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보삼 경기도박물관장]"고리타분한 박물관? 그 이미지 완전히 바꿀 것”
[인터뷰/전보삼 경기도박물관장]"고리타분한 박물관? 그 이미지 완전히 바꿀 것”
  • 인터뷰·정리 이은영 편집국장/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7.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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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어린 왕자>전 진행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의 마음, 제대로 전달될 것”
▲전보삼 경기도박물관장

지난 5월 2일부터 경기도박물관에서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전시회로 표현한 <어린 왕자>전이 열리고 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이번 전시회는 세계 각국에서 발간된 <어린 왕자> 책들과 생텍쥐페리의 유품,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조각품 전시 등 다양한 내용의 전시가 준비되어 있다.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끄는 전시회지만 현재 순탄하지만은 않다. 전시에 치중하다보니홍보의 부족이 문제가 됐고 이는 결국 많은 이들이 <어린 왕자>를 직접 만날 소중한 기회를 놓칠지도 모르는 위기를 만들었다. 여기에 경기도박물관에 대한 도민들의 선입견도 있었다. '옛날 유물만 전시한 고리타분한 박물관'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히 도민들의 발길을 경기도박물관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다.

전보삼 경기도박물관장은 이 상황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왕자>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제 학생들과 가족 방문이 많아질 7월과 8월, 다양한 부대 행사를 계획하면서 새로운 ‘경기도박물관’을 보여주는 데 힘쓰고 있는 전보삼 관장은 “지금 바로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계속해서 경기도박물관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는 시도를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본토인 프랑스에서도 이루지 못한 <어린 왕자>전을 이뤄낸 과정부터 순탄치만은 않은 전시회 상황,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지않고 있는 희망과 우리의 박물관을 보는 근심어린 시선과 대안까지. 전보삼 관장이 이야기하는 <어린 왕자>전, 그리고 경기도박물관의 미래를 들어볼 시간이다.

▲전보삼 경기도박물관장/동국대 한국철학 박사학위 취득/ 만해기념관 설립자 및 관장/한국박물관협회장,한국사립박관협회장,경기도박물관협회장/ 전 신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역임.

<어린 왕자>전은 어떻게 열게 되었나
올해가 한불 수교 130주년이다. 경기도와 프랑스는 인연이 있다.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군이 경기도 남양만을 통해 들어왔고 수원에 수교 기념탑이 있다. 어떤 자료가 있을까하다 <어린왕자>를 생각하고 지난 해부터 프랑스 측과 협상을 했는데 생각해보겠다는 답을 얻어냈다.
이후 급진전을 이루면서 긍정적인 사인이 오갔다. 프랑스 셍텍쥐페리 재단 사람들이 자신들도 전시를 한 적이 없었다고 하더라. 직접 와서 전시 기획을 보고 흔쾌히 전시를 수락했다. 서류 처리할 때만 해도 깐깐했던 사람들이 전시를 보니 마음이 바뀐 것이다. 이렇게 전시를 한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홍보였다. 전시에 올인하다보니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홍보가 굉장히 중요한데 타격이 있을 수 있겠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불수교 130주년 선포식에 갔는데 수교 기념 행사들을 보니 다 짤막짤막한 행사였지 4개월간을 치르는 전시가 없었다. 전시 이야기를 하니 문화부 홍보 담당관이 자신에게 먼저 이야기하라고 해서 바로 했더니 다행히 몇 군데이긴 하지만 기사가 났고 방송에서도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미술관까지 오는) 버스가 다니는 서울 강남역부터 포스터, 배너 붙이고 광고를 하고 싶었지만 예산이 역시 문제더라.

박물관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점도 걱정이다.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이 아직도 있다. 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이번 전시를 마련했는데 다행히 조금이라도 알아주는 것 같더라.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계속 시도하면서 이미지를 바꾸려한다.

▲전시장을 돌며 작품을 설명하는 전보삼 경기도박물관장

바로 옆에 어린이박물관이 있지 않은가
어린이박물관과 우리 박물관은 다르다. 어린이박물관은 미취학 아동들 대상이다. 이들은 다 버스가 있어 기동력이 좋다. 하지만 우리는 취학 아동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이들은 기동력이 없다. 학교에 버스가 없다. 학교에 홍보해 단체 관람을 유도할 예정이다. 방학이 걸린 7~8월
에 가족 관객, 학생 관객이 많은데 강약을 조절하며 홍보를 어떻게 할 지 고민이다.

이번 <어린 왕자> 전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세계에서도 많은 종류로 편찬이 됐고 조사해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1,500여종이 나왔더라. 단일 책으로는 가장 많이 나온 거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린 왕자> 나온 과정을 전시하면서 1943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발매된 불어판과 종전 후인 1945년 프랑스에서 나온 새로운 불어판이 전시됐다.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 초판본이 원래의 색깔인 청색과 다른 초록색으로 프랑스에서 재판된 책을 비교전시하고 있다.

전쟁 중에 생텍쥐페리는 미국에서 불어로 된 책을 발매했지만 미국에서 했기에 미국판이고 1945년 판이 오리지널 프랑스판이다. 그런데 프랑스판은 삽화의 칼라 색깔이 녹색에서 청색으로 바뀌어있었다. 결국 잘못됐다고 전량 폐기처분됐는데 그게 오히려 귀한 책이 되었다(웃음).

이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나온 단행본들을 전시하고 있다. 생텍쥐페리가 직접 사인을 한 책 등이 이번에 처음으로 소개가 되고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그림 원본 등도 전시되어 있다.

그가 그린 그림과 메모를 보면 그가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하고 글쓰는 것을 좋아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시장에는 생텍쥐페리가 부인과 함께 있는 모습이 담긴 팔찌가 있는데 이는 그가 비행기 추락으로 실종된 후 그의 추락 지점을 찾아낸 단서가 됐던 유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생텍쥐페리가 탑승했던 비행기로 <어린 왕자>의 모티브가 되는 것들이 보이는 ‘코드홍 시문(Caudron Simoun)’과 ‘P-38 Lightning’이 선보인다.

▲생텍쥐페리재단 전속작가인 나자르아가(Nazare-Aga)의 조각품을 통해 7개 별의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앞서 프랑스에서 전시가 되지 않았다고 잠깐 언급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재단에서도 이렇게 한번에 유물들을 모은 게 처음이라고 한다. 유물은 재단과 유족들, 그리고 개인 소장한 이들이 나눠 갖고 있으며 실제로 소장자들끼리의 모임도 있다.재단에서 정보를 제공했고 우리가 그 소장자들을 추적해 도움을 받아 전시회가 열릴 수 있었다. 또 유물 중 20% 정도는 일본에 있다고 하는데 오사카와 동경에 있는 어린왕자 박물관이 바로 그들을 전시한 것이다.

재단을 지금 생텍쥐페리의 증손자가 운영하는데 시각장애인을 돕는 사업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래서 2전시관에서는 시각장애인 체험 전시관도 마련되어 있다. 밤하늘의 별 속에서 조각을 만져보고 점자를 읽으며 <어린 왕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 전시는 시각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도 시각장애 체험을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또 3전시관에서는 작품을 아름다운 색깔과 조각으로 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되었다. 아마 여러가지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 이 두 전시실은 개관 당시 조각가가 직접 작품을 들고 한국에 와서 세팅을 맡아 주었다. 개막 후 바로 돌아갔는데 중간에 다시 한 번 한국에 온다고 한다.

왜 현 시점에서 <어린 왕자> 전을 계획하게 됐나
<어린 왕자>라는 소설이 굉장히 철학적이면서도 깊이가 있다. 생텍쥐페리가 비행기 추락 후사막에 갇히면서 자신의 생각을 소설로 담아낸 것인데 어른들에게는 인간의 욕심을 줄이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어린이에게는 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무수히 많은 꿈을 꾸라고 전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철학적인 깊이를 어린이들이나 책을 읽지 않은 이들은 제대로 느끼지를 못한다. 소설을 읽었던 읽지 않았던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의 흔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이해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공군조종사이기도 했던 <어린 왕자>의 저자인 생텍쥐페리의 사진이 전시되었다.

그렇다면 어린이를 위한 체험 행사 등 부대 행사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지난 어린이날 기간에 ‘어린왕자와 함께 우주여행’을 진행했고 지난달에는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를 열었다. 숨겨진 이야기 등을 소개하는 심포지움도 열고, <어린 왕자>만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가가 있다고들었다. 그 외에도 여러 제안을 받고 있다. 전시장을 더 만들어 외부인들의 재능과 능력을 수용하고 참여하고픈 이들이 활동하도록 하는 행사도 계획했다. 이를 다 압축해 여름방학이 다가올 7월 말 무렵에 행사 계획을 정할 예정이다.

경기도박물관은 현재 어느 정도의 유물을 가지고 있나

현재 2만5000천 점의 유물이 있는데 특히 복식 유물이 유명하다. 20년간 발굴하고 복원해왔기 때문에 어느 시대에, 어떤 계층이, 누가 입었는지를 알 수가 있다. 이를 계기로 기증 유물을 받기도 했는데 특히 대한민국의 웬만큼 유명한 초상화들이 여기에 다 있다. 정몽주 등 인물과 관찰사 등의 초상화들이 있다. 경기도 관련 유물, 국보 보물 등도 많다. 콘텐츠는 풍부하다.

그렇다면 지금 하고 있는 광개토대왕 전시는?
그건 조그만 행사다. 한달에 한번씩 교과서에 나오는 유물들을 정리하는 형식의 작은 전시를 하는데 이번이 광개토대왕 전시다. 목판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실도 마련되어 있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특별전<어린왕자> 전에 전시된 생텍쥐베리 의 유물 중 생텍쥐베리가 공군 조종사로 활동하던 시기 자료들.

박물관 협회장을 지냈다가 공공기관장으로 오셨는데 현재박물관의 문제와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공립이냐 사립이냐에 따라 상황이 틀리다. 사립의 경우는 개인 취향에 따라 전시를 하다보니 전문성이 강조되어 소프트웨어는 좋지만 건물 등 하드웨어는 약한 편이다. 반면 공립은 하드웨어는 좋지만 전문적인 부분과 콘텐츠가 사립에 비해 약하다. 공립의 단점을 사립의 장점으로, 사립의 단점을 공립의 장점으로 보완하면서 발전을 꾀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특히 공립은 경쟁에 신경을 쓰지 않는데 그러지 말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야한다. 사립은 어떻게든 수익을 올리기 위해 경력 마케팅을 하는데 그것을 잘하는 이들이 공립에 가세해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한다고 본다. 지역주민이 사랑하고 가꾸는 박물관을 만들려면 너무 이상적인 내용으로 하지 말고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보편적인 생각으로 나가야한다.

▲▲생텍쥐페리재단 전속작가인 나자르아가(Nazare-Aga)기 조각한 어린왕자와 7개 별의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너무 전문적으로 나가면 오히려 주민들이 외면한다. 짜장면을 먹는 사람에게 간짜장을 먹자고 하면 좋아하지만 짜장면을 모르는 이에게 간짜장을 먹자고 하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다 아는 걸 해야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겠느냐? 그 생각으로 나온 것이<어린 왕자>전이다. 경기도만의 전시를 뛰어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시도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경기도박물관의 정체성’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이미 우리에게는 경기도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전국 행사를 한다고 해도 정체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립이나 공립이나 다 공공재다. 정부 지원이 너무 미미하다. 물론 그 옛날 '제로' 시절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50% 이상은 되어야한다. 그러나 정부 혹은 개인에게만 맡긴다면 어렵다.주변 애호가들의 펀드가 이뤄지면서 함께 갖고 가는 문화가 형성되어야한다. 우호적인 이들이 많아지고 같이 어우러져서 할 일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좋다.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정리/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