져주는 문명의 부스러기에 신음하는 것은 아닌 지.

태초의 신비감과 원시 자연의 생활방식을 겸손하게 목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케냐와 탄자니아에 걸쳐져 있는 마사이 마라 여행을 권한다. 중요한 것은 산업화가 만들어 준 문명생활의 거만함을 모두 버리고 떠나라는 것이다.

자연은 그 자체가 위대한 작품이며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진리임을 다시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