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전략적인 교육/(3) 자전거 도둑과 친해지기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전략적인 교육/(3) 자전거 도둑과 친해지기
  • 유승현 도예가 /심리상담사
  • 승인 2016.08.19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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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현 도예가 /심리상담사

전략적인 교육
(1) 알파고가 어디예요?
(2) 교육, 봄날 햇살의 힘
(3) 자전거 도둑과 친해지기 

며칠 전 15살 Y군은 편의점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조부에게 선물로 받은 나이많은 자전거였다.

당시 잠금장치를 하지 않았으며 도난을 당하면 찾기 힘들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근처만 대충보고 귀가한 Y군을 보니 보호자는 참으로 난감했다.

기말시험 직전, 힘들게 잡은 특강이 있으니 재빨리 학원으로 공중부양을 시켜야 하나? 물건을 귀히 여기지 않았다고 잔소리부터 해야 하나? 쉽게 자전거를 찾을 수도 없는데 귀찮게 신고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짧은 시간에 여러 고민을 한다. 결국 코앞의 시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이의 장거리 인생에 미칠 많은 영향을 생각하면서 112를 눌렀다. 

전국이 자전거 도난사건으로 극성이다. 자전거 출퇴근이 늘어나고 1인당 청소년들의 자전거 보유률도 높아졌기에 자전거 도난사건이 비례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자전거를 잃어 버려도 쉽게 사주는 보호자들과 고급 자전거로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하교 후 학원가를 라운딩하는 요즘 십대들에게 자전거는 필수품이건만 잃어 버려도 바로 사는 것이 당연해지니 주인없이 쌓여있는 지우개마냥 자전거가 소모품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자전거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본인의 자전거를 쉽게 식별 할 수 있도록 고유번호를 등록하는 것이 제도화 되어야한다. 고정식 거치대가 좀 더 많은 곳에 설치되어야 하고 관련법의 한계도 고민해 봐야 한다. 이미 자전거등록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지역에서도 낮은 등록률을 보이니 제도를 못믿는 풍토다.

훔친 자전거만을 전담하는 특별 수사반이 따로 있는 지역이 많단다. 자전거도난의 수가 적지 않은가 보다. 사실 ‘현대판 자전거 도둑’ 중의 상당수는 청소년이다. 학원 앞에 있는 남의 자전거를 쉽게 집어타고 가다가 다시 던져 버리는 사례도 많다.

부의 척도가 자전거 모델명과 자전거 가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불우한 십대들의 도둑질을 부추기는 상황이 된 것은 아닌지 우려해 본다.

지난 보도를 보니 십대가 훔친 자전거의 가격이 1000만원짜리였다는 기사도 있다. 절도를 직업으로 삼은 나쁜 어른들을 제외하고 ‘현대판 자전거 도둑’이 증가하는 것은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의 도덕성과 인성에 제동이 걸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의 일정부분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이 비단 물건뿐이겠는가? 국민들의 마음을 훔친 정치인부터 세금을 훔치는 탈세자들, 아이들을 납치하고 돈을 뜯는 유괴범, 여성의 몸을 훔친 성폭력범까지 우리사회는 종류별로 남의 것을 쉽게 생각하는 이들이 참 많다.

A군의 보호자는 미래지향적이고 전략적인 교육의 일환으로 ‘현대판 자전거 도둑’을 잡기 위한 귀찮고 긴 여정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혹여 자전거를 찾지 못하고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더라도 A군과 그의 친구들에게 계몽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Y군의 친구들에게 자전거사진을 돌리고 협조 요청을 했다. 학원가마저 사진을 모두 붙여 놨으니 이 액션만으로도 남다른 애정이 있는 자전거로 공유된 것이다. 담당형사도 최선을 다해 수사를 진행하였고 이 과정을 Y군과 친구들은 긴밀히 경험하였다.

매일아침 비슷한 자전거사진이 속속히 도착했다. 잃어 버린지 약 한달 후 자전거 범인이 검거되었는데 본인도 자전거를 4대이상 잃어 버린 적인 있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놀라서 달려온 범인의 엄마가 그동안 4번의 도난 사건 중 단 한번이라도 신고를 경험했더라면 직접 진술서를 쓰고 자전거 찾기에 온 마음을 쏟은 적이 있었더라면 남의 자전거에 쉽게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이의 자전거를 한 달 동안 그냥 탔다면 엄연한 절도 맞다. 아무 때나 용서와 관용을 베풀수는 없는 노릇. 고개 숙인 현대판 자전거 도둑을 이대로 보낸다면 이 십대에게는 한 날의 무용담만 될 뿐이다.

자전거 절도라도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훈방조치로 쉽게 마무리 되는 현실이지만 교육적 처방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Y군의 보호자는 자전거도둑과 면담까지 특별히 부탁하며 처벌을 안하는 조건으로 일주일간 반성문과 독후감을 받기로 했다.

물론 자전거 도둑과 자전거주인 Y군을 대면시키지는 않았다. 같은 지역에서 자전거 도둑의 얼굴이 알려져 진짜 자전거 도둑으로 낙인찍힐까 우려되어서이다.

첫날만 상투적인 반성문을 요구하고 둘째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셋째날은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적어보도록 했다.

착한 생각으로 살아가는 위인들에게 대한 책을 보내고 독후감상문도 부탁했으며 10년 후 부터 50년후의 미래 모습도 계획해보라고 했다. 어눌하지만 글을 써 보냈고 해당파출소를 통해 며칠동안 편지를 주고 받았다. 어린 자전거 도둑은 반성하고 변화를 보였으나 문제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자전거 주인 Y군이었다.

결국 자전거를 잃은 시간만큼의 긴 시간이 흐르자 자전거 주인은 용서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로 답장을 했다. 자전거 한 대를 잃어버린 대신 많은 것을 배우게 된 Y군이다.

물건에 대한 소중함은 기본이요. 자전거특징을 기억하느라 몇 년간 잃어버린 소중한 추억들을 다시 떠올릴 수도 있었으며 용서와 화해, 이해와 관용이라는 큰 가치를 배우게 되었다. 나의 것에 대한 소중한 기억은 남의 것을 귀하게 여기는 정서가 된다.

그 현대판 자전거도둑을 절도범 취급을 하고 자전거만 찾아왔다면 더 중고가 되어있는 자전거만 마주할 뿐이다. 담당 형사의 협조로 현대판 자전거 도둑과 자전거 주인은 때 아닌 펜팔을 경험하며 지켜보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작은 메시지를 전했다. 각종 도둑이 들끓는다. 100년을 내다보는 전략적인 교육이 필요할 때이다. 

*글을 빌어 강동구 명일파출소 정경복경사님께 감사함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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