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재방문율 떨어진 서울 관광, 이제 '이야기'를 찾아라
[기자의눈] 재방문율 떨어진 서울 관광, 이제 '이야기'를 찾아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7.22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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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즐기면 끝'으로 인식되고 있는 서울, 다시 오고 싶게 만들 '낭만'이 없다.

얼마 전 소중한 분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광화문 피맛골 부근에서 만났는데 전에 보지 못했던 옛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마침 여름 저녁이라 '분위기 좋은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는데 어느 순간 감흥이 사라져갔다. 보존이 잘 됐다기보다는 인공의 느낌이 나는 건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서울 종로의 피맛골은 '서민의 골목'으로 유명했다. 종로를 지나는 고관들의 말을 피해갔다는 피마(避馬)에서 유래된 이 골목은 서민들이 즐겨찾는 해장국집 등 다양한 먹거리와 이야기가 있었던 곳이었다.

▲ 광화문 피맛골길에 설치한 우물. 전통을 복원한다고는 하지만 인공적인 모습을 감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재개발의 바람이 불면서 피맛골은 이름만 남고 사라졌고, 뒤늦게 그 곳에는 옛날 건물과 우물 등이 설치되어 그곳이 '조선시대의 거리'라고 외치는 상황이 됐다. 물론 이것도 예산이 들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정작 재방문율은 극히 낮다고 한다. 외국인들에게 서울은 '한 번 가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인식됐다는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서울엔 좋은 명소들이 있다. 화려함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이야기'다.

서울을 찾으면 흔히 덕수궁이나 경복궁 등 고궁을 찾고 인사동 골목을 둘러보고 동대문이나 명동에서 쇼핑을 하고 강남 번화가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인식을 하게 된다. 각종 문화 행사를 관람할 수도 있고 여러 먹을 거리를 맛볼 수 있다. 

▲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서울은 이제 '이야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을 즐기고 난 뒤 정작 서울이 전하는 '이야기'가 없다. 서울의 문화, 서울의 역사, 서울의 낭만. 이 모든 것들이 관광객들의 가슴에 와 닿지 않은 것이다. 서울 안에 숨겨진 여러 이야기들은 여전히 땅속에 묻혀있다. 그 이야기들을 활용하는 모습도 아직은 미진하다. 

서울의 명동은 이제는 완전히 일본, 중국 관광객들을 타겟으로 한 쇼핑의 공간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이 곳이 5,60년대 시와 연극, 공연이 계속된 문화의 거리였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한국 현대 문화의 본거지로 남아야했던 명동은 그저 쇼핑을 위한 도시로 변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명동의 부흥'을 내걸고 재개관한 명동예술극장(구 시공관)이 '생뚱맞게' 서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우리의 문화를 잃어버리면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내세울 것이 없어진 것이다.

▲ '명동의 부흥'을 바라며 명동예술극장이 열렸지만 중국과 일본 관광객 중심의 도시로 바뀌면서 '생뚱맞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듯하다

피맛골이 사라지면서 관광객들은 서울의 서민들이 즐겼던 문화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서울의 화려한 문화를 접하면서도 정작 서민들의 문화를 접하기는 어렵다. 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서민의 역사를 없애버리다 보니 역시 우리는 서민의 낭만을 잃어버렸고 그 낭만을 전할 수도 없게 됐다. 

이러다보니 관광객들의 눈에는 서울이 '그저 한 번 와서 보고 즐기고 쇼핑하면 끝'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외양은 화려해보이지만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다시 보고 싶을만큼 낭만이 느껴지지 않는 도시가 서울인 셈이다. 분명 서울에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도 이제 듣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니 외국인들은 어떻겠는가?

다행히 최근 복원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백남준의 생가에는 기념관이 설치되고 고종이 러시아 대사관으로 옮겨간 '아관파천' 120주년을 맞아 러시아 대사관과 '고종의 길'을 복원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복원되어야 할 것은 건물이나 유물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다. 이제라도 서울에서 없어진 '이야기'를 찾아야할 때다. 우디 알렌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며 프랑스를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찾아 알리는 '미드나잇 인 서울'을 만들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