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전통문화교육이 필요한 이유
[김승국의 국악담론]전통문화교육이 필요한 이유
  • 김승국 전통연희페스티벌예술감독/수원문화재단 대표
  • 승인 2016.08.1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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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2016 전통연희 페스티벌' 예술감독/수원문화재단 대표

“우리는 문화천민”이라는 자조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듣기에 거북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문화천민이라고 불려도 반론을 제대로 하지 못할 증거는 보인다.

바흐나 모차르트의 음악을 모르는 것에는 주눅이 드는 사람들이 많지만, 영산회상이나 산조를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1998년 프랑스 아비뇽축제에서 우리나라 승무의 명무인 고 이매방 선생이 초청되었는데 프랑스 사람들이 이매방 선생의 춤을 보고서 완전히 매료되어 어떻게 저렇게 예술성이 뛰어난 춤이 있을 수 있는지 격찬해 마지않았다고 한다. 그로 인하여 프랑스 정부는 이매방 선생에게 문화훈장까지 수여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승무를 보기 위하여 줄을 서 관람권을 사지 않는다. 

문화공간을 구축할 때도 관람객의 접근성이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예술의전당이나 국립국악원을 가려면 3호선 지하철을 타고 남부터미널역에서 내려 좁은 출구를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가든가, 아니면 15분쯤 가쁜 숨을 쉬며 걸어가야 한다.

장충동 국립중앙극장도 마찬가지이다. 지하철 3호선 동국대역에서 내려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가든가, 아니면 등산을 하듯 남산 비탈길을 비지땀을 흘리며 20분쯤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문화공간의 건립을 설계할 때 접근성을 고려해야한다는 상식이 무시된 사례이다. 

우리의 전통공연예술은 대부분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지 않은 소통형 예술이었고, 노래와 음악연주와 춤과 복식과 공예가 융합된 융합형 예술의 특성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소통형, 융합형 예술을 서구문화예술을 흉내 내어 무대와 객석을 분리시켜 버렸으며, 노래는 노래대로, 음악연주는 연주대로, 춤은 춤대로, 복식과 공예는 복식과 공예대로 떼어 놓아 버렸다. 그 결과 이도 저도 아닌 멋도 신명도 없는 노래와 음악연주와 춤이 되어 버렸다. 

농현의 아름다움을 지닌 독주음악의 멋과, 작은 공간에서 춤도 끊어질듯 이어지는 정중동의 춤사위를 갖은 우리 춤의 멋을 살려내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으며, 우리 노래와 음악 연주와 춤에 적합한 전용극장을 몇 군데 밖에 갖고 있지 못하다. 

한중일 동북아시아 삼국 중에 가장 작은 영토를 가진 우리 한국은 오랜 세월동안 중국의 영향을 강력히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예술은 아주 독특하며, 그 중 기층예술인 민간예술은 더욱 그러하다. 민간예술 중에서도 판소리, 시나위 및 산조 등 민간음악은 음악적 예술성이 높으며 승무, 살풀이 등 민속춤은 미학적으로 매우 독특하며 우수하다. 이러한 전통예술을 기반 자원으로 하여 현 시대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훌륭한 전통예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전통공연예술의 작품들의 대부분은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 유명한 시나위나 산조, 판소리, 살풀이춤, 승무들은 모두 조선 후기에 완성된 것들이다. 1978년에 만들어진 사물놀이 외에는 19세기에 만들어진 작품들을 능가할 만한 작품들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큰 요인은 일제 강점기로 인한 문화단절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과거이다. 지금 우리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역량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문화의 맥이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전통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전통문화를 업신여기는 고약한 버릇마저 갖게 되었다. 

우리 문화예술을 바로 세우려면 단절된 전통을 다시 이어야한다. 그 대안은 교육이다. 아기가 태어나서 제일 먼저 접하는 노래와 연주 음악과 춤이 서양 노래와 연주음악과 춤이 되어서는 문화적 정체성을 가질 수 없다. 오늘날의 전통공연예술이 낯선 예술이 되어버린 것은 전통예술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린 유아교육부터 초, 중, 고 제도권 교육에서 자연스럽게 온전한 우리 노래와 연주음악과 춤과 만날 수 있어야한다. 더 나아가 평생교육 전반에 걸쳐 궤를 같이하는 전통문화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