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철교 화백/전 전남대 사범대 교수 "원로작가가 한국미술의 미래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인터뷰]박철교 화백/전 전남대 사범대 교수 "원로작가가 한국미술의 미래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 인터뷰·정리 이은영 편집국장/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8.19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품 팔아 생계 이어야하는 작가들 현실 안타까워, 현재의 미술협회로는 어려움 해결 못해"

한국 미술계는 지금 '바람 앞의 등불'이다. 이우환 화백의 '위작 논란' 이후 일반인들은 미술계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자신의 그림이 팔려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화가들에게 '불신'은 치명타가 되었고, 미술산업 구조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세상 물정 모르고 그림만 그려왔던 작가들은 어느새 생계의 위협까지 느끼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의 권익을 대변해서 문제 해결의 물꼬를 터야 할 한국미술협회는 그저 '가만히 있다'. 정부와 협상을 하지도, 작가의 생활을 지켜주지도, 미술산업 구조 개선 논의나 방안 제시도 하지 않고 있다. 그저 대표들의 '이익단체'에 머물러 있다. 미협에 대한 작가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미협은 여전히 자기 자리 지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아무도 한국 미술계를 일으켜세우려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한국 미술교육의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입시 교육에 여전히 치여있고 그나마도 미술, 음악, 체육 등 예체능은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으로 되어 있다. 입시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은 결국 미술과 멀어지게 되고 결국 어른이 되어서도 미술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 박철교 화백/전남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교수 역임/한국미술협회 상임고문, 대한민국수채화작가협회 고문, 한국수채화협회 고문/사단법인 대한민국아카데미미술협회 이사장/광주예총건립 추진위원 위원장/2010년 대한민국 미술인의날 대한민국미술인상 수상

결국 몇몇 예술가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서기 시작했다. 9월로 예정된 '한국미술의 미래를 묻는다' 포럼은 원로 예술가 및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으며 문제 해결 방안을 같이 모색해보는 자리다. 여기에 미술교육 정상화를 내걸고 (가칭) '한국미술교육정상화 추진위원회'가 결성될 예정이다. 새로운 발전을 위한 예술가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중심에 박철교 화백이 자리하고 있다. 미술계 일부 작가들이 나서 미술계의 난제를 타개하기 위한 모임에 그를 좌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80이 넘은 나이에 여전히 수채화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고 있는 그는 이제 한국 미술의 미래를 밝히기 위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모든 것을 맑게 표현할 수 있다"라고 그가 소개한 수채화의 매력처럼 그는 수채화를 그리던 맑은 생각을 미술계에 전파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말에는 근심이 있었고 안타까움도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우리 미술계는 발전하고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박철교 화백이 전하는 한국 미술계의 현실과 그 대안을 독자들에게 전해본다.

현재 미술계가 여러 가지로 난관에 봉착했다. 미술계 자체에서 위작논란이라든지,,,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미술인들이 한국 미술계 정상화를 위해 모임을 하나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 가칭 ‘한국미술교육정상화 추진위원회'를 만든다고 하는데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양심있는 원로작가가 회장직을 맡아 주시기를 바랬고 그 기대감을 가지고 선생님을 추대했다고 하는데(웃음)

그건 아닌 것 같은데(웃음). 사실 나는 나이도 있고 이제는 쉬어야하지 않나. 그런 일은 젊고 능력있는 후배들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이 정도로 미술계가 엉망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할 사람이 없다면 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한다. 젊은 후배들과 함께 미술계를 바로잡는 데 미력한 힘이나마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

듣기로 한국미술교육정상화 추진위원회는 한국 미술교육의 정상화를 같이 논의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한다.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과목들이 입시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이 됐고 이 때문에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예술 교육과 인성교육이 진행되어야 아이들이 자라나서도 문화에 관심을 보이게 되고, 바른 인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교육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하기로 하고 만든 것이 위원회라고 들었다.

앞으로 포럼도 연다고 하는데  제목 그대로 '한국미술의 미래를 묻는' 것이다. 지금 미술계가 위기라고 말을 하는데 미술산업을 어떻게 활성화시켜야할지, 미술 정책의 대안은 무엇인지, 정부와 함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 등을 논의하고 이를 위해 원로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그들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말하면서 미술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뜻으로 하는 것이다. 9월에 두 차례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했는데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아마 하고픈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 박철교 화백의 '계곡풍경'

최근 이우환 사태로 미술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이 좋지 않고 결국 이것은 미술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작가들에게 타격이 클 것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이 문제는 정말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뿌리까지 파고든다는 게 정말 어렵다. 제도적인 역할은 화상들이 다했다. 상거래를 직접하는 화상들이 그림을 판매하고 권력이나 자금력이 있는 사람들이 돈을 주고 작품을 사는데 그것이 사실 작가들에게는 가난을 면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화가는 결국 자신의 그림이 팔려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 작가들이 돈에 대해서, 판매에 대해서 무엇을 알겠는가? 작가들은 정말 순진하고 순박하기 그지없다. 자신이 그린 그림은 자신의 것이 맞다고 말하는 것이 그들의 자존심이다.

사실 유명세를 치르는 작품들이 어떤 작품들인 줄 아나? 묘사가 쉬운 작품들이다. 즉 모사(베끼기)하기 쉬운 그림인 것이다. 모사에 능력있는 이들이 실제로 있고 이들이 정말로 카피를 해서 판매를 하기도 한다. 그러니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을 직접 그린 작가밖에 없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라고 주장하면 작가의 말을 믿는 것이 맞다. 작가의 확고한 철학을 존중한다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텐데, 이것이 보장이 안되다보니 작가의 말을 믿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작'이라는 말 한 마디에 죽어야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돈있고 권력있는 사람들이 그림을 사고 그 값을 받아 생활해야하는 사람들이 바로 작가다. 만약 그 작품이 위작이라고 한다면 작가가 결국 손해를 안아야한다. 현 상황이 잘못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당장 작가들의 삶이 이러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 상황을 말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럽다. 만약 이 상황에서 한마디라도 잘못된 이야기, 부적절한 단어를 쓴다면 그 파장이 너무나 크게 퍼지고 결국 피해자만 또 생겨난다. 여러가지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우리도 여러가지 의혹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말하기가 참 어렵다.

▲ 지난 18일 열린 '한국미술의 미래, 원로에게 길을 묻다'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철교 화백

어려움을 겪고도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이 작가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금은 평론가들이 말을 해야한다. 이들은 많은 원고료를 받고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입을 닫아버리고 작가들은 말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으니 참 걱정이다. 대체 이들이 하는 일이 없다. 나중에 논란이 불거져서야 겨우 이야기를 하지 나서서 문제점을 지적하지도 않고, 미술계의 각성을 촉구하지도 않고 있다.

조영남의 경우를 보자. 대작 사건이 드러나지 전까지 화투장 그림으로 세상을 누비지 않았는가. 누구도 그 그림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고 그렇기에 조영남이 명예를 누리게 되었다. 결국 속은 이들은 무엇이 되는가. 이것이 결국 미술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거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마이크를 들고 시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 박철교 화백의 '단양풍경'

일부에서는 미술협회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데 지금 미술협회가 추진해야하는 일이 있다면?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미술계가, 작가들이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미협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저 이익단체로만 머무는 느낌이다. 정부와 협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개혁을 위해 제안을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현상유지, 자리보존만 할 뿐이다. 작가는 냉가슴을 앓는데 정작 미협은 작가를 보호해주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미협에서 얼마 전에 '한국미술 50년사'를 편찬했고 이를 대대적으로 알렸는데 실제로 보면 고문단에게도 책이 전달되지 않았고 돈을 줘야 책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놨다. 결국 고문단을 무시하고 미술인들을 상대로 책 판매를 한 것이다. 자신의 이름이 담긴 연감을 얻는데도 돈이 있어야한다는 의미다. 미협에서는 작가들이 각출을 해가며 어렵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식으로 성과를 자랑해놓고 정작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서는 감추고 있는 듯하다.

미협 회장을 하려면 수많은 돈이 들고, 몇몇 사람들에게 돈을 줘야하고, 미술대전 심사도 나눠먹기식 심사가 이뤄지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결국 지원이 끊기고...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안타까움이 든다. 지금 미협이 할 일은 참신한 이들을 내세워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는 단체를 만들어야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협력을 한다고 하지만 정작 돈주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이제 알아봐야한다. 문예진흥기금이 나온다는 데 그 기금이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가, 누가 혜택을 받고 있는가, 문화예술지원금은 어떻게 나가고 있는가, 이런 부분들을 조사하고 밝혀내는 것이 첫번째다. 미협이 새롭게 일어나야 미술계도 새롭게 일어날 수 있다. 지금처럼 하면 미술계는 지탄을 피할 수 없다. 

교직에 오랫동안 몸담으셨는데, 한국 미술교육의 문제점도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

작품이 이루어지려면 작가의 심성이나 흥미도 물론 중요하지만 참고 견디는 일, 진득하게 따라가는 것, 이런 것들이 우선 밑받침이 되어야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런 모습들이 다 달아났다. 전통성도 모르는 사이에 스쳐 지나갔다. 참고 견디고 기다리는 것은 사라지고 결과만을 내놓으려 하고 있다.

내가 미술을 배울 때를 생각해보면 집안에서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을 택했고 다른 것을 배우면서도 결국 미술을 배우기 위해 다시 대학에 들어갔다. 극장 간판 그림을 그려가면서 먹는 것을 해결하고 등록금을 냈다. 이처럼 어려운 일이 있어도 참고 견디며 정진해야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런 모습들이 사라져가니 좋은 미술가가 나올 수 없다.

그렇게 된 이유가 바로 학교 교육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엔 '사범교육'이 안되고 있다. 일본이 지금도 세계를 지배하는 인물을 양성하고 있는 이유는 사범교육이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범교육을 교육대학에 들어가서 한다고 생각한다. 문교 정책은 전체를 뒷받침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기에 중요하지만 장관이 수시로 바뀌어 정책이 자꾸 바뀌다보니 사범교육은 없어지고 있고 그러다보니 진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 정서교육 철학이 부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시 평론가들이 목소리를 내줄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들이 매체 역할을 해서 흐름을 만들어놓아야한다. 지금 올바른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많은데 중간에 연계를 시켜주는 사람이 없다. 결국 그를 뒷받침하는 것은 컴퓨터다. 컴퓨터와 자신밖에 없다. 여론이 몰려 정책 결정으로 이어져야하는데 이제 글쓰는 사람조차도 컴퓨터에 매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서교육이 이뤄진다는 자체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전 국비로 미국에서 유학을 다녀와서 논문을 썼는데 미술 논문이 아닌 교육에 대한 논문을 썼다. 각 지역의 동사무소에 비는 자리에 가정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는가, 파출소 둥 공공장소의 자리에도 조그마나마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그 논문에서 제안을 한 바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 박철교 화백의 '산'

선생님이 쓰신 논문이 지금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작은 도서관’ 운동의 효시라 할 수 있겠다. (웃음)

큰 도서관은 사람들이 갈 줄을 모른다. 지역마다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아이들이 낙서판에서 마음껏 낙서를 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 운동을 만들고 싶다. 아이들이 낙서를 하면 어른들은 말리기에 급급한데 아예 낙서판을 통해 낙서 교육으로 그림그리기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낙서는 창의성 발휘의 시작이고 아이들이 느끼는 해방의 시간이다.

세계 미술시장과 우리 미술시장을 비교해 주신다면? 앞으로 우리 미술의 미래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지역마다, 나라마다 작품에 대한 의미가 다 있기에 비교해서 말한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이야기다. 세계와의 비교는 너무나 큰 덩어리이기에 말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움직이다가 가는데 아름답게 봐두는 심상을 기르는 정서교육이 필요하고 그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서 각각의 작품들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이다. 

우리는 자꾸 높은 것만 추종하려하고 낮다고 생각하는 것은 낮다는 이유만으로 취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지금의 미술계가 공중에 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우리 미술이 대단히 발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생활 보장이 안되다보니 중간에 지쳐 떨어지는 이들도 많은데 기술적 능력을 가진 이들과 서로 의지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장소의 교환이 부족하다. 이를 학교 교육과 연계되어야하는 문제다.

후배들에게 하고픈 말씀도 많으실 듯 하다.

어떤 일을 하던 자기가 움직이는 일을 남에게 미루지 말고 솔선해서 하겠다는 마음이 있기를 바란다. 남이 해주기를 바라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스스로가 솔선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