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화랑의 옥션 겸업, 문제·건전한 유통 위한 법제화 마련 해야"
[기획]"화랑의 옥션 겸업, 문제·건전한 유통 위한 법제화 마련 해야"
  • 이은영 기자·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7.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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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협회 "미술계 실상 모르는 소리" 반박도,'이우환 위작 논란' 등 문제 해결 위한 전문감정사 도입 시급, "위기의 미술계 해법은?"

[서울문화투데이=이은영 기자· 임동현 기자] 지난 7일 예술경영센터가 주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2차 세미나가 열렸다. 국립고궁박물관 본당 강당에서는 행사가 시작될 무렵 주최 측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송 기자들과 카메라가 동원됐고 예상을 깨고 강당은 사람들로 꽉 찼다. 시작할 무렵에는 아예 강당에 들어가기조차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 세미나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고 방송 기자들까지 몰렸을까? '이우환 위작 논란' 이후 미술계의 위작, 그리고 유통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 높은 관심이 미술계로서는 반가운 일은 아니다. 도리어 미술계에 대한 차가운 시선, 그리고 불신이 반영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7일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2차 세미나 모습.

“화랑이 경매업? 은행에게 증권까지 맡기는 격”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위조라고 주장하고 위조를 한 사람은 진품이라고 주장하며 맞서는 것에 익숙했던 우리에게 '이우환 위작 논란'은 이상한 상황이었다. 위작을 했다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한 반면 작가는 위작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그림값' 때문에 이우환 화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추상화가인 이우환이 이런 논란에 휘말렸다는 것만으로 이미 한국 미술계에 대한 인식은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국내 메이저급 특급 화랑이 옥션(Auction)까지 운영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도 관련이 깊다. 화랑이 미술품을 거래하고 파는 것까지 맡으면서 미술품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물론 '부익부 빈익빈'을 더 부추기고 미술계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미술 관계자는 "화랑이 경매업을 겸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은행이 증권까지 맡게 되면 결국 무엇을 하겠나? 주가를 조작한다. 화랑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현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는 점은 있지만 막상 법적으로 제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정부가 나서서 제재를 가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화랑과 경매업을 분리해야한다는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잊혀지지 않고 있는 <빨래터> 논란

미술계는 지난 2007년에 일어난 이른바 '빨래터 위작 논란'을 기억하고 있다. 박수근의 그림 <빨래터>는 당시 서울 옥션에서 한국경매 역사상 최고 금액인 45억 2천만원에 낙찰됐지만 한 미술잡지가 그림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위작을 주장한 미술잡지는 박수근의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기법이 어설프고 조잡하며 색체의 특징도 박수근의 다른 그림과는 다르다는 점을 내세우며 이 그림이 위작이라고 밝혔었다.

이에 서울 옥션은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에 진위 감정을 의뢰했고 결국 연구소는 진품으로 판정했지만 '공개감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감정 결과에 대한 의문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결국 지난 2005년 '이중섭 위작 사건'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최명윤 교수가 공개감정을 주장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들의 감정이 과연 전문적이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랑이 감정을 겸한다는 것은 결국 전문성도 없이 자기들 멋대로 위작과 진품을 구별해 장사를 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우리 감정 시스템 괜찮다? 프랑스를 보라

여기서 지난 달 9일 열렸던 <미술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1차 세미나 상황으로 넘어가보자. 당시 세미나에서 박우홍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미술 유통 단계를 실상보다 어지럽게 보는 분위기에 가슴이 무겁다. 우리 감정 시스템도 상당 부분 위치에 올라와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건전한 미술품 유통을 위한 법제화 방안'을 발표한 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법제화에만 급급하신 것 같은데 실상을 모르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9일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열린 <미술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정책토론회>1차 세미나 장면.

그러나 이날 발표된 프랑스의 사례를 보면 과연 우리가 미술계의 실상을 모르고 상황을 어지럽게 보고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감정전문가'가 되려면 적어도 7~10년의 경력이 있어야한다. 사실 이렇게만 해도 '행세'는 할 수 있지만 그 경력을 거친 후 대학처럼 시험을 치고 논문을 써서 그것을 통과해야 비로소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 정도로 감정전문가가 되기가 쉽지가 않다.

거기에 프랑스는 미술품 거래시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반드시 보증서를 제공하고 작가 서명이나 보증서 위조가 드러날 시 판매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은 '거래 이력'을 중요시하며 이우환 화백처럼 자신의 그림이 맞다고 작가가 주장해도 하나의 증거 자료로만 취급할 뿐, 신빙성을 두지는 않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프랑스는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필요시 정부가 개입을 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 화랑과 경매사, 감정 전문가들간의 논의가 있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미술 감정과 유통에서 그들은 철저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시행령을 만들고 자체적으로도 강한 징계를 내리고 있다. 한마디로 그들은 이미 마음 속에 '윤리 의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법적 제재도 없고 감정인의 전문성도 검증됐다고 볼 수 없다. 그러면서 '법제화', '정부 규제' 이야기가 나오면 "미술계의 실상을 모르고 하는 발상"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누구도 '위작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그 반대로 '위작'이 오히려 '진품'으로 각광받고 작가들이 입을 모아 '위작은 없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미술계를 아끼는 사람들은 “지금의 미술계는 떳떳해질 필요가 있다. 냉정하게 현 상황을 돌아봐야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련기사>"정부 미술시장 개입 필요", "감정 전문 인력 키우는 게 우선"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