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ulmn]별에서 온 천사였구나②
[Culture Coulmn]별에서 온 천사였구나②
  • 동산 이동식/언론인 ·저술인
  • 승인 2016.08.19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호에 이어서 >

▲ 동산 이동식/언론인·저술인/현 KBS 비즈니스 사/2010.06~ 제7대 한국불교언론인회 회장/KBS 정책기획본부 본부장 역임.

그러나 그녀의 팬들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유환이 암에 걸린 것을 안 후에 전화를 한 것이 그녀를 이용하려 한 것이 아니냐며 야오베이나의 죽음이 유환 때문이라고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실제로 그녀가 수술은 끝냈지만 화학치료를 받는 일종의 요양기에 드라마 주제곡 몇 곡을 녹음하였으니 몸에 무리가 갔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앞에서 알아본 대로 2013년에 야오베이나는 화려한 조명을 받는다. 암을 이긴 가수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2013년 8월에 유방암예방 활동을 펼치는 <핑크 리본 켐페인>의 대변인으로서, 스스로 옷을 벗고 유방이 절제된 자신의 몸을 포스터에 내놓았다.

텔레비전과 영화 음악에의 요청이 잇달았다. 2014년 1월에는 미국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빙설기연(冰雪奇缘)》(Frozen,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왕국'으로 소개됨)의 중국판 주제가 《수이타바(隨它吧 수타파)》(Let It Go!)를 불러 디즈니 원곡보다도 더 잘 불렀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는 2014년 춘절에 중국 국영의 CCTV1가 자랑하는 초대형 쇼프로그램인 만회(晩會, Evening Show)에 출연해 가장 좋은 시간대에 《천요중국(天耀中华)》이라는 최고의 노래를 부른 것은 앞에서 알아본 그대로이다.

그 다음해인 2014년은 야오베이나의 해였다. 3월에는 진강(鎭江) 국가명승구의 대변인으로서 홍보주제곡을 불렀고 4월에는 중국 Music Radio의 TOP가수경연에서 '최고의 노래', '최고여가수', ' DJ가 뽑은 최고연예인' 등 3개 부문 상을 석권했다. 5월 17일에는 절강방송에서 주최한 제1회 국제 노래방 신곡 반포식에서 '아시아최고 인기가수'와 '그해 10대 새노래' 등 두 개 부문 상을 받았다. 닷새 후에는 제7회 도시노래방 지존경연에서 '지존여가수'와 '20대 최고노래'로 뽑혔다. 그런데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을 하던 중에 6월27일 유선암이 재발되었다.

그래도 영화주제곡 등을 불렀는데 병을 안고서도 10월 이후 무대에 섰다가 객혈을 하는 등 병세가 악화돼 그 해 11월13일에 부른 《물고기(魚)》라는 노래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노래를 불러주지 못했다. 12월 26일 북경대학 심천병원에 입원해 특별진료를 받았으나 결국 20일 만인 2015년 1월 16일에 세상을 뜨고 만다. 34살의 나이에 말이다.

▲ 야오베이나를 추모하는 사람들

여기까지는 천재적인 소질을 타고 난 젊은 여성이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동화 같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베이나는 숨지기 일주인 전인 1월9일 오전에 아버지를 통해 오랜 투병으로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몸에서 그래도 성한 부분인 두 눈의 각막을 기증한다. 1월16일 오후 4시 55분 베이나가 눈을 감자 5분 동안에 그녀의 각막이 적취되어 심천과 사천성 성도 두 곳의 시각장애인의 광명을 찾아주었다.

가장 사랑하던 여가수를 잃은 중국인들은 오열했다. 중국 곳곳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녀의 유해가 있던 선전(深圳)시의 한 장례식장에는 장례식이 열린 20일까지 동료 연예계 인사들과 팬들, 사회 각계 인사 등 수 천 명이 모여 야오베이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화이브라더스 왕중쥔(王中軍) 회장, 가수 나잉(那英)을 비롯해 펑샤오강(馮小剛) 감독, 가수 류환(劉歡), 배우 덩차오(鄧超), 대만 배우 류이페이(劉亦菲·유역비), 가수 샤바오량(沙寶亮) 등 절친 인사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한 팬이 마련한 플래카드에는 "천사여 잘 가세요"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었다.

그녀가 숨을 거둔 심천의 병실에는 숨진 그날 저녁에 《심천만보(深圳晚報)》의 기자가 보조의사를 가장하고 숨어들어가 그녀의 시신을 사진으로 촬영했는데,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가족들의 항의로 신문에 실리지는 않았다 이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신문사는 하루 반이 지난 아침에 "시신을 찍으려던 것이 아니라 각막적취수술을 취재하려 했었다"며 에둘러 사과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야오베이나가 숨지기 이틀 전에 수도 북경의 301병원에서는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장만년(張万年 장완니엔)이 별세했다. 장만년은 인민해방군 총참모장 등 군의 요직을 거쳐 1992년부터 2003년까지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특히 1995년부터는 부주석으로서 사실상 중국의 군대를 지휘한 인물인데, 중국의 네티즌, SNS 등이 장만년의 공적은 다루지 않고 모두 야오베이나에 대해서만 대서특필하니 중국 군부 일각에서 불만이 일어났다.

▲ 야오베이나를 추모하는 사람들

그들은 “야오베이나의 사(死) 장만년의 상(殤)"이란 제목으로 분노의 글을 띄웠다. 死도 죽음이고 殤도 죽음을 뜻하지만 殤은 일찍 죽는 것을 뜻하니, 이 문장 제목의 뜻은 "장만년은 공을 세우고 오래 살다 죽고 야오베이나는 일찍 죽은 것 아닌가? 그런데 왜 거꾸로 난리인가? 라는 뜻일 것이다. 또 "난세에는 천지를 뒤엎을 영웅이 필요하지만 태평성세에는 취생몽사의 작은 콧소리만 필요한 건가?" 라며 나라를 지킨 영웅을 추모하지 않고 여가수 하나가 죽자 세상이 모두 그녀만을 애도하는가 하는 불만을 제기했다.

강택민 전 주석 등 이른바 상해방들의 장난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돌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는 이런 주장에 대해 국가를 지키는 것은 지키는 것이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것은 또 다른 것이라는 등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목소리가 많아져 곧 조용해졌다.

그리고서 약 두 달이 지난 2015년 4월 9일 이번에는 하늘에서 메시지가 왔다. 국제천문학연합회가 MPC93071 간행물에서 밤하늘에 있는 소행성 41981호를 "야오베이나(Yaobeina)"로 이름지었음을 발표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 NASA는 홈페이지에서 이 별의 새 이름에 대하여 "야오베이나(1981~2015)는 중국의 용기가 많은 한 여성가수로서 대중음악계에서 실력으로 수많은 상을 차지했으며 하며《심화(心火)》라는 노래로 그녀의 항암투쟁을 잘 묘사했다. 불행히도 세상을 떠난 후 자기 눈의 각막을 기증했다"라고 별에 얽힌 사연을 소개했다. 사실 이 행성은 홍콩의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양광우(楊光宇) 씨가 2000년 12월28일에 발견한 것인데 그동안 분류기호로만 돼 있던 것을 양광우 씨가 이 가수의 이름으로 지어달라고 청원해서 그 이름을 받게 되었다.

야오베이나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사이에 있으며, 육안으로는 관측이 어렵고 천체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다. 양광우 씨는 "야오가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했지만 용감하고 적극적인 삶은 많은 세인의 귀감이 됐다"고 명명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야오의 아버지인 작곡가 야오펑(姚峰)은 "딸의 정신이 별을 통해 되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야오베이나가 한참 중국에서 빛나던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말까지 한국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쳤는데, 이 드라마를 실시간으로 본 중국인들이 더 열광해서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였다고 한다. 한국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처럼 야오도 별에서 온 천사였다고 중국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장례식에 모인 팬들은 “천사여 잘가세요(天使一路走好)!”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렇다. 그녀야말로 정녕 별에서 온 천사였고 이제 다시 별이 되어 우리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영원히 빛나는 별이 되었구나. 그래 맞아 사실 천사라는 것이 어찌 우리 눈에 쉽게 보이겠나? 그러니 야오베이나야말로 쉽게 우리가 볼 수 없는 진정한 천사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