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잘못된 역사인식을 일 깨우쳐 준 광복절 퍼포먼스, ‘왜놈대장 보거라!’
[현장속으로]잘못된 역사인식을 일 깨우쳐 준 광복절 퍼포먼스, ‘왜놈대장 보거라!’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6.08.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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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형무소 역사관서, 유진규, 김광석, 배일동 양혜정, 한충은 등 문화예술계 전 장르 50 여명 예술가 참여, 감동 펼쳐져

71주년 광복절을 맞은 대규모 퍼포먼스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렸다.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서대문독립민주축제 한마당’은 지난 15일 오후2시 30분부터 5시까지 진행되었다.

▲지난 1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서대문독립민주축제 한마당’에서 <왜놈대장 보거라! 우리의 자유를>퍼포먼스를 하는 마임이스트 유진규씨.

사형장에서 선열들의 원혼을 달래는 양혜경씨의 넋전 춤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들이 눈길을 끌었지만,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마임이스트 유진규씨가 총감독한 ’왜놈대장 보거라! 우리의 자유를‘ 퍼포먼스였다.

무려 50여명의 예술인들이 참여한 33개의 공연이 각각의 격벽장에 나누어져 두 시간에 걸쳐 펼쳐졌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찌는 더위를 잊을 정도로 푹 빠져들게 하였다.

▲지난 1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서대문독립민주축제 한마당’에서 <왜놈대장 보거라! 우리의 자유를>퍼포먼스를 하는 마임이스트 유진규씨

이 날 열린 대규모 퍼포먼스는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하고, 아직까지 꿈틀거리는 일본 군국주의와 친일파 척결을 위한 공연이라지만, 모르는 여성독립운동가가 많은 사실을 깨우쳐, 스스로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를 두고 왜 유관순열사만 기억하도록 역사를 왜곡시켰을까? 하기야, 잘못된 것이 어디 이뿐이겠냐 마는, 이건 분명 우리나라 역사교육이 잘 못된 것이다. 여성을 얕잡아 본 것보다, 정치적인 일은 극소수의 특별한 사람이나 하니 민중들은 나서지 말라는, 주도권을 쥔 친일파들의 나쁜 의도가 깔렸다고 여겨진다.

▲지난 1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서대문독립민주축제 한마당’에서 <왜놈대장 보거라! 우리의 자유를>퍼포먼스를 하는 마임이스트 유진규씨.

 여성지도자 김마리아, 투쟁적인 여성독립운동가 이화림열사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여성의병장 윤희순, 군자금을 마련한 여장부 조인성, 의용대 단장으로 곤륜산에서 순국한 영웅 박차정, 혈서로 국제사회에 독립의지를 전한 남자현, 흑룡강에서 당당히 죽어간 조선의 딸 김알렉산드라, 국경을 넘나들며 임시정부 살림자금을 마련한 정정화, 문서전달의 천재로 최초의 여성광복군 오광심, 노동자의 파업을 알린 여성독립운동가 강주룡열사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서대문독립민주축제 한마당’에서 <왜놈대장 보거라! 우리의 자유를!>퍼포먼스를 하는 마임이스트 유진규씨

이 날 40명의 여성 예술인들은 퍼포먼스를 통해 모든 권력과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를 일깨우며,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아픔을 보여주려 혼신을 다했다. 각각의 격실에서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절규가 터져 나왔으나, 진득하게 지켜 볼 겨를이 없었다. 또 다른 곳의 퍼포먼스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서대문독립민주축제 한마당’에서 마임이스트 유진규씨 <왜놈대장 보거라! 우리의 자유를>퍼퍼포먼스에서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부르는 소리꾼 배일동씨.

수형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체력단련공간 격벽장은 열 개의 부채꼴 모양 칸막이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각자 개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기에는 안성마춤이었으나, 골고루 둘러보기에는 다소 불편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몰려들어 좁은 입구를 막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서대문독립민주축제 한마당’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장에서 펼쳐진 한마당 축제.

 아무튼,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배일동씨의 판소리에 실어 낸 마임이스트 유진규씨의 통한의 몸짓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일제의 만행은 물론 최근에 일어 난 박근령 망언까지 치가 떨리게 했다.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출연자들이 사형장으로 몰려가 '난장'을 펼쳤다. 독립운동이나 민주화를 부르짖다 사형당한 원혼들에게 한바탕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다.

▲지난 1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서대문독립민주축제 한마당’에서 왜놈대장이 독립운동가들의 저항을 받고 있다.

 민족의 아픔을 몸짓으로 풀어 낸 이 날의 공연은 매년 연례행사로 열리는 광복 기념식보다 훨씬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식민지배로 원통하게 세상을 떠난 원혼을 달래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굿판이었다, 이 행사를 계기로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 조국의 해방을 기념하는 최고의 예술 공간으로 거듭 나길 바란다.

▲지난 1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서대문독립민주축제 한마당’에서 감옥에서 몰려나온 출연자와 관람객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 날 참여한 예술가는 총감독 유진규씨를 비롯하여 기타리스트 김광석, 판소리 명창 배일동, 넋전 춤꾼 양혜경, 아리랑의 최은진, 바이올리스트 강혜진, 첼리스트 문지윤, 작곡가 박순영, 연극배우 김미아, 박영희, 안현정, 이미림, 홍윤경, 정연숙, 춤꾼 나 비, 서경선, 전인정, 이영애, 화가 모지애, 배달래, 설치미술가 정공자, 이끼, 이구영, 평화활동가 반은기, 시인 선우미애, 대금과 피리 부는 한충은, 정신혜, 거문고와 가여금 타는 구교임, 송미정, 조선아, 하세라, 연출 및 기획자 김종학, 김우정, 가수 박길수, 홍민아, 서예행위예술가 최루시아, 아코디언 행위예술가 최 솔, 행위예술가 김성아, 김이음, 박주영, 백정미, 백지혜, 어효은, 오민정, 위혜정, 유유, 윤사비나, 윤푸빗, 조은성, 사진과 영상을 담당한 Damian Siqueiros, 권영일, 남궁철, 문성식, 정동일, 황현성, 의상분장을 맡은 김선미, 운영 기획위원 이은주씨등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했다.

▲지난 1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서대문독립민주축제 한마당’에서 넋전 춤으로 원혼들을 달래는 양혜경씨.
▲지난 15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서대문독립민주축제 한마당’에서 왜놈대장에게 이끌려 격벽장으로 끌려가는 수형자들(여성예술가).