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가짜 그림 논란에, 진실한 다큐사진이 고개 든다.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가짜 그림 논란에, 진실한 다큐사진이 고개 든다.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6.08.1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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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문호 기자/사진가

미술품거래가 꽁꽁 얼어붙은 현실 속에 한 가닥 신선한 바람이 인다. 

바로, 다큐멘터리 사진이 서서히 뜨고 있다는 것이다.

조영남 그림 대작과 이우환 위작 사건에다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디자인 표절 의혹, 그리고 전직 문체부 간부의 도둑질에, 그 것도 모자라 엉터리 그림을 비싸게 강매한 짜증나는 뉴스가 넘쳐나는 시국이라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요즘 들어 예술을 사기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예술은 사기가 아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이야기는 예술가들이 갖고 있던 권위와 기존 방식만 옳다는 선입견을 말한 것이지, 창작 행위 그 자체를 말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살 수 없다지만, 예술을 사기로 여기고, 예술가를 유린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돈이 최고라는 지금의 황금만능주의는 헤르만 헤세의 명언을 무색케 한다. 

‘독제에 저항한 침묵의 언어’라는 한국단색화 계열 화가들의 궤변도 민망하고, 단색화열풍이 시들하니, 돈 가진 그림 장사들의 민중미술 띄우기도 속보인다. 아무리 바람 잡으려 하지만 도무지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다. 가진 자들은 가진 자대로 돈 단속하고, 없는 자들은 없는 자대로 눈 돌릴 겨를이 없으니, 오로지 작가들만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 아닌 복더위에 한 가닥 봄바람이 일고 있다.

그것도 여태껏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 사진 중에서도 설움을 가장 많이 받은 다큐멘터리사진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것이다. 더 고마운 것은 기득권자들의 돈 늘리기 놀음이 아니라, 대중들의 순수한 바람이라 더 눈물겹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제사 사진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채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이 사기의 허울에서 헤매면 헤맬수록 기록의 가치에 대한 진실성은 더욱 더 빛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일먼저 빛을 본 사진가는 우리나라 국토를 기록하는 다큐사진가 임재천씨다. 삼 년 전 제주도를 시작으로 강원도와 부산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에 매년 후원자들이 나서 그의 작업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다. 한 지역이 끝나는 전시에서는 후원자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서로 나누어 갖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예술 나눔 프로젝트다.

지난달의 강원도 전시를 성공적으로 끝내며, 다시 부산 작업에 대한 후원자를 모집했는데, 몇일 전 후원자 50명이 모두 성원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세 차례의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SNS의 위력이었다. 

 두 번째 성공적으로 전시를 하고 있는 다큐사진가는 성남훈씨다. 오는 23일까지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성남훈의 초창기 빈티지 시리즈 ‘꿈은 시간을 모른다’전은 전시가 중반에 이르렀으나 벌써 많은 작품들이 팔려나가는 이변을 보이고 있다. '스페이스22'에서 선정한 작품을 일반인들이 소장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이 아트마켓 프로젝트인 '셀렉션 앤 컬렉션‘은 우리나라 사진시장의 숨통을 터서 전업 작가들을 지원하려는 시도였다. 집시사진을 포함한 많은 사진들을 구분해, 10장씩 묶은 소장용 시리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 사진의 선전에 힘입어 인사동 ‘아라아트’에서도 다큐기획전이 준비되고 있다. 30년 동안 전국 오일장 600여개를 기록한 여성다큐사진가 정영신의 ‘장날’은, 80년대 기록된 향수어린 장날 사진이라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이 기획전의 후원자를 모집해 우리나라 오일장과 함께하려는 나눔의 미덕까지 갖춘 프로젝트다.

허구보다 진실이 앞서고, 돈의 논리보다 삶의 가치가 앞서고, 욕심보다 인정이 앞서는, 이 반가운 현상에 한 가닥 희망을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