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송광사 가는 길/우정연 시인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송광사 가는 길/우정연 시인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6.08.0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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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가는 길
                                                         

                                           우정연 시인(1957~)


가을 햇살이 엿가락처럼 늘어나
휘어진 살길을 힘껏 끌어당긴다
늘어날 개로 늘어난 팽팽한 틈새에서
저러다 탁, 부러지면 어쩌나
더 이상 갈 길을 못 찾고 조마조마하던 차에
들녘을 알짱대던 참새 떼가 그걸 눈치챘는지
익어가는 벼와 벼 사이를 옮겨 다니며
햇살의 시위를 조금씩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다
비워야 할 일도 채워야 할 일도 없다는 듯
묵언정진 중인 주암호를 끼고
한 시절이 뜨겁고 긴 송광사 가는 길
참, 아득하기만 하다

 

▲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송광사 가는 길은 햇살도 있고 엿가락처럼 길고 긴 휘어진 산길입니다. 시인은 휘어진 길과 가을 햇살을 팽팽한 활과 시위로 비유합니다. 이런 상황을 참새 떼가 옮겨다니며 긴장을 풀어줍니다. 주암호는 묵언정진중이라고 의인화합니다. 그런데 화자는 송광사 가는 길이 아득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도 가도 아득한 길이 절에 가는 길일 것입니다.(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