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30년 만에 빛 본, 문진우의 ‘비정의 도시’를 보라.
[전시리뷰]30년 만에 빛 본, 문진우의 ‘비정의 도시’를 보라.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6.07.2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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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까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려...
▲문진우, '비정도시'사진집.(눈빛출판사, 12,000원)

부산의 다큐사진가 문진우가 상경하여, 30여 년 전에 찍은 사진들을 펼쳐놓았다.

지난 22일,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개막된 문진우의 ;비정의 도시‘가 바로 그 것이다. 다소 신파적인 ’비정의 도시‘라는 말을 들으니, 바로 80년대 이전으로 필름이 돌아간다.

그가 찍은 남포동 사진들은 그 당시의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게 했다. 내가 운영했던 남포동 '한마당'에서  최민식 선생을 만나 사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부산매일‘사진부장으로 있던 장정수 소개로 문진우를 몇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사진에 미쳐 서울로 도망치며, 이내 그를 잊어버렸다.

작년 무렵, 폐북에서 문진우를 기억하게 되었으나, 그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갤러리 브레송'에서는 35년 만의 만남이었는데, 사진들이 너무 좋았다. 이런 사진이 3-40년 동안 잠자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한정식선생의 말씀처럼 “사진은 된장이나 와인처럼 숙성되어야 제 맛이 난다”는 게 실감났다. 그가 다시 보였다.

▲문진우, 1985 부산 남포동

그 당시 사진판의 선배들이란 트리밍자 들고 다니며 후배들 사진을 이리 저리 짜르는 게 일 이었다. 거기에 걸렸다면 문진우의 사진도 이리저리 잘려나가 반병신 되었을 게다. 스승을 두지 않고, 꼴리는 대로 찍었기에 지금의 문진우가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기본에서는 벗어났지만, 사진의 전달 메시지는 강하다. 기록성에 자신의 감성을 더한 이미지라 울림이 컬 수밖에 없었다.

▲문진우, 1985 부산 해운대

80년대 초반, 부산에 있었던 문진우씨와 나는 알게 모르게 최민식 선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접근방법은 서로 달랐지만 휴머니즘을 향한 정신 하나는 확실하게 이어받았다. 난, 그 당시 시 건방이 들어 인간성 상실을 낡거나 날카로운 기계에서 찾았지만, 그는 인간을 등장시켜 다큐멘터리 사진의 수필을 쓴 것이다. 그가 선택한 접근법이 옳았다. 인간 자체가 사진 최고의 가치기준 아니던가?

▲문진우, 1984 부산 충무동

지금도 다를 바 없지만, 사진만 찍어서는 살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사진 찍는 직업들을 선호했는데, 그 당시 신문사 사진기자는 사진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는 사진기자로서 일하며 자신의 작업을 할 수 있었고, 난 여기 저기 사진잡지에 밥 빌어먹으며, 아마추어 사진판의 비리나 지켜보며 눈을 더럽혀 왔다. 그나저나 여태껏 부산의 문진우 사진을 몰랐다는 게, 더 부끄럽다. 한동안 내 사진의 주인이었던 산골사람들과 지내며 사진판을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문진우, 1985 부산 남포동

그를 생각하니, 또 열 받는다. 어떻게 이런 사진가가 학맥이나 인맥으로 범벅된 속칭 성골 진골에 가려 구석방 신세지고 있었단 말인가? 말 많은 부산의 최민식사진상 후보는 물론 ‘부산참견록’이라는 프로젝트조차 한 번 해보지 못했을까?

▲문진우, 1987 부산 기장

하기야! 끼리끼리 노는 바닥에 그야말로 개밥에 도토리 격이었을 게다. 평생 부산을 향해 카메라를 겨누어 왔지만, 그의 줄은 짧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 철저하게 밀려난 변방의 사진가였다. 뒤늦게 들은 이야기지만 문진우 사진을 영혼이 없단다. “영혼 좋아하시네,” 욕 나올라 한다.

▲문진우, 1985 부산 남포동

인간에 대한 애정을 냉소로 토해내는 초창기 ‘불감시대’ 사진들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김문호의 ‘온더 로드’를 많이 닮았다. 두 사진가가 드러내고자 한 도시인의 상실감은 구체적 사실보다 전체적인 해석이었는데, 그 방법의 하나로 이질감을 끌어들이고 있다.

신축빌딩 앞에 가면 쓴 사나이를 등장시켜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하고, 쭈그려 앉은 노인들 앞에 멈춘 승용차로 인간존재를 위협하는 현대문명을 비판했다.

▲문진우, 1992 부산 범일동

부산에서 활동하는 사진가가 부산을 찍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는 일편단심 부산을 찍어왔다. 소재주의고 뭐고 그런 생각은 할 필요도 없이 바다가 좋으면 바다를 찍었고, 부산의 슬픈 역사와 인간 소외를 담으려 산복도로에 메달리기도 했다. 사진은 자기 마음 가는 대로 당면한 상황에 따라 찍었던 것이다.

바다를 찍기 위해 해운대로 이사하는 열정도 보통은 아니지만, 궂은 날씨 따라 달라지는 바다의 암울한 풍경을 줄곧 나게 찍어왔다. 그 사진으로 1997년 ‘바다, 하늘 그리고 오브제’란 전시를 했다.

▲문진우, 2010 부산 산복도로

산의 배를 갈라 길 내고, 동네 만들었다는 산복도로는 그에게 소외된 도시 사람들의 상징 처로 자리 잡았다. 허리 굽은 노인밖에 없는 볼품없는 동네였지만, 그만의 어법으로 ‘산복도로에서 부산을 보다’(2013)란 전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돈 받고 찍은 사진이긴 하지만, 1950년 부산에 들어 선 미군부대 ‘하야리야’의 폐쇄된 모습을 찍어 ‘하야리아, 사진 속에 잠들다’(2011)란 사진전도 했다.

▲문진우 2010, 부산 하야리아

지금은 낙동강 철새도래지였던 명지 뉴타운이 들어서는 과정들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모든 기록들도 80년대에 찍은 ‘불감시대’처럼 시간이 흘러 숙성되면 그 가치가 빛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진가 문진우

사진비평가 이광수 교수는 그의 사진을 두고 “사진이 어떤 용도로 쓰일지라도, 그것의 속성이 기록에 가깝든 예술에 가깝든 순수 다큐멘트이든 관계없이 모든 경우에 통용되는 가치 하나만 골라라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오래됨’이라 했다. (중략)

그의 사진은 구도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 죽어있지 않고, 그 안에 세계의 해석까지 들어 있다면, 그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30일까지 이어지고, 눈빛출판사의 사진가선28호로 문진우‘비정의 도시’(12,000원)사진집도 출간되었다,

(갤러리 브레송 / 02-2269-2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