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세계민속춤 다양성 느낄 수 있는 무대,'세계 민속춤 페스티벌'
[공연리뷰] 세계민속춤 다양성 느낄 수 있는 무대,'세계 민속춤 페스티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8.12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용수들의 진지함과 말레이시아 춤의 흥겨움 인상적, '보여주기'로만 끝난 부분은 아쉬움

지난 10일 국립극장 KB 청소년 하늘극장에서는 '제1회 세계 민속춤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행사는 제13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의 일환으로 열린 것으로 세계의 민속춤을 현지 무용수와 우리 무용가들이 선보인 공연이었다.

공연의 시작은 전통 타악기를 변형한 북, 장고, 오고무 등과 화려한 춤이 어우러진 한국의 '천타지무(天打地舞)'로 시작됐다.고양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선보인 타악과 춤의 향연에 관객들은 빠져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 "올해 처음으로 세계민속춤을 한자리에서 선을 보이게 됐다"며 인사말을 하는 허영일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집행위원장은 벅찬 마음에 잠깐 울먹이기도 했다.

▲ 한국의 천타지무 (사진제공=서울국제무용콩쿠르)

공연은 말레이시아의 '믕아답 르밥', 중국 하니족의 나막신춤, 인도의 전통무용인 '자티스와름 날리나칸티', 태국 농부의 춤, 중국 치앙족 춤, 중국의 호선무(胡旋舞), 중국 사마 춤, 폴리네시안 춤, 가로틴, 탱고, 조겟(말레이시아에서 결혼식이나 파티에서 추는 춤), 처용무 순으로 진행됐고 마지막에 다시 한번 천타지무와 함께 페스티벌에 참가한 무용수들이 인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각 나라의 다양한 전통춤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페스티벌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동양의 춤들이 대부분 신에게 제사를 드리면서 복을 기원하고 추수에 감사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이 춤들을 통해 이 페스티벌은 물론 서울국제무용콩쿠르의 발전을 희망하는 의미로 보여 더욱 이채를 띠었다.

▲ 중국의 호선무 (사진제공=서울국제무용콩쿠르)

하지만 처음의 화려함과는 달리 공연은 그저 '이런 춤이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만 그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줬다. 물론 관객들이 책자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책자가 없으면 어떤 춤인지를 모를 정도로 소개가 빈약한 것도 흠이었다.

사회자를 선정해 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고 분위기를 잡아줬다면 더 좋았을텐데, 이런 완충 역할을 하는 이 없이 '무용수들이 춤을 추다 들어가고 다시 춤을 추다 들어가고'의 반복으로 이어지다보니 단조로움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진지한 표정이 그 아쉬움을 달래주면서 공연을 지켜보다가 말레이시아 춤인 '조겟'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남녀가 함께 추는 이 공연에서 말레이시아 남자 무용수가 갑자기 여성 무용수를 향해 '하트'를 날리자 관객석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춤을 지켜보기만 했던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진작에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면 공연에 활력이 좀 더 생겼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인도의 자티스와름 날리나칸티 (사진제공=서울국제무용콩쿠르)

그리고 무대에 섰던 무용수들이 천타지무와 함께 하나씩 하나씩 등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선보인 춤을 짤막하게 다시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는데 그들의 춤과 한국의 타악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춤과도 잘 어울리는 한국의 타악 연주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더 많은 나라의 더 다양한 민속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첫회를 맞은 세계 민속춤 페스티벌에겐 너무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왕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면 그냥 보고 끝나는 공연이 아닌, 춤의 의미를 깨닫고 함께 어울리고 흥겨울 땐 박수도 치면서 세계 전통춤의 매력에 빠지는 그런 무대가 되는 게 정말 좋았을 것이다. 우선은 다양한 춤을 봤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다음에는 좀 더 흥겨운 공연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