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중국의 한류 콘텐츠 제재, 한국 콘텐츠 시장의 미래는?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중국의 한류 콘텐츠 제재, 한국 콘텐츠 시장의 미래는?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6.08.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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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한중 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문화콘텐츠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교묘한 한류 제재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중 문화콘텐츠 시장은 큰 변화를 맞았다. 신한류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제 3의 한류 열풍은 중국을 크게 뒤흔들었다.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태양의 후예>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한류의 신드롬적 인기가 한국 문화계를 흥분에 빠뜨렸다. 뿐만 아니라 한국 예능이 중국 현지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서는 한국의 예능 포맷 사들이기 경쟁까지 벌어져 한국 방송계는 때 아닌 호황을 누렸다.

방송계는 물론이고 영화계, 공연계까지 문화 전반에 걸친 중국의 “한류 모셔가기” 경쟁은 한국 콘텐츠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물론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중 합작품, 한류 스타 및 포맷 모셔가기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의 자본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콘텐츠 본연의 가치가 중국의 자본에 의해 매겨지면서, 한국 콘텐츠의 본질이 흐려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 일례로 영화 <엽기적인 그녀 2>의 제작은 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각성제가 되었다.

이처럼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콘텐츠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문화계 안팎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 와중에 발생한 중국의 직접적인 한류 제재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정식 문건이 발효가 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교묘한 한류 때리기에 한국 콘텐츠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우리 콘텐츠 시장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막대한 손실도 불가피해 보인다. 인력 유출, 한류 스타 몸값 경쟁 등 국내 콘텐츠 업계의 일련의 고민은 중국 정부의 제재 조치에 무의미한 논쟁이 되고 말았다. 그만큼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제재 조치에 맥없이 휘청거리는 것은 결국 우리 콘텐츠 시장이다.

물론 중국 측 피해도 적지 않다. 한류 콘텐츠의 인기로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중국 대기업들이 주가 폭락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심리적으로 양국에 미치는 타격이 꽤나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양국의 자존심 싸움처럼 격화되고 있는 감정이 악화 일로로 치닫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렇다면 한류의 인기는 영원 할 수 있을까? 중국은 한류 콘텐츠를 통해 이미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만의 문화콘텐츠를 확보하고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를 장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머지않아 수명을 다할 한류의 인기를 증명하는 것 같다. 그만큼 중국 내 한류의 인기는 제한적이고, 이는 우리만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처럼 콘텐츠를 중국에 팔기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한류 제재를 넘어 혐한 감정을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다. 그저 중국 수출에 의존한 문화콘텐츠 사업만을 계획한다며 결국은 20년전 대만처럼 중국의 콘텐츠 제작 공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어쩌면 앞으로 벌어질 더 큰 문제에 작은 시작일지 모른다. 물론 이번 조치는 극단으로 치닫는 논쟁처럼 양국 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의 콘텐츠 산업을 제정비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중국의 자본을 바라 볼 것이 아니라, 좀 더 참신한 문화 원형을 개발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한국 콘텐츠만의 고유한 색깔을 살리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킬러 콘텐츠 생산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 주장하는 킬러 콘텐츠 개발의 첫 단계는 오히려 자본과 기술과 마케팅보다 문화원형이라는 가장 기본에 충실해야 할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