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8.5.22 화 23:48
   
> 뉴스 > 칼럼 > 정현구의 음악칼럼
     
[Music Coulmn]파니 멘델스존 그리고 19세기 여성 음악가
2016년 07월 14일 (목) 15:06:59 정현구 국제문화개발연구원 부원장/ 코리아 네오 심 sctoday@naver.com
   
▲정현구 국제문화개발연구원 부원장/ 코리아 네오 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파니 멘델스존(Fanny Mendelssohn, 1805-1847)는 서양음악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여성 음악가 중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주관하는 살롱에서 주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자기 작품을 발표했으며, 모두 400곡이 넘는 작품을 작곡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는 자신보다는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1847)의 누나로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녀에 대한 평가도 시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19세기의 저술들에서는 “위대한 남성 음악가를 헌신적으로 내조한 뮤즈” 또는 “남동생을 여성화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키친 누나”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의 연구문헌들에서는 그녀를 뛰어난 음악적 재능이 있었으나 “동생의 그늘에 가려져 있고” 심지어는 “동생에게 견제를 당한” 가부장적 사회의 희생자로 보기도 했다.

특히 그녀는 너무나도 유명한 펠릭스 멘델스존을 동생으로 두었기에 다른 여성 음악가들보다 쉽게 남성과 비교되면서 성차별을 받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게 되었다.

파니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공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고 주로 가족과 친지 위주의 사적인 음악 활동을 펼쳤다. 물론 파니가 공적으로 음악계에 진출하지 못했던 것은 단순히 젠더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계급과도 연관된 문제로 볼 수도 있다.

19세기의 유럽사회에는 클라라 슈만(Clara Schumann, 1819-1896)을 위시하여 많은 여성 음악가들이 전문적 직업 음악가로 활동했다는 기록이 있다. 파니 멘델스존이 그렇지 못했던 것은 그녀가 단순히 여성이라는 사실보다는 부유한 이른바 부르주아 귀족 계층에 속한 여성이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다.

프랑스대혁명과 산업혁명 이후 급부상한 신흥 중산층 여성들에게 있어 예술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다분히 이중적이었다. 여성이 음악이나 미술을 할 줄 알고, 그것을 즐기며 사는 것은 부와 귀족적 취향의 상징이므로 적극적으로 권장되었다.

예를 들어, 음악에 재능이 있는 여성은 더 좋은 결혼 조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었고, 여성의 음악적 재능은 같은 가족 남성들의 자랑거리가 되곤 하였다. 하지만 자기 집안의 여성이 연주나 작곡을 통해 경제적 대가를 취하게 되면 그것은 그 집안 남자가 충분한 재화를 공급하지 못했으며 집안의 통제권을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것은 집안의 명예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것이었기에 남성들은 여성들의 활동을 철저히 집안에 머물도록 단속했으며, 이것은 가족에 대한 일종의 책임처럼 받아들여졌다. 파니 멘델스존의 경우도 그녀의 활동이 가정을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되었으며, 이 통제의 주체는 파니의 아버지 아브라함 멘델스존과 남동생 펠릭스 멘델스존이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파니는 큰 무대에서 연주를 한 적도 없고, 연주 단체나 음악 기관에서 직책을 맡은 적도 없으며, 대부분의 작품이 출판되지 않았으니 초라한 아마추어 여성 음악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큰 규모의 공공 음악회와 작은 규모의 살롱 음악회에 대한 당시의 가치 판단은 물론 음악회의 성격 자체도 지금과 차이가 있었으므로, 이러한 판단은 유보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파니의 주 활동 무대였던 살롱 음악회는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연주 형태로서 그것을 지금의 하우스 콘서트와 같은 성격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음악가의 위상 자체에도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직업 음악가의 위상이 달랐고, 특히 여성 직업 음악가의 위상은 남성 직업 음악가와는 또 달랐다.

또한 당시는 불멸의 작품에 음악적 가치를 부여하는 오늘날과는 다른 순간의 연주행위에 자치를 부여하는 풍토였다. 다시 말해 그녀가 살던 시대는 지금과 같은 정도로 ‘거장’과 ‘아마추어 음악가’ 또는 ‘고전’과 ‘소품’에 대해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파니 멘델스존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당대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음악가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녀의 생애나 업적이 후대의 음악사 서술 과정에서 왜곡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니의 생애는 한 마디로 전형적인 19세기 여성 음악가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음악교육의 단계에서는 차별보다는 오히려 권장을 받았으면서도 공적인 영역으로 진출하는 단계에서는 사회로부터 저지를 받았던 것이다.

그녀를 비롯한 과거 여성 음악가들이 겪었던 이러한 사회적 제약들은 살롱과 가정 음악회로 그 활동 영역이 제한되게 될 수 밖에 없었으며, 이로 인해 여성 음악가들을 역사가 더욱 낮게 평가하게 된 것이다.

     칼럼 주요기사
[공연리뷰]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서울 지하철에서 거듭나다
[기자의 눈] 의지 없는 예술위, 차라리 해체가 답이다
[공연리뷰]'소중한 사람을 살려야 해, 그러려면 너가 죽어야하고'
[성기숙의 문화읽기]무용학자 정병호와 무형문화재 無用論
[전시리뷰] 아크람 자타리, 당신은 누구십니까?
ⓒ 서울문화투데이(http://www.sc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0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5.18광주민중항쟁 38주년 기념시
[탁계석의 비평의 窓] 지방분권화 시
민중의 질긴 생명력과 한(恨)의 정서
오페라 명장면을 재현하는 국립오페라단
경복궁의 5월의 밤, '경복궁음악회'
[성기숙의 문화읽기]무용학자 정병호와
[기자의 눈] 의지 없는 예술위, 차
문체부 '사람이 있는 문화-문화비전
집사 예술가를 통해 귀엽고 아름답게
[전시리뷰] 아크람 자타리, 당신은
독자가 추천한 한주의 좋은기사
신문사소개기사제보구독신청하기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3150 서울시 종로구 삼봉로 81 두산위브파빌리온 742호 | Tel:070)8244-5114 | Fax:02)392-6644
구독료 및 광고/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401-380923 사과나무미디어그룹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은영
Copyright 2008 서울문화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